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통신·방송 융합 흐름 속에서 방송 진영을 이끄는 주체 가운데 한 축은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다.
쪼개진 지역 SO들이 하나로 뭉쳐 거대 세력으로 거듭나, 통·방 시장에서 힘의 균형자로 나선 셈이다. 미국의 컴캐스트·타임워너케이블·콕스 등은 물론이고 영국의 NTL·텔리웨스트, 일본의 주피터텔레콤 등이 좋은 사례다.
통신 전문 한 애널리스트는 “전국 SO 사업자를 모두 모으면 우리나라에서 KT를 제외하고 전국 가입자망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SO 시장의 발전을 지탱한 게 ‘프랜차이즈’다. 지역별 독점권을 바탕으로 가입자망 투자를 감행하는 한편 이들이 하나로 뭉치는 결과인 셈이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를 ‘지역 독점의 폐해 심화’로 해석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MSO의 수익을 높이는데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 사무처는 ‘현대백화점 계열의 HCN과 대구중앙케이블TV북부방송’ 간 기업결합 심사를 계기로 ‘프랜차이즈 제도 수정’을 제시할 움직임이다. 현재 77개로 나뉜 방송 권역을 광역화해서 경쟁 지역으로 전환시켜야 소비자에게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공정위가 전원회의에서 기업결합 불허 결정을 내릴 경우 공정위 사무처의 주장은 일파만파 영향력을 갖게 된다.
그러나 방송 주무기구인 방송위원회의 생각은 다르다. 김정수 방송위 뉴미디어부장은 “광역화 주장은 결국 장치산업 특성을 무시하고 중복 투자를 이끌어내자는 것인데 국내에서도 이미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중복 투자 실패를 경험했다”며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견해다. 국가적으로 낭비란 지적이다.
그는 “대신 위성방송이나 IPTV 등 경쟁 매체 도입으로 프랜차이즈 제도를 보완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미국은 케이블TV의 우세 속에서도 위성방송이 16∼17%로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위성방송인 스카이라이프를 육성해 점유율 20% 선(300만 가입가구)에 도달하면 대체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위성방송은 아직 200만 가입가구에 못 미친다.
위성방송은 선발 사업자인 케이블TV와의 경쟁에서 △콘텐츠 경쟁력 약화 △상대적인 고가 상품 구성 △초기 시설 설치비 문제 등으로 뒤처진 게 현실이다. 김 부장은 “방송위가 위성방송의 시장 안착과 매체 균형 발전을 위해 △시장 장악력이 있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가 스카이라이프에도 콘텐츠를 제공토록 강제하는 프로그램 액세스룰을 도입하고 △위성방송에 대한 대기업 지분 제한을 현행 33%에서 49%로 완화하는 데 노력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대체재인 IPTV에 대해서도 방송위 측은 “방송법 안에서 규제받는다는 전제 하에 소비자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하겠다면 IPTV를 막을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MSO 업계는 방송위의 ‘위성방송이 대체재’라는 주장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IPTV에 대해선 ‘동일 서비스·동일 규제’ 원칙을 요구했다. 한 MSO 고위 임원은 “KT가 IPTV로 진입하려면 현행 유선 유료 방송의 틀인 ‘프랜차이즈’에 맞춰 들어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공정위와 방송위는 프랜차이즈 제도 보완을 위해 SO에 4000원 이하(의무형) 상품 판매를 강제해야 한다는 데는 의견 일치했다. 소비자가 고가 다채널상품이 아닌 말 그대로 난시청해소 수준에 만족하면 이런 상품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방송위는 “SO가 의도적으로 의무형 상품 판매를 소홀히했다면 규제를 통해 활성화를 강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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