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온라인 게임이 중국과 일본, 동남아 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 진출하면서 ‘한국문화수출’에 큰 공헌을 하고 있다. 게임이 음악과 영화·드라마에 이어 ‘한류’ 열풍을 일으키는 주역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한국의 온라인게임은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적 코드로 자리 잡았다. 이같은 성과는 게임 자체의 작품성이 뛰어난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개발자와 기획자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노력이 없었다면 오늘과 같은 결과를 얻기 힘들었을 것이다.
현지인들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도록 그들의 문화를 접목시킨다던가, 언어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작업 등 게임성공엔 개발자들의 많은 노력이 숨어 있다. 마치 한국의 가수가 해외에 진출해 그들의 언어를 한마디라도 배워서 말하는 것과도 같이. 물론 개발자들의 노력은 언어를 배우는 것 이상임에는 두말할 나위도 없다.이처럼 해외에 서비스되는 국내 온라인게임의 경우 캐주얼과 MMORPG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해외 유저들에게 재미를 안겨주고 있다.
캐주얼 게임의 경우 귀여운 등장인물이라던지 게임성이 해당 국가의 정서와 큰 차이점이 없는한 별다른 수정을 거치지 않고 언어작업만을 거쳐 서비스되고 있다. 물론 해당 국가에 휴일이나 기념일 등에 개최되는 이벤트나 색다른 아이템 등은 있으나, 이 역시도 국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중국에서 서비스중인 예당온라인의 ‘오디션’ 역시 국내와 큰 차이점은 없지만, 최근의 한류를 반영하듯 중국에 서비스되는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가요가 등장한다. 물론 중국 현지 가요도 있다. 하지만 한국에선 중국의 가요를 들을 수 없다.
중국에서 즐기는 유저들이 한국유저보다 많은 음악을 듣는 셈이다. 물론 업데이트나 기타 게임관련 변경사항 등은 국내유저들이 보다 빨리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에선 한국가요와 중국가요를 들을 수 있지만, 한국에선 중국가요를 들을 수 없다는 것이 조금 섭섭한 유저들이 생길지 모른다. 하지만 온라인게임 종주국으로서 그런 것도 이해하지 못한다면 어찌 종주국이라 자부할 수 있겠는가.
오히려 한국게임이 해외에서 사랑받는다는 사실에 긍지를 가져야 할 것이다. 향후 중국노래 뿐 아니라 전세계 가요를 ‘오디션’에서 접할 수 있다고 하니 그렇게 실망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오디션’의 경우 온라인댄스게임이라는 특성상 다른 국가와 문화적 충돌을 빚을 염려가 적기때문에, 나라에 맞는 음악추가가 현지화 작업의 주가 되지만, MMORPG의 경우 세계관이나 등장 캐릭터들이 가끔 문제를 일으키는 부분이 있어 국내와 큰 차이점을 보이기도 한다.
레이싱게임이나 기타 스포츠게임처럼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MMORPG의 경우 해외에서 좀 더 세심한 신경을 쓰게 되는 것이다.
그 예로 퀘스트안내 메시지만 하더라도 캐주얼 작품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복잡한 언어수정작업을 거쳐야 한다. 여기에 게임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몬스터나 직업들 그리고 주인공들의 의상마저도 신경써야 할만큼 해외 진출은 힘겨운 작업의 연속이다.
물론 팬터지세계관 자체가 해외에서 개척된 장르인만큼 전반적인 게임 속 분위기는 해외 게이머들에게 거부감을 불러 일으키진 않는다.
하지만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야 하는 법’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의 경우 이런 문화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게임 속 캐릭터명이나 몬스터들을 국내와 다르게 표현하기도 한다.
몇가지 예를들면 전승 직업군 캐릭터 이름 중 영미문화권의 경우 화이트스미스는 인종차별을 우려 마스터스미스로, 크리에이터는 종교적 문제로 바이오케미스트로, 프로페서는 단어자체가 가지는 교수이미지가 강해 스칼러로 변경하고 있다.
별것 아닌것 같지만, 분쟁의 소지가 있는 것이기에 미연에 방지한다는 점에서 개발사의 세심한 배려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밖에도 인도의 경우 힌두교의 영향으로 소를 닮은 몬스터를 삭제하는 등 단순히 게임을 서비스하는 것이 아닌, 문화를 수출하고 대한민국의 이름을 걸고 한다는 자부심이 해외에 서비스하는 ‘라그나로크’ 안에 녹아들어가 있다.게임 내에서 생기는 문제점은 어려운 작업을 거쳐 수정도 가능하지만, 현지 자체 상황이 국내와 다르다면 할 수 없이 게임 시스템의 변경을 고려해야 한다. 물론 그것이 게임성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해외유저가 원한다면 당연히 해야만 하는 것이다.
국내에선 어디서나 인터넷을 쉽게 접할 수 있고, 속도도 빠르지만 해외의 경우 그렇지 못한 곳이 많아 여러 유저가 함께 즐기는 온라인 게임의 경우 이점을 해외 진출시 가장 먼저 고려하기도 한다.
이같은 환경 뿐아니라 해외유저의 요청을 받아들여 국내엔 없는 아이템을 해외유저들에게만 서비스하는 작품들도 있다. ‘열혈강호 온라인’의 경우 국내엔 없는 레어아이템이 있어 눈길을 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대장금의상’이다. MBC 드라마 ‘대장금’이 중국에 방영되면서 큰 인기를 끌기 시작했을 때, 특별히 디자인해 만든 원작의상인 대장금 의상은 대장금에 등장하는 우리나라의 임금과 중전의 복색으로 디자인했으며, 한류열풍을 타고 게임을 통해 우리나라 전통의상과 문화를 널리 알렸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밖에 삼국지의 나라 중국답게 삼국지 원작 의상은 가장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등 국내에선 접할 수 없는 아이템들이 있다. 태국전통의상 역시 태국 게이머들에게 큰 환영을 받고 있다. 아무튼 게임 속에서 자신들의 문화를 발견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기분 좋은 일인 것 같다.
‘군주’의 경우 이런 문화적인 문제 외에 앞서 설명한 인터넷 환경까지도 고려하고 있다. 바로 주식공모 청약제도다. 물론 한국판에서도 만나볼 수 있지만, 해외에서 서비스되는 ‘군주’에선 약간 다르다. 한국판에서는 주식 공모가 선착순이었던 것에 반해 해외에선 청약 제도를 탑재하고 있는 것.
즉 해외에만 존재하는 청약제도는 주식 공모 1시간 전부터 미리 예약신청을 해 공모 시간에 접속해있는 신청자들 중 랜덤으로 당첨되는 시스템이다. 회선 사정이 좋지 못한 전세계 유저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선착순보다는 청약제도가 유저들의 호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렇듯 세계에서 서비스되는 게임들은 단순히 하나의 작품을 판매하기에 앞서,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는 생각으로 세심한 것 하나까지도 배려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온라인게임의 선진국이 된것은 이런 개발자들의 땀흘린 노력 때문일 것이다.
<모승현기자 mozir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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