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2006 TV월드컵 관전법

 월드컵의 해다. 우리나라의 본선진출로 벌써 월드컵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그러나 국민 못지않게 월드컵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TV업계다. 2002월드컵이 디지털TV를 알리는 기회였다면 이번 월드컵은 디지털TV가 일반 대중에게 성큼 다가서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시청자를 조금이라도 일찍 붙잡으려는 TV업계의 애타는 마음은 신제품 출시경쟁으로 불붙고 있다. 가격 또한 마지노선이 무너졌다고 할 정도로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국내기업과 외국기업, 대기업과 중소전문기업, LCD진영과 PDP진영 간에 한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접전이 펼쳐지고 있다. 최대특수인 월드컵을 석 달 앞두고 TV월드컵은 벌써 휘슬을 울렸다. 어느 업체가, 어느 제품이 앞으로 무한으로 펼쳐질 디지털TV 시장을 주도해 갈 것인지가 2006월드컵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TV월드컵을 관전하는 첫 번째 포인트는 그동안 삼성과 LG에 밀려 부진을 면치 못해 온 외국기업들의 선전 여부다. 이미 미국 LCD TV시장에서 압승을 거둔 소니가 브라비아를 앞세워 국내 시장을 평정할지 관심사다. 최근의 엔저는 소니에 든든한 응원군이 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중국 가전을 대표하는 하이얼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하이얼은 직접 AS센터를 세우며 한국시장 상륙에 대한 강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에 맞서 다양한 기능을 내장한 신제품을 앞세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대대적인 공세는 TV월드컵을 뜨겁게 달굴 것이 분명해 보인다. 여기에 국내 TV시장의 또다른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중소전문업체들의 틈새 전략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TV시장의 주도권을 둘러싼 싸움은 TV메이커만의 경쟁은 아니다. LCD와 PDP 진영 간 경쟁은 이번 월드컵전쟁의 최대관심사 중 하나다. LCD와 PDP 진영 간 시장주도권 다툼은 메이커 간 경쟁보다도 더욱 처절하다. 이 대목에서는 국내 기업과 외국기업, 대기업과 전문기업 간 영역이 따로 없다. 적과 동지만이 있을 뿐이다. 이번 월드컵에서 나타난 소비자들의 선택은 분명 어느 한 쪽에 힘을 실어줄 것이며, 이는 사업존폐와도 직결됨을 업계 스스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가격이 어디까지 떨어질 것인지도 관전포인트다. 이미 TV업계는 내릴 때까지 가격을 내렸다며 더 는 가격인하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LCD는 마지막 마지노선이라는 인치당 50달러 벽이 이미 무너졌다. 하지만 월드컵이 다가올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소비자 인식이다. TV업계에는 안쓰러운 일이지만, 소비자로서는 월드컵 직전 가격을 미리 점쳐보며 구매시점을 정하는 것도 TV시장을 보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신제품이 대거 쏟아져 소비자 구매의욕을 부추기고, 가격 또한 급락하고 있지만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지는 않고 있다. 앞서 지적한 대로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TV가격의 40% 정도를 차지하는 패널은 차세대 라인이 가동되는 올 하반기에나 가야 가격인하 요인이 발생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고 보면, 앞으로 가격인하 폭은 지금보다 상대적으로 작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월드컵이 다가올수록 TV업계는 가격보다는 다양한 판촉전으로 소비자를 유혹할 것이다. 메이커 간 기상천외한 마케팅전략을 보면서 언제쯤 수요가 본격적으로 일어날 것인 지 TV업계의 최대 현안을 같이 고민해 보자.

 이미 세계 TV산업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는 한국시장에서 과연 어느 기업, 어떤 제품이 기선을 제압할 것인지, 월드컵보다 더 생생하고 박진감 넘치는 세계 유수의 TV메이커 간 전쟁이 벌써부터 한국시장에서 숨막히게 펼쳐지고 있다.

◆양승욱부국장@전자신문, swy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