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쓰라린 패배를 딛고
가비아가 도메인, 호스팅 시장에 안착한 후부터 나는 부쩍 코스닥 상장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돈을 벌기 위해 시작했던 사업이지만 단지 돈을 버는 것 이상으로 가비아는 내 개인의 회사가 아닌 국가와 사회의 일원으로서 가치를 창출해야 하는 존재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바라는 바는 가비아로 인해 많은 사람이 행복했으면 하는 것이다. 20만에 달하는 기업과 개인 고객들 그리고 120명이 넘는 직원들이 가비아에 만족하고 사랑할 수 있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다 ‘큰’ 가비아가 되어야만 했다.
코스닥 상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주변에서는 격려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많았다. 상장시기가 너무 빠른 것 같다, 좀 더 매출과 수익을 늘리고 개인적으로 지분도 가져간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 등등.
그러나 난 갈등하지 않았다. 회사는 모든 것이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야만이 개인적인 욕심에서 자유로울 뿐 아니라 경영상에서도 최선의 결정을 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상장을 위해 회사의 구조를 정비해갔다. 외부 인재를 영입해 회사의 체계를 잡고, 외감법인이 아님에도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았다. ISO9002 인증을 획득해 관리업무도 체계화했다.
2003년 매출이 78억원을 넘기자 주간증권사를 선정해 코스닥 등록을 추진했다. 그러나 2004년 첫 도전은 결과적으로 실패로 끝났다.
매출성장률, 부채비율 등 서류상의 문제는 아니었다. 바로 가비아의 주력 사업인 도메인과 호스팅 시장의 규모와 성장성이 문제였다. 특히 2004년 7월에 시행된 ‘인터넷주소자원관리법’은 도메인 시장이 위축될 것이란 불안감을 가져와 코스닥 실패의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답답했다. 인터넷 비즈니스의 인프라로서 도메인과 호스팅을 알리고 시장을 확대하려면 해당 업계에서 상장기업이 나와줘야만 했다. 그리고 가비아라면 충분한 성장과 내실을 통해 이를 이루어나갈 자신이 있었다.
다시 한번 도전해야 했다. 도메인과 호스팅 시장에서의 지속적인 성장은 물론 새로운 성장동력에 대한 준비도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여담이지만 코스닥 상장심사 과정에서 심사위원들과의 인터뷰가 있었다. 질문 내용 중 상장 후 회사를 팔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 “나보다 경영을 잘 할 사람이 나타나 적정한 가격을 쳐준다면 못할 것도 없다”고 답했다. 속으로 ‘심사위원들이 원하는 답은 아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솔직한 내 심정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인터넷 비즈니스에 뛰어 들었던 많은 CEO들이 ‘나 아니면 안된다’라는 생각으로 독단적인 경영을 펼치며 몰락의 길을 걸을 때, 굳게 다짐했었다. 적어도 난 눈과 귀를 닫아버린 독단적인 경영자는 되지 말자고.
비록 첫번째 도전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주어진 현실을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였고 더 많은 것을 준비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재도전의 발판을 다시 다져나가기 시작했다.
khk@gab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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