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 30일로 예정됐던 030 인터넷전화의 070 번호 강제 통합이 업계 반발로 일단 9월 30일로 미뤄졌다. 그러나 통합 연기가 요금 인상 요인 등을 잠재우는 것은 아니어서 070 번호통합 정책은 현실과 제도가 따로 존재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26일 정보통신부와 통신위원회는 오는 30일까지 인터넷전화 착신용 UMS번호(030)와 개인번호(050)를 070으로 통합하기로 했으나 별정사업자들이 강하게 반발하자, 통합시기를 9월 30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하나로텔레콤 등 기간통신사업자가 쓰는 030과 050 번호는 6월 30일까지 070으로 통합해야 한다.
◇070 번호통합 결국은 요금인상=통신위원회 방침에 따라 약 40여 만명이 쓰는 것으로 추정되는 030·050 번호 사업자들은 일단 “쓸 수 있을 때까지 쓴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계속 쓸 경우 매출액의 3% 이내의 벌금을 내야하기 때문에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사업자 가운데 아이엠텔은 가상번호 체제를 개발해 가상번호를 통해 착신번호를 계속 쓰게 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접속번호(6202-XXXX)를 통해 접속한 후 가상번호(030을 제외한 8자리 숫자)로 재접속하는 방식이다. 무료라는 장점이 있으나 접속 방식은 훨씬 복잡해졌다. 또 070 착신번호 이용료는 매달 3300원, 1년 3만3000원의 번호 사용료를 내야 한다.
애니유저넷·새롬씨앤티 등은 가입자가 070 번호 이전을 원하면 가상번호 없이 이전해주기로 했다. 그러나 폰투폰 방식의 인터넷전화 처럼 요금은 월 기본료 2000원에 3분당 45원으로 인상된다. 이처럼 070 번호 통합은 비용 상승을 초래, 결국 이용자의 부담으로 이어지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070 번호통합이 이용자를 보호하고 혼란을 줄인다는 취지는 좋으나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아무도 안 쓰는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웹투폰 이용대가 산정 기준 모호=이 같은 요금인상 효과는 KT가 지난주 070 인터넷전화 웹투폰 방식에 대해 포트당 1500원(가입자당 1500원)의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각 사업자에 전격 통보하면서 비롯됐다. KT가 망 이용대가 회수에 적극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눈치를 보던 하나로텔레콤·데이콤 등 나머지 기간통신사업자들도 움직일 태세다. 웹투폰 사업자들은 ‘망 이용대가’ 산정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웹투폰 방식에 대해서도 폰투폰 방식의 070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반발했다.
한국텔레포니연합회(KTA) 관계자는 “일방적으로 망 이용대가를 산정한 것은 그간의 합의를 무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통부 통신경쟁정책팀 관계자는 “망 이용대가 산정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라며 “조만간 합리적인 수준에서 중재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카이프 정책도 불분명=그동안 국내사업자와 차별대우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스카이프 정책도 불분명하다. 정통부가 26일 “지난주 스카이프에 대해 신규 가입자를 받지 못하도록 방침을 정했다”라고 했으나 스카이프는 신규 가입자 모집을 중지하지 않은 상태다. 정통부의 가입자 모집 중단 방침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스카이프 관계자는 “옥션을 통해 별정사업자로 등록했으며 아직 070 식별번호를 사용한 적이 없어 영향은 없다”라며 “최대한 빨리 제도에 맞춰 사업을 진행하겠다”라고 말했다.
손재권기자@전자신문, gjack@
<용어설명>
△인터넷전화(Internet Telephony):전기통신설비를 이용하여 구성한 인터넷을 통해 통화권 구분없이 음성 등을 송신하거나 수신하게 하는 통신서비스로서 VoIP(Voice over Internet Protocol)라고도 함.
△웹투폰(Web to Phone):소프트폰이라고도 하며 컴퓨터나 노트북 등에, 인터넷전화 소프트웨어를 다운로드 받아 사용하는 방식. 현재 스카이프 상당수 인터넷전화는 이 방식을 쓴다. (사진 :스카이프)
△폰투폰(Phone to Phone):하드폰(Hard Phone)이라고 불리며 인터넷 프로토콜을 이용하기 때문에 집이나 사무실에 있는 전화를 대체할 수 있는 전화수단으로 각광을 받았다. 070 인터넷전화는 현재 폰투폰에 맞춰져 있다. (사진:네트웍스―인터넷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