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새 총장에 거는 기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지난 23일 이사회를 열고 서남표 미국 MIT 석좌교수를 새 총장으로 선출했다. 서 신임 총장이 앞으로 KAIST를 어떻게 이끌어갈지가 과학기술계의 뜨거운 관심사로 떠올랐다.

지난 2004년 7월 대대적인 환영행사 속에 취임했던 로버트 러플린 총장은 그 후 2년간 좌충우돌하며 개혁을 도모했으나 끝을 맺지 못했다. 글로벌 프로젝트와 대학 위상제고 등 몇 가지 눈길을 끄는 일을 했다. 하지만 KAIST 내부의 호응을 얻지 못해 4년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물러나게 됐다. 일부 사람들은 러플린 총장에 ‘절반의 실패’라는 평가를 내린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 국내 실정과 외국의 정서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말도 있다. 여러 평가가 있지만 가장 안타까운 것은 ‘리더십 부재’와 ‘소통 실패’라는 평가가 아닌가 싶다.

국민과 KAIST 구성원은 러플린 총장이 KAIST를 미국 스탠퍼드대학처럼 만들어 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언젠가는 KAIST의 자립 문제가 현안으로 부각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러플린 총장이 갖고 있던 이상은 정부가 지향하는 이공계 엘리트 인력 양성 취지와 어긋나거나 시기적으로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아쉬운 대목이다.

이번에 선출된 서 신임 총장도 개혁성향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KAIST 일부 교수가 ‘떨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서 신임 총장이 MIT 기계공학과장을 맡았을 때 교수 40%를 다른 과로 보냈던 일을 놓고 말들이 많다. 구조조정의 서막이 올랐다는 관측도 나온다. 기대도 하지만 우려감이 더 크다는 것이 KAIST 구성원들의 솔직한 인식이다.

아무튼 서 신임 총장은 KAIST가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외국인 총장을 영입하고도 개혁을 완성할 수 없었던 이유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개혁은 현실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교수가 적극 참여하지 않는 개혁이란 의미가 없다.

KAIST가 국내용이 아니라 국제적 수준의 교육·연구 기반을 구축하는 세계적 리더 양성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데는 누구도 토를 달지 않는다. 서 신임 총장이 이러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대안을 모색한다면 4년 뒤 성공한 총장이라는 평가를 받지 않을까 한다.

대전=경제과학부=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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