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방융합, 새로운 10년을 준비한다]제5부:컨버전스시대의 주역들(9)

(9)CJ그룹

 CJ그룹은 재계 순위(2006년 공정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자료 기준) 24위에 올라있는 대기업이다. CJ그룹은 미디어산업의 잠재력에 일찌감치 눈을 떠, 지난 99년 39쇼핑(현 CJ홈쇼핑)을 인수한 이후, ‘업계 1위 미디어그룹’을 만들었다. CJ의 4개 사업군 중 CJ E&M(엔터테인먼트&미디어)그룹이 사실상 미디어 전략을 이끈다.

CJ의 지향점은 국내가 아니다. ‘아시아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그룹’이 목표다. 이런 CJ가 갖는 역량은 향후 통·방 융합시대를 이끌 한 축으로서 손색이 없다.

CJ그룹의 최대 강점은 통·방 융합시장에서 주요 분야로 떠오르는 ‘영화’ ‘케이블TV’ ‘음악’ ‘게임(포털)’ 등에서 업계 상위권의 시장영향력을 갖췄다는 것. 경쟁자인 KT그룹, SKT 등 통신사업자가 통신 인프라와 통신 가입자에 치우져있는데 비해, CJ그룹은 무엇보다 콘텐츠 경쟁력과 다양한 유통 채널을 장악했다.

영화산업의 경우 CJ엔터테인먼트, 시네마서비스, CJ CGV, 프리머스시네마, CJ엔키노 등을 통해 제작·투자-배급-상영의 수직적인 통합을 구축했다. 제작·투자·배급 시장에선 CJ엔터와 시네마서비스가 각각 시장점유율 1위, 3위다. 극장에선 CJ CGV와 프리머스시네마가 1위, 4위다.

영화계 일부에서 ‘영화시장의 CJ제국’이란 말까지 나오며 CJ편향의 영화산업발전을 우려하는 지적이 있을 정도다. 그만큼 CJ는 영화 제작에서 유통까지 장악했다.

케이블TV에서도 MSO인 CJ케이블넷이 지난해 2월 업계 첫 디지털케이블 본방송을 시작하는 등 리더의 면모를 보여주고있다. 규모면에선 최근 CJ홈쇼핑의 드림씨티방송 인수를 포함할 경우 200만으로, 2위권을 형성했다. MPP인 CJ미디어도 지난해부터 공격적인 경영에 나서며, 2005년 회계년도 흑자전환을 일궈냈다. 올해도 엑스포츠 인수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음악분야는 약세이긴 하지만 CJ뮤직 등을 중심으로 세 확산 중이다. 특히 국내 최고의 음악채널인 엠넷이 CJ그룹 일원인 점은 주목할만하다. 인터넷분야에선 CJ인터넷이 게임시장에 진입한 상태다.

CJ그룹은 독자적인 잠재력으로도 충분히 통·방 융합시장의 주역이다. 그러나 CJ그룹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통·방 융합의 다른 한 축인 통신사업자와의 협력·제휴 등 여러 카드를 쥘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벌써부터 CJ그룹이 KT와 손을 잡을지, 아니면 SKT와 연계할지가 통·방 융합 격전의 지형을 바꿀 것이라고 지적한다. 또 CJ그룹이 케이블TV 진영으로서 ‘CJ그룹-태광그룹-현대백화점그룹-씨앤앰’의 대연대를 이끌 개연성도 존재한다.

◆CJ그룹 미디어 전략을 엿보는 3가지 사건

 CJ그룹의 내일을 이야기하는 테마는 올 상반기 ‘도전 3건’에서 찾아볼 수 있다.

흔히 통·방 융합시장에서 CJ그룹의 현재 값어치를 따지는데는 ‘콘텐츠-배급·유통망’ 체계만 따져봐도 될 듯하다. 이는 애널리스트의 몫이기는 하지만, 최근 나온 대부분의 애널리스트 리포트는 CJ그룹의 핵심 미디어전략 사업자인 CJ홈쇼핑, CJ엔터테인먼트, CJ CGV, CJ케이블넷(미상장), CJ미디어(미상장) 등에 대해 긍정적이다.

‘오늘’을 바탕으로 한 ‘내일’이 그만큼 밝다는 의미에 다름아니다. 하지만 CJ그룹이 ‘통·방 융합시장 1위’로 거듭나기 위해선 이것만으론 2% 부족하다. 2%를 채우는 위한 CJ그룹의 세가지 도전을 짚어봤다.

◇CJ홈쇼핑, 드림씨티방송 인수=CJ홈쇼핑(대표 임영학)은 지난 4월 유진기업이 보유한 드림시티방송 지분 95.5%(우호지분 포함)를 3581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본래 드림시티방송은 유진그룹이 신규 성장 동력으로 미디어산업을 지목하면서 핵심역량으로 키워온 사업자다. 부천·김포·은평에 케이블TV사업자(SO·종합유선방송사업자)를 거느리고 케이블TV 가입자와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가입자가 각각 40만명, 12만5000명에 달한다.

