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게임 로비에서 만난 김철민 캐스터는 게임캠프에 참가한다며 편안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위암으로 잠시 방송을 떠난 적이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건강하고 활기찼으며 인터뷰 내내 방송에서 보아오던 유쾌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얼굴 찡그릴 일이 뭐가 있겠어요” 자신의 만족을 위해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하며 살아야 한다는 그의 소신에 딱 어울리는 말이었다.
# 단 한번도 후회한 적 없어
그가 ‘스타크래프트’ 캐스터를 하게 된 것은 어느 날 갑자기 결심한 것이 아니다. 고등학교 때 이미 방송반 생활을 하며 부모님 속을 썩여 드렸고(?) 대학 입학 후에도 학교 방송국 활동을 하며 국장까지 지낼 정도로 열의와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가 스타크를 처음 접한 것은 군 제대 후 복학을 한 다음이었다고 한다. 학교 방송국에 복귀해 후배들이 요상한 게임을 하는 것을 보고 처음에는 이해 할 수 없었다고. 심지어는 업무용 PC에 깔아놓은 게임을 보고 후배들에게 큰소리로 호통 치며 삭제한 적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요상하던 게임을 처음 하던 날 헤어 나올 수 없는 재미에 취해 밤을 새웠고 그 때부터 ‘스타크마니아’가 됐다.
진로로 인해 고민했던 적은 군 제대 후 단 한번 뿐이었으며 결심을 굳히고 방송 일을 시작한 후에는 단 한번도 후회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 일이 바로 천직이라는 건가 봐요” 그는 또 한번 환하게 웃어보였다.
# “어…아…어…” 락커철민
하는 일과 어울리지 않게 그에게는 ‘락커철민’이라는 닉네임이 있다. 그의 방송을 처음 접한 사람들이라면 “저 캐스터 너무 오버하는 거 아냐”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방송 내내 “어…아…어…”하는 감탄사가 경기장 내에 울려 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중계를 어느 정도 지켜 본 사람이라면 이러한 리액션이 경기 외 또 하나의 흥미거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에게 있어 좋은 캐스터란 어려운 용어를 써가며 전문적 해설을 하는 것이 아니고 시청자들과 함께 호흡하는 중계자일 뿐이다.
“각종 미사어구로 조리한 전문 요리가 아닌 약간은 투박하지만 막 떠낸 생선회가 더욱 신선하잖아요”
평소 라이벌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냐는 질문에도 “없다”며 단호히 잘라 말했다. “각자의 요리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맛이 나고 그것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일”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또 다른 사람을 비교대상으로 삼고 일한다면 정형화된 틀에 갇혀 모두가 비슷해 질뿐이라고 말했다.
“캐스터는 마니아 집단이에요. 진입할 때 굉장한 산고를 거치는 게 이 직업인 것 같아요.” 안티가 없을 것 같은 그도 처음에는 많은 안티팬들의 공격성 글에 맘고생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러나 특유의 긍정적 마인드로 모든 의견에 댓글을 달며 팬들과의 교감을 위해 노력했고 누리꾼들이 지적하는 자신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고쳐나갔다. 스타캐스터가 된 지금도 그는 팬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자주 댓글을 달고 있다고 했다. 이러한 노력이 현재 그가 최고의 캐스터 자리에 있는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했다.
# e스포츠 저변확대라면 뭐든지 OK
그는 드라마에서 연기를 한 적이 있다.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역은 아니었지만 SBS ‘그 여름의 태풍’과 MBC ‘신입사원’에 출연했었다. 연기를 해 볼 욕심이 있었느냐고 묻자 그런 목적으로 출연 한 것은 아니며 단지 e스포츠의 저변 확대를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고 답했다. 게임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고 스폰서를 확대하기 위한 그만의 방식이었던 것이다.
“현재 e스포츠는 라바상태입니다. 깨어나서 저글링이 되느냐? 아니면 히드라가 되느냐의 시기죠. 이 고비만 슬기롭게 넘긴다면 e스포츠는 한 단계 더 발전할 것입니다” 그는 지금이 e스포츠계에 가장 중요한 시점이며 이 고비를 방송사와 언론 그리고 팬과 선수단이 혼연일체가 되어 잘 극복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e스포츠의 역사적 산증인이 되고 싶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언젠가는 이 분야의 원로가 되어 존경받는 선구자가 되고싶다는 것이다.
<김명근기자@전자신문 사진=한윤진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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