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아이템 작업장` 운영조직 무더기 구속

　엔씨소프트 ‘리니지’ 명의도용 사건과 관련, 경찰이 지난달 30일 타인 명의의 아이템 현금거래로 부당이득을 얻거나 돈을 받고 다른 사람 명의를 넘겨준 9명을 무더기 입건했다.

경찰이 게임아이템 작업장(여럿이 모여 아이템을 24시간 육성,체집하는 조직)을 타인 명의 수집 및 악용의 온상으로 보고 철퇴를 가함에 따라 온라인게임시장 건전화에 큰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가 모아진다.

이번 사건에서 구속 등 처벌 수위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타인 명의로 게임에 가입한 뒤 아이템을 사고파는 형태로 140억원 이상의 불법이득을 획득한 만큼 중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명의 도용의 목적이 아이템 현금거래에 있었던 만큼, 아이템 현금거래에 대한 수사기관의 단속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아이템 현금거래와 명의 도용이 ‘실과 바늘’의 관계로 이미 지난해 거래대금 규모가 1조원을 넘긴 아이템 현금거래 시장이 사라지지 않는 한 명의도용 사건은 언제든 다시 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이 주목하고 있는 것도 자동차 제조회사, 신용정보회사, 금융사 등 고객DB가 있는 곳은 어디든 아이템 현금 거래용으로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고객DB를 갖고 있는 기업, 기관 등이 1차적으로 DB 활용 및 보안을 강화하되, 아이템 현금거래로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다는 유혹을 없애는 것이 보다 직접적이고, 원천적인 처방이라는 분석이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관계자는 “타인 명의 도용으로 법적 처벌을 받더라도, 아이템 현금거래의 유혹이 있는한 재범, 3범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개연성이 크다”며 “아이템 거래에 대한 제재 기준이 하루 빨리 마련돼야 명의 도용도 원천적으로 차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이 온라인게임 자동사냥 프로그램을 유포한 것에 이미 업무방해죄를 적용한 만큼, 명의도용의 온상이 되고 있는 작업장에도 업무방해죄 등의 적용을 검토해야한다는 것이 게임업계의 중론이다.

사실상 도박장 보다 더 악날하게 이득을 취하는 작업장은 이번 사건에서도 드러났듯 명의도용 피의사실이 아니면 단속이 불가능할 정도로 단속이 허술한 상황이다. 지난해 9월에는 중국 작업장 운영자가 한국에서 아이템 현금거래를 하다가 적발됐지만, 정작 처벌된 것은 작업장 운영 그 자체가 아니고 외환관리법 위반이었다. 법조계 전문가들도 작업장이 게임업계에 기생해 부당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데 주목하면서, 관련 처벌조항에 대한 법리적 검토가 있어야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와함께 이번 사건에서 경찰이 밝혔듯 인터폴과의 공조로 중국내 불법 작업장을 근절할 수 있는 끈기있는 단속이 필요하다. 중국 인터넷에선 한국인의 명의가 실질적으로 거래되고 있다는 정황이 속속 포착되면서 한국 게임업계를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