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 8월 4일 베트남 북부 해안 통킹만에서 미 군함이 베트남군의 공격을 받는다. 미국은 공해 상에서 공격받았다고 억지 주장을 하며 전쟁에 돌입한다. 2차대전 이후 자유주의 수호자를 자처하며 소련의 팽창주의에 대응하던 미국은 베트남 적화를 막기 위해 1350억달러나 썼지만 패배했고 이는 본격적인 미국 재정적자의 서막이었다. 66년 흑자였던 미국 재정은 이후 적자로 줄달음친다. 이라크 전에서 미국은 앞으로 전쟁비용으로 300억달러를 추가할 예정이다. 또 한편으로 ‘세계최고의 소비자’로 넘쳐나는 미국은 연간 수출물자의 두 배나 되는 물량을 수입에 의존하며 눈덩이 무역적자를 만들어 왔다. 닉슨·레이건 시절 외교관을 지낸 클라이드 프레스토위츠는 워렌 버핏의 우화를 인용, 미국인들의 과소비를 풍자했다. 비슷한 물자를 생산하는 A, B 두 섬 가운데 소비지향의 A섬 사람들이 생산지향적인 B섬의 물건을 끊임없이 구매했다. 너무 많은 돈이 쌓이자 겁이 난 B섬 사람들은 그 돈으로 A섬의 땅을 사려고 한다는 얘기다. 미국의 무역적자 누적으로 너무 많은 달러가 퍼져 가치가 떨어지면서 달러보유자들의 부담이 오히려 커진다는 비유다.
85년 9월 22일 미국 뉴욕의 플라자호텔에서는 베이커 미 재무장관 주도로 일본·독일·영국·프랑스 등 G5 재무장관들이 엔화·마르크화에 대한 달러화의 평가 절하에 합의했다. 미국 제품의 구매력을 높이기 위한 이 플라자합의 결과 일본·독일 제품의 가격 경쟁력은 곤두박질 쳤다. 두 나라 경제는 추락한 반면에 미 경제는 저물가 아래 견실한 성장세를 지속하며 달러화를 강세로 되돌렸다.
하지만 미국은 지난해 무역적자 5300억달러, 재정적자 4100억달러 등 대형 쌍둥이적자를 기록, 다시 곤경에 빠졌다. ‘달러 구하기’를 위한 ‘신플라자합의’ 구상은 2차대전 후 전 세계에 무차별 경제원조와 군사지원 등을 해 온 노쇠한 대국 미국이 대가를 보상받고자 하는 모습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신플라자합의’ 구상에 기대어 미국의 위기를 해결하려는 모양새가 썩 좋지만은 않다.
유럽은 85년 플라자합의 때와 달리 유로로 무장해 있다. 문제는 아시아권 공용화폐를 만들자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아시아 쪽이다. 누군가 희생자가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이재구 국제기획부장 j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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