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子曰 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만 못하며 좋아하는 자는 즐거워하는 자만 못하다)’. 논어 옹야편 18장에 나오는 구절이다. 글자 그대로 지(知)는 아는 것, 호(好)는 좋아하는 것, 락(樂)은 즐거워하는 것이다.
인간은 모든 사물에 대해 지(知)와 호(好)와 락(樂)의 세 가지 단계, 즉 세 가지 태도를 가지며 학문이건 예술이건 사업이건 간에 모든 분야에서 아는 단계보다도 좋아하는 단계가 더 좋고, 좋아하는 단계보다도 즐거워하는 단계가 더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자는 ‘지·호·락’을 가리켜 ‘지(知)란 진리의 존재를 파악한 상태고, 호(好)가 그 진리를 아직 자기 것으로 삼지 못한 상태임에 비해 락(樂)은 그것을 완전히 터득하고 자기 것으로 삼아서 생활화하고 있는 경지’로 풀이한다.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 박지성 선수는 현대축구에 잘 어울리지 않는 175㎝·70㎏이라는 왜소한 체격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는 세계 최고의 프리미어리그에서도 ‘기관차’라는 닉네임으로 불리며 멀티 플레이어로 인정받으면서 맹활약하고 있다. 특히 그는 축구전문가들로부터 축구를 즐길 줄 아는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지·호·락’을 삶에 적용해 축구의 달인이 된 좋은 사례다.
최근 시장은 업종에 관계없이 독점 혹은 과점 경쟁에서 완전 경쟁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IT업계에서는 새로운 기술의 발달로 컨버전스 시대로 접어들면서 기존의 사업영역을 뛰어넘는 수평적 무한경쟁이 시작됐다. 우리 주변의 재래식 식당은 고품격의 프랜차이즈점과, 슈퍼마켓은 대형 유통점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생존권을 건 치열한 경쟁이 날로 가속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무한 경쟁시대로 접어들면서 소비자는 어떤 기업을 선택해야 할 것인지를 놓고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됐다. ‘고객이 왕’인 진정한 고객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최근 모든 기업의 경영이념에는 ‘고객감동경영’이라는 용어가 약방의 감초와 같이 들어 있다. 이는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고객을 감동시키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겠지만 종사원들의 역량이 중요하다.
역량은 곧 지·호·락의 지(知)를 의미한다. 종사원들이 고객을 감동시키겠다는 의지만으로는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 날로 다양하게 변해 가는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표출되지 않은 고객의 마음까지 최단시간 내에 파악할 줄 알아야 하고, 다양한 개성을 지닌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종사원들이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는 역량을 갖추었다고 고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원들이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좋아해 자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이 지·호·락의 호(好)를 의미한다.
종사원들이 고객감동 서비스를 좋아하고, 자발적으로 행한다면 고객감동을 이룰 수 있을까. 공자는 지·호·락의 호(好)는 ‘그 진리를 아직 자기 것으로 삼지 못한 상태’라고 했다. 또 성공적인 고객감동을 위해서는 종사원들이 ‘그것을 완전히 터득하고 자기 것으로 삼아서 생활화하고 있는 경지에 도달해야 한다’고 했다. 이것을 지·호·락의 락(樂)이라고 한다. 날로 경쟁이 심해져 고객감동이 화두가 되고 있는 이 시대에 공자의 ‘지·호·락’은 그 의미를 되새겨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무실에는 ‘고객에게는 기대 이상의 감동을! 사원에게는 꿈과 희망을!’이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고객과 만나는 동안에 고객의 마음을 감동시키고, 사원들은 감동을 주는 행위를 통해 즐거움을 얻고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꿈을 실현하자는 의미다.
즐김으로써 ‘고객에게 놀라운 감동으로 가득한 삶’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직원들의 근저에 지·호·락의 삶이 가득하기를 기대해 본다. 아니 이 사회의 모든 구성원의 삶 속에 지·호·락이 가득하기를 기원한다.
신병곤 KT 수도권강북본부장 (shinbg@k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