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재벌 CJ그룹(회장 이재현)이 게임방송 진출을 가시화하면서 게임방송계의 대대적인 지각변동을 예고해주고 있다.
영화·음악 등 엔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현재 8개 케이블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골리앗’ CJ가 게임방송 론칭에 성공한다면 온게임넷과 MBC게임이 양분해온 이 시장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될 전망이다. 이에따라 기존 방송사들은 CJ의 게임방송 진출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서는 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게임방송 시장의 규모가 한정돼 있는 상태에서 막강한 자본력과 노련한 방송노하우를 갖고 있는 CJ그룹이 대대적인 공세를 가해올 경우 결코 수성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CJ그룹의 게임방송 진출은 이미 오래 전부터 예견돼 왔었다. CJ그룹은 지난해 중반부터 게임방송 진출과 관련해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며 MBC게임을 M&A방식으로 흡수하기 위해 협상을 벌여왔다.
그러나 최근 이 빅딜이 깨지면서 CJ그룹은 자체적으로 게임방송에 진출하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이를 위해 이미 e스포츠 전문 담당 기자를 국장으로 내정한 상태다.
CJ게임방송(가칭)이 시장에서 성공할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이미 양 방송사가 기득권을 갖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쉽지만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CJ측은 차별화된 콘텐츠와 체계적인 시스템 운영으로 경쟁력이 있는 만큼 양 방송사를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CJ그룹의 게임방송 진출이 가시화 되면서 어떤 형식으로 방송사업을 진행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관계자들의 시전은 우선 CJ가 기존 채널을 게임채널로 바꿀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채널을 개국할 것인지에 모아지고 있다. 당초 CJ는 MBC게임을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이렇게 될 경우 CJ의 입장에서는 기존 채널들을 그대로 두고 새로운 채널을 하나 추가하는 형식이 된다.
그러나 최근 MBC와의 협상이 결렬됨으로써 새로운 채널의 추가 보다는 기존 채널을 게임으로 바꾸는 방식이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당장은 어떤 채널을 바꿀 것인지 결정할 수 없겠지만 새 채널을 추가하는 것 보다 기존 채널을 바꾸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될 경우 구체적인 작업이 뒤 따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존 채널의 반발이 심할 경우나 게임으로 바꿀만한 적당한 채널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별도의 채널이 추가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도 기존 인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으로 추진될 것이기 때문에 초기 론칭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 기존 채널을 바꿀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채널을 추가할 것인지 결정된 것은 없지만 기존 채널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채널을 만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MBC게임과의 빅딜과정에서 논의됐던 비용이 대략 50억원 선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비용을 들여 새롭게 채널을 만들 수도 있어서다.
하지만 새로운 채널을 만든다면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어 CJ그룹 입장에서는 그리 큰 매리트가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와함께 콘텐츠 보강을 위해 발빠른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내정된 국장이 e스포츠 기자였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기존 게임방송사들처럼 e스포츠 중심의 프로그램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진다. 각 방송사들이 자사만의 리그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CJ게임방송에서도 리그를 준비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를 위해 e스포츠협회와의 전략적인 파트너쉽도 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최근 방송사들과의 리그 문제로 인해 어려움에 처해 있는 협회에 힘을 실어주면서 리그 부문에서 입지를 굳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CJ그룹에서 게임방송에 대한 관심이 높은만큼 절대적인 지원이 있을 것으로 예상돼 기존 리그보다 형식이나 내용면에서 규모가 키워 경쟁력을 갖출 수도 있다.
CJ측 한 관계자는 “프로그램 등에 대해 구체적인 얘기를 할 단계는 아니지만 e스포츠 분야에 중점을 둬 진행할 생각은 갖고 있다”고 말해 향후 새로운 리그를 만들 계획이 있음을 시사했다.
CJ그룹의 게임방송 진출이 가시화되면서 성공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되지만 양 방송사의 견제를 당하는 상황에서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CJ게임방송은 차별화된 콘텐츠로 승부수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e스포츠 분야가 중요한 콘테츠가 되겠지만 이외에도 CJ가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콘텐츠들을 활용, 기존 방송사들과의 차별화해 나가겠다는 의도다.
이 때문에 CJ게임방송은 독자적인 리그와 함께 현재 게임방송사들로서는 한계가 있는 프로그램의 혁신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CJ 한 관계자는 “CJ게임방송은 이미 기존에 충분한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통한 차별화를 시도할 것”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업계내 1위 방송사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CJ그룹이 게임방송에 참여키로 한 것은 게임 콘텐츠에 대한 매력이 클 뿐만 아니라 그동안 영화와 음악, 방송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사업을 키워온 CJ이가 향후 무궁무진한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기대되는 게임시장을 조기에 장악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CJ그룹이 게임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한 것은 이미 2004년 플레너스를 인수하면서부터 본격화됐다. 또 지난해 X박스 부문에서 MS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추진된 것으로 보여진다.
게임방송 진출은 더이상 늦어지면 시장 진입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내부 논의가 작용하면서 빠른 시일내에 시작해야 한다는 위기감도 한 몫을 한 것으로 추측된다.
이처럼 게임 콘텐츠 확보를 위해 주력한 만큼 CJ의 게임방송 진출은 그룹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방송이라는 강력한 마케팅 툴을 활용, CJ의 게임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크게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온게임넷과 MBC게임이 게임방송을 양분하고 있지만 그룹 차원에서 대대적인 공세를 가한다면 조기에 1위 방송사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게임방송계는 상당기간 혼전을 거듭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안희찬기자 chani71@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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