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장제스 공항(CSK)에 내리면 먼저 수많은 광고 간판에 놀란다. 우리에게 조금 익숙한 에이서·아수스에서 전혀 들어 보지 못한 업체까지 공항 주변이 광고물로 빼곡하다. 대부분 국제 공항 주변에는 국가를 홍보하는 광고가 있지만 대만은 기업 브랜드와 CI를 적극 홍보하고 있는 점이 남달랐다.
대만은 세계적인 주변기기 ‘제작’ 공장이다. 거의 모든 주변기기가 대만을 거쳐 중국에서 생산된다. 대만 인구는 2300만명 정도에 불과하지만 전 세계 노트북PC의 73%를 생산하고 주기판·그래픽카드는 100% 수준이다. 가히 독보적이다. 하지만 실제 우리가 알고 있는 대만 브랜드는 손에 꼽을 정도다. 대부분 OEM· ODM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이런 대만 IT업계에 ‘브랜드’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84년 사업을 시작한 벤큐는 최근 자사 브랜드를 론칭하고 이를 집중적으로 알리고 있다. 스페인 명문 구단 레알마드리드에 브랜드 홍보비로만 1300억원을 쏟아 부을 정도다. 아수스도 주기판 이외 와이파이 휴대폰·MP3플레이어 등을 생산하면서 본격적인 브랜드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유럽에선 TV광고 중 5% 정도는 대만·중국계 업체가 장악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심지어 기업용 PC업체로 잘 알려진 암텍·어드밴텍 등도 자사 브랜드 홍보에 적극적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브랜드를 통해 ‘제값 받기’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컴퓨텍스 전시장에서 만난 한 기업가는 올해 첫째 목표를 삼성·LG와 같은 대표 브랜드 육성이라고 강조했다. 브랜드를 통해 ‘저가’ 이미지를 벗겠다는 의지다. 아예 일부 업체는 점유율이 아닌 브랜드로 한국 기업을 앞서는 것이 가장 큰 생존 목표라고 거침없이 말한다.
지난 40년 노력 끝에 미국·일본 기업을 턱밑까지 쫓아 온 한국업체는 만만치 않은 또 다른 경쟁자를 만난 것이다. 케이 와이 리 벤큐 회장의 말은 이 점에서 의미 심장하다. “삼성이 인지도 면에서 우리를 앞서고 있는 건 당연하다. 브랜드 비즈니스 사업을 한 지 40년이 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4년 우리 브랜드가 빠르게 성장해 왔듯이 미래의 승자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이제까지 우리는 대만을 경쟁자로 보지 않았지만 이미 대만은 우리와 대등한 브랜드를 이야기할 만큼 세계시장에서 무섭게 성장했다는 느낌이다.
대만=한정훈기자@전자신문, existen@
오피니언 많이 본 뉴스
-
1
[ET단상] 다양한 OS환경 고려한 제로 트러스트가 필요한 이유
-
2
[보안칼럼]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개인정보 보호와 관리 방안
-
3
[ET시론]2050 탄소중립: 탄녹위 2기의 도전과 과제
-
4
[ET시론]양자혁명, 우리가 대비해야 할 미래 기술
-
5
[김종면의 K브랜드 집중탐구] 〈32〉락앤락, 생활의 혁신을 선물한 세계 최초의 발명품
-
6
[황보현우의 AI시대] 〈27〉똑똑한 비서와 에이전틱 AI
-
7
[최은수의 AI와 뉴비즈] 〈16〉산업경계 허무는 빅테크···'AI 신약' 패권 노린다
-
8
[여호영의 시대정신] 〈31〉자영업자는 왜 살아남기 힘든가
-
9
[ET톡] 지역 중소기업
-
10
[기고]딥테크 기업의 규제 돌파구, 연구개발특구 규제샌드박스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