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누구에게나 즐거워야 한다. 또 누구에게나 기회의 장이 돼야 한다. 특히나 가능성이 무한한 어린이에게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도 지구촌 한편에는 먹고, 입고, 자는 것조차 걱정해야 하는 아이가 허다하다. 이들에겐 즐거운 삶이나 기회 균등은 그야말로 남의 나라 이야기다.
IT기술 발달로 세계가 평평해지고 있는 이때, 컴퓨터가 행여 이 같은 불행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세계적 디지털 거장인 네그로폰테가 바로 이런 생각을 했다. 유명한 ‘디지털이다’의 저자이기도 한 그는 캄보디아의 한 빈민마을을 방문한 후 여생을 전세계 빈민국의 빈부·정보 격차 해소에 보내기로 작정한다. 이를 위해 그가 만든 것이 ‘OLPC(One Laptop Per Child)’라는 비영리 법인이다.
OLPC에서 보급하는 노트북PC는 녹색 외양을 띠고 있어 일명 ‘그린 머신’이라고 불린다. 가격은 100달러에 불과하며 이르면 이달 처음 출시된다. 이미 작년 11월 전 세계 고위 정부 각료가 모인 자리에서 소개돼 비상한 관심을 모았으며, 당시 코피 아난 UN사무총장은 “전세계 유대감의 표출(expression of global solidarity)”이라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AMD·노텔·구글·뉴스코프 같은 글로벌 IT 기업이 잇달아 지원을 선언한 가운데 최근엔 대형 리눅스업체인 레드햇이 플랫폼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 세계 컴퓨터업계 두 거장인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은 100달러 노트북PC에 부정적이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최근 “빈민국 빈부격차 해소엔 100달러 노트북PC보다 휴대폰이 낫다”고 밝혔으며, 크레이그 배럿 인텔 회장도 “100달러 노트북PC는 간단한 기계에 불과하며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폄하했다.
100달러 노트북PC가 세계 상용 PC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면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의 부정적 견해는 너무나 당연하다. 무엇보다 상용 PC업체들은 그린머신이 그레이마켓으로 흘러들어와 유통시장을 교란시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100달러 노트북PC는 우리에게도 강건너 불구경은 아니다. 상당량의 PC를 수출하고 있는 우리로서도 악재다. 세계 정보격차 해소에 일조한다는 100달러 노트북PC를 주의 깊게 지켜보는 또 다른 이유다.
방은주·컴퓨터산업부 차장@전자신문, ej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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