[로봇파워 ON](9)해외 성공기업에서 배운다①아이로봇-청소로봇

지능형 로봇의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것은 세계적인 관심 사안이다. 무에서 유를 찾는, 쉽지 않은 프로젝트기 때문이다. 그만큼 미국 아이로봇과 홍콩 와우이의 성공사례는 의미가 크다. 8부에서는 2회에 걸쳐 신규시장 개척에 성공한 아이로봇과 와우이의 비결을 짚어 본다.

미국 아이로봇(iRobot)은 청소로봇 시장에서 ‘거물급’ 존재다. 객관적인 시장 점유율을 제쳐두고라도 아이로봇이 내놓은 청소로봇 기능 하나하나가 세계 로봇 관련 업체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유엔유럽경제위원회(UNECE)와 국제로봇연맹(IFR)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청소로봇 시장은 2005년 75만대 규모에서 2006년 90만대, 2007년 130만대, 2008년 140만대, 2009년 250만대, 2010년 400만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 가운데 아이로봇의 청소로봇 ‘룸바’는 2002년 말 출시 이후 2004년(10월) 누적 판매대수 100만대 돌파에 이어 2005년(10월) 150만대, 2006년 5월 200만대를 넘으며 세계 청소로봇 시장을 제압하고 있다.

◇세계 청소로봇 시장의 절반이 ‘룸바’= 현재 청소로봇 제조업체로는 아이로봇을 포함해 일렉트로룩스·카처가 3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로봇이 전체의 60%를 넘을 정도로 막강하다. 국내도 상황이 비슷해 시장조사기관인 GfK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룸바 점유율이 59.9%에 이른다. 국내 토종회사인 유진로봇이 22%로 2위를 달리고 있지만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국내에서 룸바를 독점 판매하는 코스모양행 윤준덕 팀장은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룸바는 북미·유럽·아시아 전역에서 60% 이상의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며 “1년에 50만대를 돌파하던 기록도 최근에는 6개월로 단축되는 등 세계적으로 ‘로봇청소=룸바’ 등식이 성립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이로봇은 룸바를 발표한 2002년, 타임·뉴욕타임스·USA투데이·비즈니스위크 등 각종 언론이 선정한 ‘올해 최고의 발명품’에 오르며 세계 언론을 휩쓸기도 했다. 이후 룸바에 채택된 자동충전기능이나 낭떠러지 인식 기능, 사이드브러시 기능은 ‘청소로봇의 바이블’이 됐고, 후발주자는 이 벽을 뛰어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실정이다.

◇최강의 기술력=아이로봇이 이렇게 청소로봇 시장에서 발군의 실력자로 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기술력, 제품력이다.

아이로봇은 지난 1990년 미국 MIT대 인공지능연구소 과학자 3명이 설립한 로봇 전문기업이다. 경영진은 물론이고, 전체 임직원 300명 가운데 70%에 이르는 200여명이 엔지니어로 기술 집약 회사다.

일반인에게는 룸바 청소로봇으로 알려져 있지만, 아이로봇의 한 축은 군사용·산업용·연구용 로봇이 이루고 있다. 화성탐사로봇인 ‘소저너’와 군사용 로봇인 ‘팩봇(Packbot)’이 대표적으로 팩봇은 미국 9·11 테러 당시 인명 구조용으로 사용됐으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사람을 대신해 폭탄을 제거하는 등 혁혁한 공을 세웠다. 미국에서 쓰이는 모바일 로봇의 80% 이상을 아이로봇이 제작했거나 디자인했으며, 미국 국방부와 NASA에서 매년 수천만달러에 달하는 국고를 지원받고 있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15년이 넘게 로봇을 개발해 온 노하우와 실력, 기술이 ‘룸바’에 녹아 있다. 일반 가전회사가 내놓는 청소로봇과는 전문성 면에서 차이가 있는 것이다.

단적으로 룸바는 흡입력과 같은 청소 기능에서 타사 제품을 앞서고 가격이 저렴하지만 자동충전기능을 지원하는 등 가격대비 성능에서도 뛰어나다는 평을 얻고 있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승부= 여기에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든다’는 기업 모토도 아이로봇의 성공신화에 한몫 하고 있다.

아이로봇은 재미나 한순간의 흥미, 트렌드를 위해 제품을 만들지 않는다. 빨리, 많이 만들기보다 옳게 만드는 데 가치를 두고 있다.

윤준덕 코스모양행 팀장은 “최근 아이로봇 본사에 니켈수소 배터리를 리튬이온으로 바꿔줄 것을 요청한 적이 있는데, 가격이 올라가면 소비자가 외면한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며 “아이로봇은 합리적인 가격대로 청소로봇을 대중화해야 인간의 삶이 윤택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고 부연 설명했다.

