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인상깊게 본 TV프로 중에 사막을 걷다가 지친 사람이 물이 있는 ‘오아시스’를 발견하고는 허겁지겁 달려갔는데 결국 ‘신기루’ 였다는 내용이 있다. 어린 마음에도 뜨거운 사막에서 얼마나 목이 말랐을 것이며, 물인 줄 알고 달려갔는데 아니었을 때 그 좌절감이 어떨까 하는 느낌이 막연하게나마 전해졌던 것 같다.
사계절이 뚜렷하고 산천초목이 조화로운 곳에서 자란 사람에게는 사막은 미지의 영역이다. 이 같은 사막이 국토의 95%를 차지하는 이집트에 나흘 동안 머무르면서 다양함이 혼재된 이집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집트는 과거와 미래, 오래된 것과 첨단이 공존하고 있다. 나일강·피라미드·스핑크스로만 형상화된 이집트는 이제 더는 이집트 전체가 아니다. 이집트는 관광대국이 아니라 IT입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IT 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는 이집트 20여개 부처 가운데 예산이나 파워면에서 으뜸이다.
5선째인 무바라크 대통령은 IT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2004년 정통부 장관이던 라지프를 수상으로 임명하기까지 했다. 그래서인지 이집트에서는 정부ERP(GRP) 사업을 비롯해 정부 구매조달 혁신 등 다양한 전자정부 프로젝트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전자정부 분야에서 으뜸인 우리나라로서는 솔깃한 내용이다. 이집트 정부 관료는 하나같이 우리나라 IT를 높이 평가하면서 교류협력을 바란다고 말했다. 이집트 정부가 IT육성에 적극적이고, 우리나라는 IT 경험이 풍부하고, 이집트 정부가 우리나라에 우호적이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그러나 이집트의 이상과 현실에는 괴리가 있다. 비전은 거창한데 자금이 없고, 인프라가 취약하다. 또 이미 오라클·마이크로소프트(MS)·IBM 등이 초기 단계 전자정부 시스템을 선점했다. 비즈니스 관행도 좋지 못하다.
카이로에서 만난 아흐맛 다르위시 행정개발부 장관은 “한국 기업이 지금 이집트에 진출해도 전혀 늦지 않으며 정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달콤한 손짓을 했다.
당장 오아시스처럼 보이기도 한다. 신기루일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카이로(이집트)=조인혜기자@전자신문, ih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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