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인터넷 환경 발달로 정치·사회·문화 등 정보는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국경을 넘나들고 있다. 심지어 비행기 속에서도 인터넷으로 문서·동영상 등 각종 디지털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정보 확산속도 향상은 안방에서 몇 번의 클릭으로 세계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게 하는 등 우리에게 편리함을 줬지만 많은 부작용도 낳고 있다. 국가기밀·기업경영·개인 사생활 정보 등이 쉽게 노출되고 각종 콘텐츠 불법복제로 인한 저작권자의 물적·정신적 피해가 사회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접근제어·방화벽·인증과 같은 자체 보안시스템을 구축, 중요 정보에 대한 제3자의 접근을 제어하고 있지만 침해기술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지난해 말 국내를 시끄럽게 한 증명서 위·변조 사건을 예를 들어보자. 이는 민원인이 집에서 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게 함으로써 혁신적인 시스템으로 인정받았지만 위·변조 문제 때문에 빛이 바랬다. 이 시스템에는 디지털저작권관리(DRM)를 비롯한 고도의 위·변조 방지기술이 탑재돼 있었지만 유명무실했다. 일반인이 아닌 전문가 수준의 해커가 벌인 일이라고 해도 국가 시스템 운용에 오점을 남긴 것은 사실이다.
‘지키는 사람 열이 도둑 하나를 못 당한다’는 말이 있듯 세상에는 ‘완벽함’이란 존재할 수 없다. 특히 사이버 세상에서 전문 해커는 남의 컴퓨터를 제집 드나들듯이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모든 기술을 동원, 최대한 보안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DRM 기술의 중요성을 다시 거론하고 싶다. 이는 권한을 부여받지 못한 사람은 접근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접근해 정보를 가져가더라도 다른 사람의 컴퓨터나 단말기에서는 볼 수 없도록 하는 기술이다.
일반적으로 DRM을 구축하는 목적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기밀성을 위한 DRM이다. 이는 정보의 기밀성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으로 정보의 불법 이용을 방지할 뿐 아니라, 언제 누가 어떤 정보를 이용했는지 기록함으로써 정보 이용에 대한 관리도 가능하다. 이런 DRM은 정부나 기업에서 주로 이용하게 된다.
둘째, 상거래를 위한 DRM이다. 여기서 구현되는 DRM은 디지털 콘텐츠를 불법적인 이용으로부터 보호함으로써 금전적 가치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이 DRM은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서 여러 가지 형태로 구현될 수 있다.
이렇듯 정보 홍수 시대에 반드시 확보해야 할 핵심 IT가 DRM이다. DRM 응용분야는 디지털 콘텐츠 유통(C-DRM)에서 기업기밀 유출방지, 개인정보 보호 등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안전한 디지털문서 유통을 위한 전자정부 기반 기술(G-DRM)로도 각광받고 있다.
또 각종 기록물 보관소·디지털 도서관·디지털 방송·e러닝 등 거의 모든 분야가 DRM 기술 위에 구축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DRM 기술은 PDA·PMP 등의 휴대형 기기로 이동성을 확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추세로 볼 때, 향후 DRM 시장은 급속한 성장과 변혁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 업체 아이서플라이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5년 세계 DRM 시장의 매출은 15억달러를 기록했고 오는 2010년에는 47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우리나라 DRM 기술은 세계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 기술이 미국·캐나다·중국 등으로 수출되고 있고 세계 업체와의 경쟁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각종 국제 전시회에서도 해외 바이어들은 한국 기술에 감탄하고 있다. 이런 평가에 비해 국내 DRM 기술이 세계 중심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가장 중요한 것은 표준화다. 현재 DRM 표준화가 미비해 한 업체가 상이한 DRM을 이용할 때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다분하며 최악의 경우 시스템 장애도 우려된다. 특히 휴대형 단말기에서 음원이나 동영상 이용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이렇듯 한국 DRM의 세계화를 위해 표준화는 가장 시급히 해결돼야 할 문제다. 더 나아가 정부는 저작권 보호를 위해 불법 전송을 막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류효삼 마크애니 사장 hsyoo@markan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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