가격은 아이로봇이 정하지만 마케팅은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따른다. 아이로봇은 영국을 제외하고는 세계적으로 해외 법인이 없다. 현지 기업을 통해 마케팅, 영업정책을 펴고 있다. 아이로봇은 연구개발(R&D)에만 충실하겠다는 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아이로봇은 지난해 매출이 1억4000만달러에 순익이 260만달러를 기록했다. 2003년 5400만달러 매출이 2년 만에 배로 뛰고, 적자(740만달러)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하지만 이런 아이로봇도 올 2분기는 적자를 면치 못했다. 매출 3400만달러에 180만달러 손실을 기록한 것이다. 계절적인 요인도 있지만, R&D와 영업·마케팅에 매출의 30%를 투자한 것이 직접적인 이유다. 아이로봇의 적극적인 액션에 주식시장에서는 오히려 쾌재를 부르고 있지만, 청소로봇 5년차이자 성공 기업으로 꼽히는 아이로봇조차 시장개척을 위해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로봇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커 보인다.

◆인터뷰-콜린 앵글 아이로봇 사장

아이로봇 창업자이자 현 CEO인 콜린 앵글 사장은 이제 서른 일곱 살의 젊은 사업가다. 스물 두 살에 CEO가 된 이후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청소로봇 ‘룸바’가 세계적인 히트작이 된 데 대한 앵글 사장의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재료비를 해결한 덕분이다. 앵글 사장은 “룸바는 200∼300달러에 불과하다”며 “고가로 만드는 것은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한 ‘기술 대사’일 뿐, 소비자에게는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는 “복잡하고 비싸게 만들지 않기 위해 엄청난 양의 기술을 버리지만, 대신 성능이 떨어지지 않게 하는 기술도 갖고 있다”고 아이로봇의 강점을 지적했다.

아이로봇은 내년께 청소로봇 세 번째 버전인 ‘R3’를 내놓을 예정이다. 집안일을 자동으로 해 주는 가사용 로봇도 개발중으로 조만간 선보일 전망이다.

한국 청소로봇 시장에 대해서는 “특히 한국은 유럽보다 청소로봇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빠르고, 현지기업도 청소로봇 개발에 적극적이어서 관심이 크다”며 “한국에 특화된 ‘한국형 청소로봇’을 출시할 방침”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아이로봇은 젊은 직원들로 구성돼 모든 것이 다이내믹하다”며 “전 직원들에게 인센티브제를 실시하는 등 창조적으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체탐방(16)뉴로스

<뉴로스>

인원(연구인력)= 40명(10명)

설립= 2000년

매출= 2005년 48억원(2006년 1분기 24억원)

제품군= 로봇새 사이버드, 터보블로워

회사비전= 정밀기계, 항공우주, 에너지환경분야의 첨단 제품 제조기업

 뉴로스(대표 김승우 http://www.neuros.co.kr)는 정밀기계, 항공기술의 복합체인 가스터빈엔진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설립됐다. 가스터빈엔진에 적용된 항공기술을 응용해 2003년 탄생한 최초의 상업용 무선로봇 로봇새를 독자 개발했다. 또 가스터빈엔진의 터보기술을 응용해 2004년 고효율 공기공급장치인 터보블로워를 출시, 블로워 시장에서 터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2003년 출시된 로봇새 ‘사이버드’는 2002년 월드컵 전야제에서 첫 모습을 드러냈다. 현재는 날개짓 비행체 시장의 대표적인 브랜드로 자리잡고 있다. 한국·미국·일본·중국 등에 특허로 등록되거나 출원중으로 기술적으로도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수준이다. 새로운 형태의 비행로봇을 개발중이며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공동으로 수술보조 로봇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가스터빈엔진 터보기술을 적용, 국내 블로워 시장에 새로운 혁신을 선보인 터보블로워는 하수처리장 공기공급, 시멘트, 화학제품 원료 등의 이송 등에 쓰인다. 수입제품인 루츠 블로워에 비해 효율이 40% 이상 높은 고효율 제품으로 기존 블로워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또 소음과 부피가 작아서 설치 및 작업환경 개선에 큰 효과를 보고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캐나다·중국·일본 등에서 고객을 확보하고 있으며 다양한 기술제휴를 모색중이다. 고압압축기 시장 진입도 계획하고 있다.

 김승우 사장은 “2005년이 세계진출 원년이었다면 올해는 세계시장에서의 강자로 등극하는 해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정밀기계·항공우주 기술을 바탕으로 한 로봇기술과 터보기술을 융합한 ‘초소형 항공엔진분야’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뉴로스는 산업자원부의 ‘민군겸용기술개발사업’에 참여하며 기술 완성도를 높이고 있으며 오는 2008년께 초소형 항공엔진분야 제품의 상용화를 실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