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 업]지식의 사기꾼, 과학의 사기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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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식의 사기꾼, 과학의 사기꾼

줄기세포를 둘러싼 논란이 우리 사회를 혼란스럽게 하는 가운데 역사적으로 유명한 학자들이 저지른 오류나 사기를 다룬 책이 발간됐다. 독일의 수의학, 인류학 박사인 하인리히 창클이 쓴 ‘위조자, 사기꾼, 협잡꾼’(Falscher, Schwindler, Ssharlatance:Betrug in forschung und wissenschaft)이 ‘지식의 사기꾼’과 ‘과학의 사기꾼’이란 두 권의 책으로 번역됐다. 이 책은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학문 분야에 등장했던 총 56건의 사기 스캔들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또 악의 없는 학문적 오류와 착각을 다룬 ‘역사의 사기꾼’이란 책도 썼다.

‘지식의 사기꾼’에서는 수학·의학·심리학·교육학·고고학·인류학·민속학 등 온갖 분야에서 등장한 사기 사건이 다뤄진다. 19세기 영국에서 선사시대 인류 화석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던 필트다운 화석조작 스캔들은 학문이 성과주의 또는 국익 우선주의에 휘말릴 때 어떻게 타락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이후 자신의 나라에서 최고의 유물이 발견되기를 희망하는 고고학자의 사기 사건은 일본의 고고학자 후지무라 신이치가 벌인 구석기 유물 조작극으로 이어진다. 또 하인리히 슐리만은 고고학적 진실과 상관없이 상상력에만 의존,자신이 발굴한 유적을 트로이라고 주장했다. 또 자신의 이론에 대한 확신이 지나친 나머지 뇌신경전달물질에 대한 실험결과를 조작했던 영국 로버트 걸리스도 학문적 사기의 전형으로 거론되고 있다.

‘과학의 사기꾼’에서는 객관성을 생명으로 하는 자연과학분야에서 일어났던 사기 사건들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1830년 찰스 배비지가 발표한 ‘영국 학술의 몰락에 관한 고찰들’을 근거로 과학사기의 유형을 △위조 △요리하기 △다듬기 △표절로 구분하고 있다. ‘위조’는 실험이나 관찰의 결과를 임의로 만들거나 조작하는 행위로서 학술 사기 중 가장 심각한 행위이다. ‘요리하기’는 자신의 가설에 맞지 않는 데이터들을 아예 빼고 실험이나 계산의 결과를 꾸미는 행위로 유명한 과학자들도 종종 저질렀던 과오다. ‘다듬기’는 처음부터 자신이 설정한 값이 나오도록 측정값을 계속해서 조작하는 사기행위로 저자는 아이작 뉴턴의 ‘조작인수’를 대표적 사례로 설명하고 있다. `표절`의 예로는 고대 천문학자 프톨레마이오스의 ‘별자리지도’를 들고 있다. 유익한 책 내용에도 불구하고 출판사가 작금의 줄기세포사건을 이 책의 마케팅에 이용하려는 태도는 매우 유감이다.

줄기세포를 둘러싼 진실규명이 뜨거운 가운데 출간된 이 책은 지식과 학문의 진실을 찾는 과정에서 유혹에 빠져든 지식인·과학자들의 타락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타산지석의 교훈을 주는 책이다.

하인리히 창클 지음. 시아출판사 펴냄, 각권 1만원.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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