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를 찾아 무공을 전수받기 전에 기본기를 닦기 위해 홀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접속과 동시에 펼쳐진 화면에서 작고 앙증맞은 3등신 캐릭터를 생성해 무림에 첫 발을 내딛었다. 설레이는 첫 도전, 하지만 들어선 입구에서 온라인 게임치고는 상당히 썰렁한 분위기에 잠시 당혹스러웠다.
어찌할 바를 모르며 우왕 좌왕하는 사이 스멀스멀 다가온 몬스터에게 일격을 당했다. 되는 대로 가장 누르기 편한 스페이스바를 연이어 눌렀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다가오던 몬스터를 물리친 것이 아닌가? 역시 고수가 될 충분한 자질을 갖추고 있다는 우쭐함에 “이거면 됐어”라고 생각하며 게임에서 로그 아웃했다. 내일 고수와의 첫 만남에서 1대 1 대전을 신청해야 겠다는 어처구니 없는 꿈을 꾸며 잠을 청했다.
설래는 맘으로 수련의 길을 떠난 기자는 방배역 한 PC방에서 드디어 고수와 첫 대면을 하게 됐다. 처음 만나 사부(?)는 듣던대로 초절정 고수의 강력한 포스를 풍기고 있었으며 절색의 미모를 소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제의 우쭐한 마음으로 출전한 기자는 전혀 주눅들지 않고 여유만만하게 인사를 나눴다.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제 했던 방식대로 게임에 접속해 몬스터를 물리치며 의기양양해 앉아있는데 사부는 그 곳이 연습과 세계관을 보여주기 위한 장소라며 무안을 줬다. 또한 레벨의 차가 커 1대 1 대전신청 자체가 불가능 했다.
어제의 플레이는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일부분에 불과 했던 것이다. 플레이어는 자신의 캐릭터를 생성하면 혈마심굴맵에서 간단한 튜토리얼과 함께 시나리오가 진행되는 것이다.
기가 죽을 대로 죽은 기자는 고수를 사부로 모시고 열심히 수련을 쌓을 것을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사부는 친절하게도 어제 귀찮아서 그냥 넘겨버린 이 게임의 세계관을 설명해 주었다.
30여년 동안이나 이어진 아비규환의 세상 속에서 정, 사파 무림인들이 뜻을 함께 해 천하를 구하고자 악귀와의 힘겨운 혈전을 이어가던 차에 태화노군이라는 불도승이 자신의 12제자를 거느리고 염라귀혼대법이라는 무공을 사용해 모든 악귀들을 봉인하여 구왕산에 있는 천귀사라는 절에 깊숙히 봉인한다. 이 과정에서 더럽혀진 자신의 영혼을 씻고자, 영혼을 정화시켜 준다는 천년초를 찾아 서역으로 떠나게 된다. 이런 이야기를 해주며 사부는 기자를 무림세계로 안내했다.본 게임에 들어서자 어제의 어리석은 생각은 말끔히 사라졌다. 들어선 맵에는 수 많은 유저들로 들어설 곳이 없을 정도였다. 사부의 손을 꼭 잡고 돌아다니지 않으면 길 잃은 미아가 될 정도였다. ‘친절한 사부님’은 기자를 데리고 사람이 없는 맵으로 이동해 인터페이스데 대해 상세하게 설명해 줬다.
먼저 사부는 “캐릭터의 능력은 개인정보창에 있는 힘, 활력, 근력, 지력의 능력을 어떻게 분배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며 “힘은 물리공격력과 체력에 영향을 주고 활력은 최대 공격력과 최소 공격력을 올려주고, 근력은 방어력과 체력, 지력은 마법공격력과 귀력에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또한 추후에 어떤 직업을 선택할 것인가에 따라 능력치의 배분이 중요하다고 했다.
“캐릭터는 공력(레벨)이 올라갈 때마다 무공치 2포인트가 주어지고 처음 시작시 경공(빠른이동), 허공답보(고공점프), 운기조식(체력 귀력 회복), 장풍(원거리 공격) 의 4개 기본무공이 제공돼요” 이어 각각의 용어를 설명하려는 찰라 학창시절 무협지를 많이 읽어본 기자의 설명에 사부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귀혼’의 직업은 무사 ,자객, 도사 등 3개의 직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직업은 무공의 특색에 따라 각기 2종의 무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일반적으로 하나의 무기류에 특화된 캐릭터를 육성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전직이 공력 10에 의행(퀘스트)을 통해 할 수 있어 이는 다음 시간에 좀 더 자세히 설명하기로 하고 넘어갔다.다음으로 이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귀혼 시스템에 대한 수업이 이어졌다. 게임 화면의 상단에 보면 체력, 귀력, 혼마 게이지가 표시되며 그 앞쪽에 현재 장착되어 있는 봉인 아이템이 표시된다. 마물을 잡으면 혼령이 나오는데 이는 총 4가지의 종류가 있다.
청색은 귀력 20%회복, 녹색은 귀력 40% 회복, 적색은 혼마게이지 상승, 보라색은 봉인장비에 누적한다. 이 중 혼마게이지는 귀혼 시스템의 일부로 게이지가 가득 차게 되면 붉은색으로 반짝이게 되며 이때 ‘SHIFT’키를 이용하여, 혼마둔갑 또는 분노를 쓸 수 있다.
단, 전직 이전에는 사용할 수 없으며, 전직 후에는 공격력과 방어력이 일정비율 높아지는 분노가 사용되며, 파벌 선택 후 배울 수 있는 혼마둔갑 무공을 익힌 후 사용하면 플레이어가 혼마로 둔갑하게 된다.
원래 검도를 배울 때 처음 몇 주간은 검을 만져보지도 못한다고 한다. 본 기자도 첫 수업인지라 제대로 된 플레이를 해 보지 못했다. 사부가 이런 섭섭한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화려한 무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따뜻한 한마디도 잊지 않고 “무공에 소질이 있는 것 같다”며 “조금만 열심히 하면 조만간 이러게 화려한 경공과 허공답보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위로했다.
이에 용기백배해 다음에 만날 때까지 기필코 10레벨을 만들어 올 것이라고 사부에게 굳은 약속을 했다.
<김명근기자@전자신문 사진=한윤진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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