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핵심 전략 산업인 디지털전자 산업이 무한경쟁으로 붉게 물들어가도 돌파구는 있다. 바로 부품 소재 기반의 융합신산업이다. 기술과 산업의 패러다임이 디지털전자 제품의 융합에서 분야간 융합으로 옮겨가는 상황에서 융합신산업이야 말로 우리가 놓칠 수 없는 기회의 땅이다.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전통산업과 신산업의 조화=융합신산업은 첨단 디지털 전자기술에 생명공학(BT)과 나노기술(NT)이 접목된 신기술을 기반으로 기계나 전자, 자동차 등의 전통산업과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의료, 환경, 에너지 등의 분야가 결합된 고부가 신산업을 말한다.
미국 일리노이대학의 케빈 김 교수는 “세계는 IT와 BT, NT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각 분야가 융합되면서 융합신산업이라는 새로운 싹이 트고 있다”며 “융합신산업은 전통산업의 재도약 의지와 새롭게 이슈화되는 미래 잠재시장의 동력이 만나는 차세대 성장 엔진”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융합신산업은 기존 기술로 실현할 수 없는 나노 세계, 질병 세계, 환경 및 에너지 세계, 가정 내 오감의 세계 등 새로운 영역을 개척, 보다 더 편안하고, 즐겁고, 창조적인 삶을 가능케 할 전망이다.
이러한 융합신산업의 핵심은 부품소재다. 부품소재는 원천기술을 의미한다. 원천기술을 응용하는 분야가 더욱 넓어지기 때문에 융합신산업 시대에는 부품소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예를 들어 나노 반도체 기술을 확보하면 이는 디지털전자 분야뿐 아니라 바이오 센서나 환경 센서라는 제품도 낳을 수 있다. 이는 다시 기상관측기기나 혈당측정기 등 환경이나 의료 분야의 상품으로 이어진다.
◇다섯 가지 융합신산업 세계=융합신산업은 디지털메카에이전트와 u헬스웨어, u비히클전자, 디지털환경 및 에너지, 마지막으로 디지털신융합가전이라는 다섯 가지 영역으로 구분된다. 모든 분야가 디지털전자 기술을 중심으로 주요 산업의 영역이 융합, 새로운 시장을 만든다.
디지털메카에이전트는 기계산업에 IT, NT, BT 기술이 더해져 지능적이고 자율적인 기능을 내는 기계전자 모듈을 의미한다. 인공심장, 인공 손, 재난극복 산업용 시스템, 미세 부품제작용 툴 등 인간 주위에서 인간을 보조함으로써 인간 활동의 능력과 영역의 확장을 지원하는 제품이 나온다.
디지털기술에 의료 및 웰빙 산업이 접목된 u헬스웨어는 주로 바이오 분석기기의 핵심모듈로 상품화된다. 극미량의 바이오 물질을 통해 질병인자와 환경 유해성분 검출을 가능케 해 인간의 종합적인 건강 상태를 진단해낸다.
u비히클전자는 디지털기술과 자동차 및 선박산업의 만남이다. 자동차 및 선박에서 디지털기술을 이용, 충돌 회피, 운전자 안전과 편리 지원, 차량 내 통합네트워크, 지능형 자가진단, 친환경 시스템 등이 만들어진다.
디지털환경 및 에너지는 국제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원유와 원자재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그 중요성이 매우 크다. 빌트인 타입 광전변환소자, 친환경 미래 광원소자, 디지털환경검지 소재 등을 바탕으로 고효율 신조명, 대면적 태양광발전기, 초박형 나노냉각장치 등이 기대주다.
디지털기술과 가전이 접목된 디지털신융합가전은 육체적 안락함과 정신적 행복감을 동시에 가져다준다. 두루마리 TV나 생체진단 냉장고 등 지능형, 환경형 및 웰빙형 가전기기로 나타날 전망이다.
◇디지털코리아의 미래, 융합신산업=융합신산업은 우리나라가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야 할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넘어오면서 우리나라의 디지털 전자산업은 세계 최고 수준에 올랐지만 일본의 부활과 중국의 급성장이라는 전환기를 맞이했다.
