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 피아노를 할 것인지, 아니면 공부를 할 것인지를 놓고 많이 고민했어요”
KOG스튜디오에서 게임 총괄을 담당하는 하형진(35) 팀장의 피아노 솜씨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뛰어나다. 중학교 시절 이미 피아노 콩쿠르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그는 피아노를 전문적으로 배워 보라는 주변의 권유를 많이 들었다.
그러나 그는 피아노 대신 공부를 선택했고 카이스트 수석입학의 영예를 안았다. 한국의 천재들이 모두 모인다는 카이스트. 그곳에서 그는 또다시 수석 졸업을 했다. 이후 그는 대기업도 아닌 작은 게임회사 KOG스튜디오에 몸 담았고 벌써 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 대구 떠나기 싫어 KOG 선택
하 팀장이 KOG스튜디오에서 일하겠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당시 잘 나가던 엔씨소프트를 비롯한 많은 온라인게임 업체들도 그를 탐내고 있었던 상황이다. 그러나 그는 짤막한 말 한마디로 모든 유혹을 뿌리쳤다. “대구를 떠나기 싫어서요”
그러나 하 팀장이 실제로 KOG스튜디오에 남은 것은 이종원사장 때문이다. 이사장의 삼고초려와 지방 게임사를 살리자는데 의견이 일치해 그는 과감하게 모든 것을 버리고 KOG스튜디오에 몸담았다.
그는 그러나 최근 미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가 KOG스튜디오에서 개발했던 게임들이 대부분 국내에서 비인기 게임으로 분류된 탓이다.
그가 개발한 게임은 ‘와일드랠리’, ‘그랜드체이서’ 등 2종류의 레이싱게임이다.
‘와일드랠리’는 개발 당시 업계에서는 상당히 기대를 모았었다. 온라인게임으로 개발되기 어렵다고 여겼던 레이싱게임 장르였다는 점과 등장하는 차량이 RV차량이어서다.
그는 과감하게 이에 도전했고 마침내 게임이 완성돼 선보였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부족함을 드러내며 시장에서 쓴 맛을 봤다.
“수억원을 들여 습작을 한 모양이 됐죠. 얼마나 사장님께 미안하던지 보따리 싸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어요”
처음으로 실패를 경험한 하 팀장이었기에 충격은 더욱 컸다. 그런 그에게 이 사장의 격려는 더 큰 힘을 줬다. “당시 사장님은 저에게 원망 한번 안하시고 다시 한번 해보자는 말씀만 하셨어요. 제가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큰 힘이 돼 주셨죠”
그는 다시금 개발에 몰두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두 번째 작품인 ‘그랜드체이서’였고 지금 외국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상태다.
# 실패 통해 게임개발의미 깨달아
하팀장은 아직 국내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을 많이 갖고 있다. ‘카트라이더’가 서비스될 당시 그는 무릎을 치며 ‘바로 저것인데’라는 후회를 한 적도 있다.
“이제 조금 알 것 같아요. 게임이 뭔지 그동안은 그냥 프로그램만 잘 만들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닌 것 같아요. 그 속에는 장인정신이 숨어 있고 제가 개발한 게임에는 그런 것이 없었죠”
그는 이제 습작이 아닌 진정한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가 현재 개발하고 있는 게임은 무려 3가지다. 올해 안에 공개될지 여부에 대해서 그는 확신할 수 없다고 했지만 이미 기획은 끝난 상태여서 주변에서는 올해 안에 공개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이미 2번의 실패를 맛본 상태기 때문에 조금은 조심스럽게 움직일 생각이다. 또한 그동안의 실패가 게임을 개발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어 앞으로 나올 게임은 시장성도 충분히 갖춘 게임으로 만들어낼 계획이다.
“사장님께는 죄송하지만 그동안의 실패가 게임을 개발하는 데 많은 밑거름이 되고 있어요. 앞으로 나올 게임은 지켜보셔도 좋을거예요”
그가 개발하는 게임은 팬터지풍의 캐주얼 게임이다. 그동안에는 기획력이 너무 없어 실패했다는 생각 때문에 기획에 많은 비중을 둬 개발 중이다.
“지금까지 게임보다 쉬우면서도 재미있게 만들어질 것이라 생각해요. 서버나 클라이언트, 그래픽 등에서도 탁월한 게임이 될 거예요”
# 한국의 블리자드 만든다
하 팀장은 올해 새로운 꿈을 하나 만들었다. 한국의 최고 개발자가 되는 것이 그의 새로운 꿈이다. 하팀장은 그동안 자신이 꿈꿨던 것을 모두 이뤘던 사내다. 그런 그이기에 이번 꿈도 이룰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게임이 서비스되면 최고의 개발자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개발 중입니다. 정말 제가 갖고 있는 모든 노하우를 다 활용할 생각입니다”
하 팀장은 KOG스튜디오를 떠날 생각은 없다. 이 사장이 자신을 내쳐도 이제는 하 팀장이 회사를 그만둘 수 없다고 한다. 그는 KOG스튜디오에 빚진 것을 모두 갚기 전에는 떠날수 없다고 했다.
“전 KOG스튜디오를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같은 회사로 만들고 싶어요. 물론 전 직원이 다 노력해야 가능하겠지만 저도 조그마한 힘이 되고 싶어요. 그것이 또한 사장님에 대한 보답이라 생각해요”
그가 이처럼 한국의 블리자드를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인재들이 속속 KOG스튜디오로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경북대 전산계열 학생들이 가장 가고 싶은 직장 중 한 곳이 바로 KOG스튜디오로 이미 대구에서는 뿌리를 내리고 있다.
“대구에서 큰 일이 터질 겁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KOG스튜디오가 온라인게임의 새로운 역사를 쓸 날이 있을 겁니다”
<모승현기자@전자신문 사진=한윤진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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