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IT기업과 환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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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우리 IT기업 CEO들에게 고민거리가 하나 더 생겼다. 제품 개발·생산·마케팅은 기본이고 이제 국제 금융시장 흐름을 챙기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려운 시대가 도래했다.

 원달러 환율은 IMF 구제금융 이전인 97년 10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서방선진 7개국(G7) 회의에서는 그동안 수출로 성장을 견인해온 아시아 국가가 통화가치 절상을 통한 내수지향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IMF는 얼마 전 내놓은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전 세계 무역 불균형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미국 달러화가 평가절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최근에는 중국까지 갑작스런 대출금리 인상으로 과열된 투자를 식히고 성장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의지를 표명, IT업계의 불안감을 확대시켰다.

 중국의 금리인상 발표 이후 그동안 과열기미를 보이던 원자재 가격이 급락했으며 관련기업 주가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중국 경제성장 둔화에 따른 수요위축을 우려한 결과다.

 나는 이 조치가 중국 정부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약한 수준의 진정책이라고 보고 따라서 주변국과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다만 위안화는 완만하게나마 절상될 것으로 예상한다.

 원엔 환율도 우리에게 불리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1월 100엔당 1000원을 웃돌던 원엔 환율은 820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일본과 경쟁하고 중국의 성장에 기대야 하는 국내 IT기업들에 큰 짐이 아닐 수 없다. 메모리 반도체를 제외한 휴대폰·LCD 등 주력 IT 수출품의 영업이익률이 한자릿 수로 떨어진 지금, 기업의 고민은 더욱 심각하다.

환율변동이 기업 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한가. 달러화 수입에서 달러화 지출을 차감하고, 여기에 달러화 부채와 자산을 고려한 순달러화 보유액을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순달러화 보유액은 연간 250억달러 안팎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수출 시 결제통화를 유로·엔 등 비달러화로 다변화하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지만 원달러 환율이 연평균 100원 오르면 연간 2조5000억원 정도 영업이익 감소가 예상된다. 회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8조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규모다.

 다른 기업도 비슷한 상황이다. 연간 순달러화 보유액이 LG전자는 70억달러, LG필립스LCD는 50억달러에 이르고, 하이닉스반도체와 삼성SDI는 각각 40억달러, 30억달러에 달한다. 다른 요인이 없다면 연평균 100원 절상 때마다 이들의 연간 영업이익은 3000억원에서 많게는 7000억원까지 줄어들 수 있는 것이다.

 LG 계열사는 선물환 헤지를 통해 달러화 환율변동에 대한 노출규모를 줄이고 있으나 삼성의 IT계열사는 인위적인 외환 관련 헤지를 하지 않는 것이 공식적인 정책이다. 경쟁력 강화와 결제통화 다변화, 해외생산 확대 등으로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다.

 환율변동에 따른 대기업의 손익 악화는 협력업체인 중소 부품·장비 업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대기업은 손익 악화를 만회하기 위해 납품가격을 낮추라고 요구할 것이고, 비용을 줄일 수만 있다면 국내기업이 아닌 해외기업과도 손잡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기업보다 환율 대처능력이 떨어지는 중소 IT업체는 지금이라도 대응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환율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수출지역 및 결제통화 다변화를 추진하는 한편 중소기업 간 부품공유와 공동구매를 통해 원가절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 지원도 중요하다. 우리 IT산업의 장기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부품과 소재의 인프라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 부품·소재 기업 간 상생을 위한 협력환경이 마련돼야 하며 이 과정에서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 최근 부품·소재 산업이 강한 일본 기업의 회생은 우리가 꼭 배워야 할 대목이다.

◆전우종 SK증권 리서치센터장 wjeon@sk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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