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중국이 일본에 발해 ‘석비’인 ‘홍려정비(鴻※井碑)’의 반환을 요구했다는 내용이 보도됐다. 이 비석은 중국 랴오닝성 뤼순시에 있었으나 러일전쟁 때인 1908년 일본군이 전리품으로 들고 가 일왕에게 바쳤다는 것이다. 중국이 열성적으로 이 석비의 반환에 매달리는 이유는 비문 내용 때문이다. 비문에는 “칙지절선로말갈사(勅持節宣勞靺鞨使) 홍려경최흔정량구영위(鴻※卿崔※井兩口永爲) 기험개원이년오월십팔일(記驗開元二年五月十八日)”이라고 기록돼 있다. ‘칙지절선로말갈사 홍려경’이라는 직함을 가진 당나라 관리 최흔이 713년 발해국에 사신으로 갔다가 그 이듬해인 개원 2년 귀국하던 중 오늘날 뤼순의 황금산 기슭에 두 개의 우물을 파고 이를 기념하는 비석을 세웠다는 것이다.
학계에 따르면 모두 29자에 불과한 이 비석의 반환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중국 속셈은 지난 2002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동북공정’ 중 발해사 왜곡에 이를 적극 활용하려는 의도라고 한다. 최흔의 직함에 있는 ‘말갈’이 발해의 국호라고 주장하면서 발해를 ‘국가가 아닌 당나라 시기 하나의 지방정권’으로 폄하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비석에서 ‘말갈’은 최흔이 방문한 발해의 수도(오늘날 지린성 둔화시)가 말갈족이 많이 거주하던 지역이라는 의미지 국호가 아니다. 발해가 처음부터 국호를 스스로 ‘진국’(震國 혹은 振國)이라고 했다는 것은 ‘신당서(新唐書)’ 등 중국 역사서에도 엄연히 기록으로 존재한다고 한다. 어쨌든 중국이 ‘홍려정비’ 반환 요구에 이어 발해 수도 상경용천부(上京龍泉府) 유적을 복원해 내년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신청하겠다고 밝힌 것을 보면 고구려에 이어 발해까지 자신의 역사에 편입시키려는 동북공정이 점차 노골화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러면 우리는 이와 같은 중국의 동북공정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여러 방법론이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북한 정보화에 적극 나서는 것도 유력한 한 방법이다. 정보화는 통신 커뮤니케이션의 보급이기도 하지만 다른 각도로 보면 이데올로기 주입의 좋은 방편이 되기도 한다. 지금처럼 북한 시장 물건의 90% 이상을 중국제가 차지하고 있고 북한 땅에 놓인 중국 자본의 철로와 상인에 의해 중국에 유리한 이데올로기가 횡행한다면 북한 땅이 정말로 중국 땅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하여 발해는 말갈족의 국가요, 발해는 물론이고 고구려 역시 중국 왕실의 한 지방이었다는 사관이 북한 주민에게 자연스럽게 침투되는데 막상 북한 주민은 이에 맞설 효과적인 수단이 없어 쩔쩔맬 일을 상상해보라.
동해를 일본해라고 표기한 문제로 익히 우리가 경험했듯, 국제 사회에서의 지지 획득이나 잘못된 사실의 수정에는 인터넷을 통한 홍보운동이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 사이버외교관 ‘반크’(http://www.prkorea.com)의 활약이 이미 이를 입증한 바 있다. 최근 반크는 세계적 패스트푸드 회사인 미국 버거킹 사이트(http://www.bk.com)가 한국 영토를 중국 영토로 규정해 설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크’는 2004년 10월에도 세계적인 기구인 월드뱅크(http://www.worldbank.org)가 한국을 중국 영토로 소개한 사실을 항의해 이를 시정했고, 같은 해 2월에도 역시 미국의 유명 관광 사이트인 게이트 퍼스트트래블(http://www.gate1travel.com)에서 북한을 중국 영토로 규정한 것을 발견해 바로잡도록 했다. 우리가 이러한 감시 및 오류 정정 활동에 게으르다는 말은 아니지만, 북한 주민부터 위와 같은 오류나 책략에 맞서는 홍보활동을 전개하는 일 역시 매우 효과적일 것이다. 중국의 동북공정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목소리가 북한 주민 사이에서 크게 터져 나왔을 때, 중국은 일방적인 책략 전개를 조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 주민의 정보화가 필수적이지만 지금 북한은 정보화 교육장·교육기자재·교재·강사 등 모든 것이 부족하다. 도 단위로 보았을 때 제1중학교 정도만이 겨우 PC 5대 규모의 실습장을 갖추고 있는데 이마저도 486급이다. 중국의 동북공정이나 일본의 독도책략에 대응하는 일이 우리만의 몫은 아닐 것이다. 북한 주민과 함께 사이버 세상에서 신나는 외교전을 펼칠 날을 기대해본다.
◆손연기(한국정보문화진흥원장) ygson@kad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