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의 과징금 줄타기. 정말 아슬아슬하다. 합법과 불법을 오간다. 이동통신 4사가 이번에 또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금액은 732억원. 사상최대란다. 올해 낸 과징금만 1053억원. 불법보조금을 지급했다는 게 이유다. 단말기 보조금을 놓고 얼마나 많은 논쟁이 있었던가. 정책도 바뀌었다. 보조금 지급 규제에서 보조금 허용으로 돌아섰다. 지난 3월이다. 당시 이통사 CEO들은 공정경쟁을 다짐했다. 클린 마케팅에 다걸기 하겠다고 했다. 그런 내용의 이용약관을 정보통신부에 냈다. 그리고 3개월여가 지났다. 달라진 게 아니었다. 클린 마케팅은 모습을 숨겼다. 탈법과 불법이 고개를 내밀었다. 그래서 과징금이란 돈 망치를 맞았다. 이런 조치만으로 불법이 사라질 것인가. 천만의 말씀이다. 처음에는 자숙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그러나 시일이 지나면 다시 불법이 판을 친다. 과거가 이를 입증한다. 과징금을 내더라도 단말기 판매로 더 많은 수익을 낸다면 불법 보조금을 줄 것이다. 이를 알면서 순진하게 손 놓고 있을 이동통신사는 없다.
지난 3월 정부가 보조금 지급을 허용할 때도 이동통신사 간 찬·반으로 의견이 갈렸다. 찬성하는 측은 시장경쟁에 맡기자고 했다. 반대하는 측은 허용할 경우 경쟁이 치열해 시장질서가 혼탁해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부는 조건을 붙여 보조금 지급을 허용했다. 조금 지나자 과당 경쟁이 시작됐다. 이통사들은 보조금을 계속 올리는 추세다. 이 경우 단말기 수요는 늘어난다.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층이 타깃이다. 일선 대리점에선 가입자를 늘리기 위한 살풍경이 벌어진다. 경쟁이 경쟁을 부채질하는 악순환이다.
이동통신시장은 마치 ’두더지 게임’을 보는 느낌이다. 망치로 때리면 들어갔다가 다시 튀어 나오는 식이다. 이런 식이라면 단속→과징금 부과 혹은 영업정지라는 조치가 반복될 것이다. 이런 궤도를 벗어난 적이 없다.
과연 이대로 좋은가. 아니라면 단말기 보조금 문제를 다시, 더 깊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만든 법은 어떤 경우든 지켜야 한다. 하지만 언제까지 단속과 과징금 부과라는 쳇바퀴만 돌 수는 없다. 보조금 지급을 이통사 자율에 맡기든지 아니면 불법을 근절하든지 명확하게 해야 한다. 시장을 이길 정책은 없다고 한다. 정부가 언제까지 기업 간 경쟁에 관여해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도 없다. 더욱이 이도저도 아닌 어중간한 정책은 이통사들의 줄타기를 묵인하는 것이다. 줄타기를 잘하면 합법이고 잘못하면 불법이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통사들도 마찬가지다. 품질과 최상의 서비스, 특화 전략으로 경쟁해야 생명력이 있다. 지금 시장에 가면 가입할 때는 쉽지만 해지하려면 까다롭고 불친절한 영업행태가 여전하다. 이런 건 고칠 생각 않고 파는 데만 열중한다면 소비자와 인간적 교감을 갖기 어렵다. 과징금은 우리가 만든 볼썽 사나운 작품이다. 새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 고객에 대한 감동서비스를 해야 한다. 기업의 뿌리는 기술과 서비스, 마케팅력이다. 과징금 낼 돈을 기술개발과 서비스 향상에 쓴다면 기업 체질이 크게 개선될 것이다. 이통사 CEO들도 그렇다. 말로는 정도경영, 클린 마케팅을 하겠다고 하지만 거의 공수표다. 대학이나 연구소 등에서 정도경영을 강연하지만 자신은 그렇게 안 한다. 이 또한 이통사들의 일그러진 현실이다. 문제를 풀려면 정면 대응해야 한다. 이통사 간 진흙탕 싸움은 이제 보고 싶지 않다. 솔직한 마음이다.
이현덕주간@전자신문, hd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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