SO는 통·방 융합 전쟁에서 손과 발이 되어줄 기본 밑그림이다. CJ투자증권은 지난해 미디어 관련 리포트에서 “케이블TV는 셋톱박스를 통한 가입자 장악력이 우수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인수로 CJ그룹의 케이블TV가입자는 기존 CJ케이블넷 가입자 150만 가구에 더해 200만 가구에 육박했다. MSO의 1위인 태광그룹 300만에 이은 2위다. CJ케이블넷의 이관훈 대표는 지난해 “MSO로선 최소 200만 가구를 확보해야 생존하며 이를 확보할 것”이라고 언급해왔다.

통·방 융합 격전에서 가입자 시장의 장악력은 300만 가구 이상으로 관측된다. CJ그룹의 드림씨티방송 인수는 향후 CJ그룹이 200만 돌파를 계기로, 제2, 3의 빅딜을 몰고올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준다.

CJ그룹과 격전을 펼칠 KT의 초고속인터넷가입자는 현재 650만 수준이며 하나로는 350만 수준이다. 그러나 통신사업자의 시장은 포화시장이란 한계와 함께, 같은 가입자라도 가입자 장악력에서 차이가 난다. TV에 연결된 케이블TV 셋톱박스가 PC에 치우진 초고속인터넷보다 ‘록인’이 강하다.

CJ그룹가 앞으로 케이블TV 300만 가구 확보에 성공할 경우 이는 통·방 융합시장에서 KT에 도전할만한 가입자 장악력을 갖췄음을 의미한다.

◇CJ미디어, TVN 채널 설립=CJ미디어(대표 강석희)는 지난 6월 지상파방송사 규모의 초대형 종합 엔터테인먼트 케이블 방송 채널 설립을 공식화했다. 강석희 CJ미디어 대표는 “연예 매니지먼트 업체인 DY엔터테인먼트(대표 신동엽)와 함께 오는 9월 종합 엔터테인먼트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인 토털 버라이어티 네트워크(TVN)를 설립하고 향후 5년간 15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1500억원은 최근 새 경인민방 사업권을 획득한 경인티브이의 초기 자본금에 육박하는 규모로, 사실상 ‘지상파급의 케이블 채널 출범’을 의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CJ미디어는 국내 2위 복수PP로서 엠넷·채널CGV·올리브네트워크 XTM·엑스포츠·챔프·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 등을 보유한 강자다. CJ미디어 측 고위 임원은 “올해 TVN 투자 금액은 200억원”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올해 개국과 동시에 PP의 시청 점유율 순위 5위 이내에 도전하며 장기적으로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J미디어는 CJ그룹의 방송콘텐츠를 주도하는 사업자로서, 최근 스포츠전문채널인 엑스포츠를 인수키도 했다.

TVN은 드라마의 제작·유통 채널이다. 그간 국내 방송콘텐츠 시장은 사실상 KBS·MBC·SBS등 3사가 장악해온게 사실이다. 특히 드라마는 규모와 지상파 유통이란 특징으로 인해 더욱 독점력이 강했다. TVN은 바로 CJ그룹의 드라마 제작·유통시장 진출을 의미한다. 장기적으로 지상파급의 드라마를 제작해 독자적인 유통망으로 방송한다는 전략이다. 방송콘텐츠 시장의 변화를 이끌려는 CJ그룹의 도전인 셈이다.

◇CJ, 프로게임단 지오 인수=CJ는 4월 e스포츠 프로게임단인 ‘지오(G.O)’를 인수했다. 5월 공식적으로‘CJ엔투스’가 창단됐다. CJ의 프로게임단 창단을 어떻게 읽어야할까.

통·방 융합시장은 아직 누가 주도권을 장악할지 점치기 어렵다. 확실한 것은 ‘유통망(또는 네트워크)’이나 ‘콘텐츠(방송, 영화, 게임 등)’ 분야에서 현재의 최강자가 유리하리라는 전망 정도다. CJ그룹은 방송유통망에서 케이블TV가입 가구 200만 가구를 갖췄을 뿐 아니라, 영화 유통망인 극장 사업의 1위 사업자인 CJ CGV도 보유 중이다. 콘텐츠에선 PP시장 2위인 CJ미디어가 약진 중이며 영화제작·유통시장에선 CJ엔터테인먼트가 건재하다.

그러나 기존의 기반만으론 부족하다. 새로운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조직만이 통·방 융합의 주역자격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CJ그룹은 합격점이다.

CJ의 프로게임단창단은 일차적으로 향후 CJ미디어가 게임채널을 만드는 전초기지다. 그렇지만 그룹 전체적으로는 미디어그룹으로서의 이미지 메이킹 역할을 해낼 것으로 보인다. 현재 e스포츠 프로게임단에는 SK텔레콤(게임단명 SKT T1), KTF(KTF 매직엔스), MBC(MBC히어로), 오리온(온게임넷 프로게임단) 등이 진입한 상태다. 이들은 모두 장기적인 통·방 융합 경쟁자들. CJ그룹이 제대로 시대의 흐름을 읽어낸다는 점을 프로게임단 설립으로 증명해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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