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KT "더이상 동행은 없다"

 후발 이동통신 사업자로 한 배를 탔던 LG텔레콤과 KTF 간 공조관계가 최근 들어 균열 조짐을 보이면서 이 같은 분위기가 LG그룹·KT그룹 전체로 확산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LG텔레콤이 ‘기분존’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KTF의 모회사인 KT를 자극해 급기야 통신위원회 제소 사태로 불거진데다, 하반기에는 LG텔레콤이 ‘푸시투토크(PTT)’ 서비스를 계획하면서 주파수공용통신(TRS) 서비스 자회사인 KT파워텔도 공격할 공산이 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LG텔레콤과 더불어 LG그룹에서 ‘3콤’으로 통하는 데이콤도 이달 초 무선인터넷 서비스(와이파이폰)를 출시하고 KT의 텃밭인 기업용 유선전화 시장을 공략해 들어오는 것도 KT그룹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KT가 국내 최대 통신 장비 수요처라는 점에서 LG텔레콤의 ‘기분존’으로 촉발된 균열이 LG전자로 불똥이 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KTF 내부에서는 2세대 이동통신 시장에서 선발인 SK텔레콤에 맞서 LG텔레콤과 구축해 왔던 암묵적인 공조체제를 완전히 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KTF로선 올해 들어 이동통신 가입자 경쟁 구도에서 3위 사업자인 LG텔레콤에까지 밀리고 있어 앞으로 전사적 역량을 집중할 3세대이동통신(WCDMA) 시장에서 공조하기가 더 힘들어졌다는 인식 때문이다.

 심지어 LG텔레콤의 통화 품질에 도움을 주기 위해 이미 오래 전부터 KTF가 제공해 왔던 PCS망 로밍 계약도 시한을 명시하거나 조건을 두는 등 ‘선’을 분명히 그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KTF 고위 관계자는 “일단 지금은 (LG텔레콤의 공격적인 행보를) 지켜보며 참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두고 보라”면서 “내년 WCDMA 시장이 본격 개화하면 LG텔레콤이 상당히 고전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KT파워텔 역시 하반기 LG텔레콤이 출시 예정인 PTT 서비스에 발끈하고 있다. PTT 서비스는 LG텔레콤이 현재 2세대 이동통신망을 활용, 음성 통화와 함께 그룹 통화·인스턴트메신저(IM)·상태표시(프레전스) 기능까지 제공하는 것으로 기존 TRS 시장을 직접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래 전 휴대폰이 호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무선호출 사업자들이 시장에서 사라진 것은 단적인 사례다.

 KT파워텔 관계자는 “통신 사업자 간 역무를 침탈하지 않기로 신사 협정을 맺고 정리된 상황에서 LG텔레콤이 이동통신 후발 사업자라는 반대 급부를 얻어 공세를 펴고 있다”면서 “만약 LG텔레콤의 PTT 서비스를 정통부가 받아주면 KT파워텔은 사업권을 반납할 것”이라며 극도의 위기감을 드러냈다.

 매출 감소가 심화되고 있는 유선전화 시장에 데이콤이 무선 VoIP로 잠식해 들어오겠다는 시도도 KT를 자극하고 있다. 데이콤은 당장 올해는 기업용 구내 이동통신 시장을 개척하지만, 내년부터는 일반 가정 시장으로 확대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국내 통신 시장 3강 구도에서 1위인 KT그룹과 3위인 LG그룹은 각각 SK그룹을 견제하며 그 나름대로 친분을 유지하는 분위기였지만, 최근에는 양대 그룹 전반에 갈등이 불거지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LG그룹 통신 계열사들의 공세적인 행보가 이어질 경우 주력 회사인 LG전자와 KT의 통신 장비 조달 관계에도 금이 가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KT의 고위 관계자는 “이제는 그룹 차원에서 LG텔레콤과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면서 “도가 지나칠 경우 그동안 장비 조달 등에서 협력 관계를 가져왔던 LG전자와도 불편한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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