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케이블發 `미디어 혁명`](상)비로소 잠에서 깬 케이블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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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디지털전환 완료, 150개 전 채널 HD 송출, 보급형 디지털셋톱박스 무상 보급.’ 한국케이블TV방송국협의회가 21일 발표한 디지털전환 정책의 핵심이다. 케이블TV(SO) 업계가 막대한 투자비 부담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강수를 둔 배경은 지지부진한 디지털 전환율에 대한 반전을 꾀하기 위해서다. 이번 결정으로 SO업계는 단계적 디지털 전환이라는 기존 정책을 완전히 뒤집었다. 우리나라의 디지털방송 시장 판도를 변화시킬 이번 발표를 계기로 국내 디지털방송 정책과 시장에 대해 3회에 걸쳐 긴급 진단한다.

 

국내에서는 디지털케이블TV 시대는 지난해 2월 CJ케이블넷이 서울 양천지역에서 본방송에 나서며 시작됐다. 디지털케이블은 양방향성, 고선명, 고음질, VOD·데이터방송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 등으로 케이블 시장의 활력소가 될 것으로 기대됐었지만 지금까지 성적표는 참담한 수준이다.

◇저조한 디지털 전환실적=지난해 말 디지털 전환 가입자는 4만9000가구. 당초 목표치인 33만 가구의 13.6%에 불과했다. 올해 4월말까지도 10만3000가구에 그쳤다. 이러한 추세라면 올해 누적가입가구 목표치인 116만가구의 3분의1도 어려울 지경이다. 지상파를 비롯한 모든 방송의 디지털 전환도 기대에 못 미친다. 정통부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디지털TV 수상기 보급률은 25%를 기록할 전망이다. 아날로그 방송 종료 목표시점인 2010년에 가도 디지털TV 수상기 보급률이 52%에 그쳐 디지털방송 정책 실패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실적 저조 원인=우선 아날로그 케이블 요금과의 격차가 커 시청자의 반발감이 높다. 아날로그 케이블의 경우 지난해 가입자당월매출액(ARPU)이 5888원이었다. 하지만 방송위가 승인한 디지털케이블TV 이용약관에 따르면 디지털케이블 요금은 월1만8000∼2만5000원 사이에서 책정해야 한다. 2∼3배의 요금차이에도 불구하고 화질 등 디지털방송을 통해 시청자들이 느끼는 차이점이 없는 것도 문제다. 채널도 거의 유사해 차별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아날로그 방송의 채널상품에 4개 이상의 의무티어 채널을 운영토록 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채널 상품 간 차별성 부족으로 고가 상품으로 전환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케이블카드 분리를 의무화 함으로써 디지털 셋톱박스의 가격이 높아진 것도 디지털케이블 보급 확산에 걸림돌이다.

◇목마른 자가 우물판다=최근 국내 방송·통신 환경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SO업계가 앉아있을 수 만은 없게 됐다. 거대 통신사업자들이 IPTV를 통해 방송 시장 진입을 꾀하고 있고, 지상파 방송사들은 멀티모드서비스(MMS)를 통한 방송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SO업계가 2010년 완전 전환, 전 채널 HD 송출이라는 강도높은 카드를 꺼내든 배경이다.

이번 한국케이블TV방송국협의회의 결정은 디지털방송 시장을 뒤흔들 만한 영향력을 내재하고 있다. 우선 1600만으로 예상되는 전체 케이블TV 가입자가 디지털방송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디지털TV 보급률이 급격히 높아질 것으로 점쳐진다. 이를 통해 2010년 아날로그 방송 종료라는 정책 목표 달성에도 힘을 보탤 전망이다. 엄청난 산업유발 효과도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권건호기자@전자신문, wingh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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