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열흘간의 중동체험

7일 오후 오만텔 방문을 끝으로 KOTRA가 마련한 ‘중동 IT조사단’ 공식 일정이 마무리됐다. 세 번째로 방문한 오만 역시 이란에서 깨진 편견만큼이나 예상과는 다른 곳이었다. 기품이 느껴지는 깨끗한 도시, 겸손하고 스마트한 사람들, 투명하고도 정교한 비즈니스 관행, 높은 수준의 IT이해도까지 모든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상민 주오만 대사는 “오만이 인구가 적어 비즈니스 규모가 작다고 생각하지만 주변국과의 교역관계가 돈독해 중동·아프리카 진출의 거점지역으로 활용할 가치가 충분하다”며 “많은 IT기업이 오만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열흘간 중동지역 3개국을 돌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첫 번째는 중동 지역 국가들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다. 이집트·이란·오만 모두 기존에 알고 있던 상식과는 많이 달랐다. 잠재성에 비해 지나치게 알려지지 않았거나 왜곡돼 있었다. IT에 대해 별다른 게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게 부끄러워질 정도로 모두 IT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인식하고 체계적인 준비를 하고 있었다.

 두 번째 국내 위상이 정말 높아졌다. 중동 어느 곳에서든 코리안이라고 하면 우호적인 대접을 받는다. 코리아가 하나의 고급 브랜드로 인식되는 기분좋은 경험을 했다. 월드컵도 작용했지만 무엇보다 이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상품과 기업이었다. 이란 사람들은 이란과 이라크 전쟁 당시 끝까지 떠나지 않고 테헤란에 남아 마무리 공사를 해주던 한국 기업을 깊이 기억하고 있었다.

 세 번째 대사관·KOTRA 무역관 등 해외기관의 노력이 돋보였다. 이번 조사단의 상담 프로그램은 현지 유력기업과 기관 위주로 실속있게 꾸려졌다. 탄탄한 현지 네트워크가 없다면 마련되기 힘들었을 내용이었다. 주오만대사관에서는 직접 행사장에 나와 참여기업의 위상을 높였으며 주이란대사관은 아예 즉석에서 현지 고위관계자와의 연결을 주선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처럼 가진 것이 없는 나라도 없었다. 이란처럼 땅만 파면 나오는 석유도, 이집트처럼 앉아서 통관료만 챙길 수 있는 수에즈 운하 같은 것도, 오만처럼 200년동안 팔아먹을 수 있는 실리콘도 없다. 그런데 이들 나라가 부러워하는 IT강국이 바로 우리나라다. 그래서 열흘내내 뿌듯했다.

무스카트(오만)=조인혜기자@전자신문, ih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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