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와 문화의 융합을 통한 콘텐츠의 경쟁력 강화 방안’ 보고서는 박기영 전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이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콘텐츠 산업의 차세대 먹거리 육성 전략을 수립하라는 특명을 받고 지난해 4월부터 민간 전문가들과 수십 차례 회의를 진행해 나온 결과물이다.
당초 올해 초 대통령에게 보고될 예정이었으나 ‘황우석 논문 조작 사건’과 관련해 박 전 보좌관이 사퇴하면서 자칫 사장될 뻔했다. 그러던 중 김선화 신임 보좌관이 임명되면서 수정 보완작업을 거쳐 마침내 빛을 본 것이다.
세부 추진계획은 추후 만들어질 예정이지만 국가 차원에서 콘텐츠 산업 발전을 챙기기로 한 것 자체가 갖는 상징적인 의미가 매우 크다.
◇함께 만들어 나가자=보고서는 현재 콘텐츠 산업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은 법·제도적인 미비가 아니라 이를 실질적으로 운용하지 못한 데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문화산업진흥기본법과 온라인디지털콘텐츠산업발전법 등 관련 법에는 콘텐츠 산업 육성을 위해 각 부처의 차관 등이 참여하는 협의회를 운영하도록 명시돼 있지만 구체적인 사안으로 들어가면 각 부처가 실익을 따질 수밖에 없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보고서는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는 민간인을 위원장으로 하는 콘텐츠정책협의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청와대가 밀어주는 정책협의회가 본격적으로 부처 간 협력을 챙기기 시작하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협력 분위기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당장 관련 내용의 청와대 보고가 임박하면서 국무조정실에서 수개월간 끌어온 문화부와 정통부의 콘텐츠 식별체계 중복 문제가 ‘서로 잘 협의하라’는 방향으로 봉합되는 등 부수적인 효과가 나오기도 했다. 정책협의회에 학계 등 민간 전문가와 사업자, 협회 관계자들을 참여시켜 현장 중심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계획 역시 탁상공론식 산업 육성 방안 도출을 막는 데 많은 기여를 할 전망이다.
◇‘IT+문화→세계 5대 콘텐츠 강국’=보고서는 ‘한류’로 대변되는 우리 문화산업의 잠재력이 세계 최고 수준의 IT 인프라와 만나면 세계 5대 콘텐츠 강국으로 우뚝 설 것으로 확신했다.
이미 각 분야에서 핵심 기술 개발이 상당 부분 진행됐기 때문에 이를 콘텐츠 업계가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수요자 중심으로 변환하고 알맞은 곳에 연결만 해준다면 IT 기반 콘텐츠 산업이라는 ‘블루오션’을 개척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와이브로 등 새로운 콘텐츠 환경이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시도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기반으로 한 국내 콘텐츠의 해외 시장 진출 가능성을 매우 높게 평가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기술 개발 여건 강화 △기술 이전 활성화 △기술 인력 양성 강화 △산업 활성화 지원체계 강화 △부처 간 공조 활성화 5대 부문에서 10대 중점 추진 과제를 펼쳐 나가면서 세계 시장에서 우리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실행 의지가 중요=콘텐츠정책협의회 구성과 함께 콘텐츠 산업 육성을 위한 공동 협력의 장은 마련됐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역시 이해 당사자들의 실행 의지다.
이를 위해 각 부처가 각자 손익계산서를 앞세우기보다는 전체 콘텐츠 산업 발전을 위한 방향으로 생각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계획이 구체화되면 콘텐츠 주무 부처임을 내세웠던 문화부도 정통부에 참여 기회를 열어줘야 하고, 정통부 역시 사안에 따라 기술 개발 분야에 대한 문화부의 참여를 어느 정도 허용해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부처 간 이해관계를 떠나 국가 차원의 손익을 따지면서 연구개발 역량을 한곳에 집중해야만 콘텐츠 산업을 차세대 먹거리로 키우겠다는 참여정부의 야심찬 계획이 소기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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