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초 개최된 ‘SW산업 발전전략 보고대회’에 참석한 노무현 대통령은 관련부처에 SW공공구매제도 개선방안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전문성 미흡과 불합리한 구매 관행이 판치는 공공구매제도 전반에 대한 체질개선이 SW산업 발전의 필수요소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공공 SW시장은 영세한 국내 SW업체의 최대 수요처이며 최고의 준거 사이트다. 이를 가능케해 주는 공공 부문 발주·계약제도는 그래서 중요하다. 본지는 국내 SW산업 발전을 위해 공공 부문의 구매 관행 속에 뿌리박힌 문제점과 대안을 5회에 걸쳐 긴급 진단한다.
검색엔진솔루션을 개발하는 SW업체 코난테크놀로지는 최근 지난 1년 6개월을 통틀어 가장 의미 있는 공급처를 확보했다. 코난이 개발한 데스크톱PC 검색엔진을 정부부처인 재정경제부가 전격 도입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 구자갑 부사장은 “아직 민간시장에서 주춤하는 가운데 재경부가 과감하게 도입함에 따라 시장 확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대표 SW업체로 우뚝 선 티맥스소프트는 2000년 국방부에 6억원어치의 TP모니터를 공급한 뒤 성장가도를 달렸다. 이를 계기로 99년 매출이 5000만원에 불과했던 티맥스의 매출액은 2004년 253억원으로 늘어났다. 티맥스의 매출 가운데 공공기관이 차지하는 비중은 30%를 넘어선다.
공공시장이 SW산업의 견인차라는 것은 수치로도 증명된다. 지난해 기준 국내 SW시장은 8조3000억원 규모다. 이 가운데 공공이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7.1%, 금액으로는 2조2500억원이나 된다. 부문별 규모로는 최대 시장이다. 여기에 민간 SW시장은 대기업 계열 IT서비스 기업의 내부거래가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공시장의 이러한 규모는 수치 이상의 비중을 갖는다.
외형뿐 아니다. 절대적 규모와 더불어 무형자산인 SW 분야에서 공공기관 납품실적은 제품에 대한 국내외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는 데 절대요소로 통한다. 특히 중소 SW기업은 공공부문 레퍼런스를 내세워 시장진입 기반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에 공공부문이 발주하는 IT서비스 사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신제품을 과감하게 도입할 수 있는 곳 역시 공공이다. 이강만 티맥스소프트 상무는 “민간시장은 비용과 효율성을 강조하는 반면 공공시장은 책정된 예산을 통해 개발된 신제품을 적극적으로 사줄 수 있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SW사업대가기준 등 공공부문의 발주·계약 제도는 민간발주 SW사업에 준거로 활용된다는 점도 공공시장의 중요성을 대변하고 있다.
공공시장의 이 같은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종래 전자정부 사업은 정보시스템 구축 그 자체에만 주안점을 뒀다. 이 때문에 공공SW 구매절차를 통한 SW산업 육성이라는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정보화기획·예산편성에서 발주·계약·유지보수에 이르는 일련의 발주 프로세스에서 고질병처럼 박혀 있는 문제점도 적지 않다. 예산 삭감과 최저가 입찰로 멍든 공공시장은 수익보다는 그럴 듯한 레퍼런스 하나 얻는 것에 만족해야 할 실정이다. 또 분리발주 없이 발주담당자가 대형업체와 일괄계약을 선호하는 점은 불공정 하도급 거래를 유발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적정 대가도 풀어야 할 숙제다. 공공프로젝트 절반 정도가 개발과정에서 과업변경이 일어나지만 적정대가를 지급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SW업체의 수익과 직결되는 유지보수료 역시 공급가격의 10% 미만으로 선진국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수 SW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주체가 공공이지만 선례, 저가위주의 계약관행 선호, 하도급 관련제도 미비 등으로 국내 SW기업의 건전한 성장을 가로막는 측면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윤대원기자@전자신문, yun1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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