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IT업체 국내 R&D센터 설립 지지부진

외국계 기업 연구개발(R&D)센터 유치를 통한 정부의 동북아 정보기술(IT) 허브 기반 조성에 비상이 걸렸다. 국내 R&D센터 설립을 발표한 외국계 IT기업들이 특별한 이유 없이 계획을 연기하거나 무산시키는 동시에 설립 희망 기업조차 최근 급격히 줄어드는 등 지지부진하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오라클·사이베이스·비즈니스오브젝트 등 국내 R&D센터 설립을 확정하거나 검토했던 업체들이 센터 설립을 늦추거나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등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세계적인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업체인 사이베이스는, 지난해 이미 “늦어도 올 상반기에 국내 R&D센터를 설립할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후속작업이 거의 없는 상태다. 지난해 3월과 11월 존 첸 회장이 직접 방한해 국내 R&D센터 설립에 대한 투자규모 등 구체적인 로드맵까지 제시했으나 아직 설립 여부마저 확정하지 않았다.

 한국사이베이스 고위관계자는 “최근 본사로부터 국내 R&D센터 설립과 관련해 어떤 말도 들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사이베이스가 국내 R&D센터 설립을 사실상 포기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세계 최대 기업용 소프트웨어(SW)업체인 오라클도 당초 5월까지 R&D센터를 개관할 예정이었으나 오는 8월로 개소식을 미룬 상황이다. 하지만 이도 장담할 수 없다. 권기식 한국오라클 R&D센터장은 “현재 추진중인 프로젝트를 완료하면 R&D센터를 곧바로 개관할 것”이라면서도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잡지 못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인텔리전스(BI)업체인 비즈니스오브젝트도 지난 2월 본사 존 스왈츠 회장 방한을 계기로 국내 R&D센터 설립을 검토했으나 한국 내 전략적 파트너를 찾지 못해 진전이 없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우리 정부의 정책 기조 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둔 외국계 업체들의 소극적인 자세를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이와 함께 생색내기용 한국 R&D센터 건립에 대한 비판과 가시적 효과를 자신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주요인이라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외국계 IT업체 고위 임원은 “최근에는 외국계 R&D센터 유치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며 “국내에 R&D센터를 설립하는 외국계 업체는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정보통신부는 지난해 11개 외국계 기업의 R&D센터를 유치했고, 올해는 SAP 등 2곳에 그쳤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