특히 중국의 급부상에 의해 2010년경에는 우리나라의 디지털전자 주력 제품이 중국에 밀릴 수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새로운 블루오션인 융합신산업을 발굴, 육성해야 할 당면과제에 부딪혔다.
여기에 인간 삶의 질 향상과 웰빙 시대, 고유가와 환경 문제 등이 겹치면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융합신산업의 가치는 상한가를 달리고 있다. 다섯 가지 융합신산업은 디지털TV나 PC, 휴대폰 등 디지털전자 핵심 제품의 자리를 오는 2010년경에 대체할 전망이다.
김종갑 산자부 차관은 “세계적으로 융합신산업의 시장 규모는 오는 2010년 약 2조달러에 이를 것”이라며 “우리는 디지털 혁명에 어울리는 담대함과 섬세함을 고루 갖추고 있기 때문에 융합신산업에서도 저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융합신산업이 장밋빛 미래만은 아니다. 우리뿐 아니라 이미 미국이나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융합신산업 육성에 천문학적 금액을 투자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원천 기술과 특허 확보도 관건이다.
김춘호 전자부품연구원장은 “융합신산업은 강력한 전후방 산업 연관효과 및 폭발적 잠재수요를 갖고 있지만 이미 국가간 물밑 경쟁이 시작됐다”며 “융합신산업은 아직 도입기이기 때문에 성숙기의 산업과는 달리 기술선점 및 시장 지배력 확대 성공의 열쇠”라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또 “특히 기술개발 불확실성과 위험도가 높아 민간 투자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 등 공공부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장동준기자@전자신문, djjang@
◆융합신산업은 21세기의 엘도라도
융합신산업은 앞으로 펼쳐질 시장 규모가 엄청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단지 가능성이 크다는 차원을 넘어 실질적으로 우리의 차세대 먹거리로 충분하다는 말이다.
단순히 거대한 시장 규모뿐 아니라 원천 기술이 밑거름이 된 부품 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익성은 갈수록 레드오션으로 변하고 있는 현재의 디지털전자 산업과 비교하기 어렵다.
국내외 유력 조사기관 및 연구소의 보고서를 종합해보면 오는 2010년 융합신산업 관련 시장 규모는 무려 1조3850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2005년 기준으로 1조3500억 달러인 세계 디지털전자 시장(백색 가전 제외) 전체 규모를 웃도는 금액이다.
이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디지털 메카 에이전트 산업의 2010년 예상 세계시장 규모는 1500억 달러다. 이 가운데 핵심 제품인 나노기반 고기능 구동모듈과 휴먼 인터페이스 감지 및 인지 센서의 시장은 2010년 이후에도 성장세가 지속, 2020년에는 약 1445억 달러의 시장이 만들어질 전망이다.
21세기 유망 산업으로 손꼽히는 의료기기 산업 중 융합신산업인 u헬스웨어만 2010년에는 무려 3800억 달러의 황금광맥이 기대된다. 특히 원격재택 진료의 확대로 의료기기에서 u헬스 부품의 비중이 급증할 전망이며 바이오칩 역시 매년 30% 이상 성장, 2012년에는 약 125억 달러의 시장이 예상된다.
자동차 산업의 융합신산업인 u비히클전자 시장은 전장 부품에 대한 수요 확대와 비례해 성장한다. 일본의 후지키메라연구소에 따르면 전장 부품 비중이 현재 20%에서 2010년에는 31%로 상승, u비히클전자 시장이 2200억 달러로 추산된다.
디지털환경 및 에너지산업의 시장규모는 융합신산업 중에서도 최고다. 일본 노무라연구소나 삼성경제연구소 등에 의하면 이 시장은 작년에 570억 달러 정도였는데 2010년에는 10배가 넘는 6000억 달러라는 엄청난 성장이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디지털신기술 융합가전 시장은 연평균 4.7%씩 성장, 2010년 35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지능화와 감성화, 웰빙 등을 키워드로 한 융합기기가 중장기적 성장의 촉진제로 보인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융합신산업 2010년 세계 시장 전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