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25시]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인가

최근 ‘그라나도 에스파다’의 오픈 베타가 갑자기 연기되면서 유저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유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서버의 불안정화였고, 그것이 마치 불가피한 사유인 것처럼 발표됐으나 그 속내는 달랐다.

한빛소프트는 앞서 ‘GE’를 위한 서버를 새로 구입했다.이들 서버는 기존 클로즈 베타 당시의 서버와 동일한 사양으로, 같은 회사제품이었다. 그런데 게임을 셋팅하는 과정에서 성능 저하가 발견된 것이다.

 도대체 서버안에서 무슨일이 생긴 것인가.그것은 다름아닌 해당 관계자들이 당연히 아무런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하고 손을 놓고 있다가 그만 화를 부른 것이다. 서비스를 코앞에 두고서야 프로그래밍을 시작했다 하니 그럴 만도 하다. 넉이 나가도 한참인 셈이다.대사를 앞두고 만의 하나를 대비해야 함에도 불구,손을 놓고 방심했다니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이로인해 사실상 정식 서비스나 다름없는 오픈 베타의 일정이 미뤄지는 등 올해의 최고 기대작으로 손꼽힌 ‘그라나도 에스파다’의 이미지가 구겨지고 말았다.

개발사의 무분별한 일정 연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라나도 에스파다’는 그나마 양호한 수준이다. 국내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온라인게임 가운데 스케줄처럼 진행된 사례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유저들이 퍼블리셔의 서비스 일정 발표를 신뢰하지 않는 것은 업체 모두의 책임이다. 게임은 하나의 작품이고 예술이며 그것을 기다리는 유저는 관객이다. 공연 시간에 임박해 갑자기 한두 시간 연기한다고 발표하면 관객을 우롱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최근 한국 영화의 수준이 매우 높아져 예전과 비교할 바가 아니다. 이 이면에는 시스템으로 정착된 제작 스케줄이 존재한다. 정해진 일정에 따라 시나리오, 촬영, 편집, 후반 작업, 상영 등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며 착착 진행된다.

투자자들도 이러한 모습에 믿음을 보인다. 이에 비해 매번 일정을 어기고 툭하면 서버가 다운되고 해킹과 핵 프로그램에 일년 내내 몸살을 앓는 온라인게임들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학습 능력이 떨어지는지 도대체 나아지는 모습 없이 매년 악순환이 반복된다. 개발자들은 예측하기 힘든 돌발 상황이 너무 많고 현실적으로 무리한 스케줄이 원인이라고 항변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온라인게임도 10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상식적으로 체계가 잡힐 때도 됐다. 그들의 변명은 여전히 주먹구구식으로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만을 증명할 뿐이다. 언제까지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을 반복할 것인가.

 답답할 뿐이다.

<김성진기자 harang@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