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설계자산(IP) 수출시대 개막

우리나라가 그동안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던 반도체설계자산(IP)의 수출국이 됐다. 전자부품연구원 및 반도체 업체들이 본고장인 미국에 이어 중국·대만·홍콩 등 아시아권역에 연이어 IP를 공급하는 등 본격적인 IP 수출 시대의 막을 올렸다.  

IP는 반도체 회로 설계도로 시스템반도체(SoC)를 설계할 때 각 분야에 맞게 IP를 활용하면 블록을 끼워 맞추듯 편리하고 빠르게 수행할 수 있다. 집적도가 높아지면서 IP 경쟁력이 반도체 경쟁력이라고 할 만큼 중요성이 커지고 있으나, ARM 등 해외 선진 업체들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반도체 설계에 사용한 IP의 94%를 해외에서 수입해서 사용했을 정도로 대표적인 IP 수입국이다.

 전자부품연구원은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IP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중국 파운드리에 수출했다고 2일 밝혔다. 부품연 IP 데이터베이스센터인 IP-Cos(센터장 이윤식)는 중국 SMIC에 IP를 공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IP 수출을 희망하는 업체들은 해외 반도체 업체와 직접적인 접촉을 시도하지 않아도 IP를 수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이윤식 센터장은 “IP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방법은 대형 파운드리에 포팅하는 것”라며 “중화권 파운드리를 통해 한국 IP 수출의 길을 열었다”고 말했다.

 한국과학기술원 내 IP 유통 기관인 반도체설계자산연구센터(SiPAC·소장 유회준)도 IP 수출 촉진을 위해 아시아 지역 IP 유통기관들과 협력체계를 맺었다. 지난 1월 홍콩의 HKSTP와 IP를 공유한 데 이어 중국 CSIP, 일본 IPTC 등 아시아 각국의 IP 유통센터와 IP 공유를 추진중이다. 이와 함께 IP 산업화 촉진을 위해 ‘내셔널 IP 로드맵’도 작성하고 있다.

 개별 업체의 활동도 활발하다. 칩스앤미디어(대표 임준호)는 지난해 프리스케일에 멀티미디어 관련 IP 장기 공급계약을 했고 최근에는 미국 팹리스 업체에도 IP를 공급하기로 했다. 칩스앤미디어는 미국 현지업체들이 IP를 주고받는 ‘IP 마켓’에 등록하고 현지법인 설립을 추진하는 등 이 분야에서만 25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애트랩(대표 이방원)도 대만 마이크로컨트롤러(MCU) 업체에 터치센서 관련 IP를 수출한 이후 중국 업체와도 수출 계약 성사를 눈앞에 두고 있다.

 임준호 칩스앤미디어 사장은 “IP는 기술집약적인 품목인만큼 엄청난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며 “IP를 상품화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상용화 시점보다 1년 앞서 IP를 개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문보경기자@전자신문, ok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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