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기업의 양극화 해소방안

디지털 컨버전스와 유비쿼터스 물결이 거세다. 이런 산업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대기업은 스피드와 소프트를 바탕으로 블루오션을 확보하며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영세성과 저생산성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WTO체제로 경쟁이 더욱 심화되면서 중소기업은 레드오션 상태에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편으로는 인수합병(M&A)을 기다리는 중소기업이 많은 게 현실이다.

　정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혁신형 중견기업을 많이 육성해야 한다는 생각인 듯하다. 대기업이 다국적 기업으로 커지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과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국내 중소기업의 사업역량 등 현실을 감안하면 한계가 있다. 이는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고 결국 대기업까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게 되는 형태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부는 이런 이유에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대책회의도 하고 성과공유제, 공동기술 개발, 협력 확대회의를 자주 열고 있다. 하지만 경쟁력 향상을 위해 비용을 절감해야 하는 상황에선 모두 불만족스러워하는 것이 현실이다.

　사실 두 생태계 간 상생협력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산재해 해결방안을 찾기가 그리 쉽지 않다. 대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실히 가지기 위해서는 국제 경쟁력 있는 혁신형 중견기업으로 성장 발전할 수 있는 육성정책을 수립해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며 상호 간에 발생하는 문제점을 해결하고 상생 협력할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

　중견기업은 특정 대기업에 종속돼 납품하는 하도급 업체가 아니라 다른 대기업과 교차거래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견기업이 독자적인 위상을 갖는 것은 물론이고 대기업과 대등한 상생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만 많은 중소기업이 사업을 전문화해 글로벌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R&D, 경영혁신활동, 신뢰와 협동을 통해 중견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이들 중견기업은 또 어려움에 처해 있는 기술집약형 중소기업을 M&A하거나 경영혁신과 협력사업을 통해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코스닥증권 시장을 보면 전년도에 많은 기업이 상장이나 우회상장을 통해 사업 규모를 키우고 수익모델 발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중견기업이 되기 위한 토대로 볼 수 있으나 아직 경쟁력 제고를 위해 같은 업종의 경쟁사나 상장사 간 합병은 별로 없다. 하지만 중견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최고경영자 사이에 변화 조짐이 일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지속적인 매출 향상과 수익성 확보, 기술개발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며 회사 규모를 키운다는 것은 현재 중소기업의 주변 여건상 너무 어려운 게 사실이다. 때문에 정부의 적극적인 육성정책이 필요하다. 우선 정부는 기업의 규모 확대에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시각을 갖도록 하고 국민이 기업가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도록 하며 직접적인 지원보다는 기업의 혁신 및 투자를 유도하고 성공사례를 발굴 홍보함으로써 기술집약형 중소 벤처 및 혁신기업이 높은 이익률을 바탕으로 인적·물적자원을 지속적으로 확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정부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 해소방안에 대해 어떤 게임의 규칙을 만들고 있는지 궁금하다. 오늘도 많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기를 하고 있다. 두 생태계가 서로 상생할 수 있고 연결고리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혁신형 중견기업 육성정책이 성공한다면 WBC(World Business Classic)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한 대한민국의 대표기업들이 미국과 일본을 이기고 우승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호선 칸홀딩스 대표이사　kaistavm@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