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준
세계적인 PC업체인 델의 마케팅 전략이 또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델의 마케팅 전략은 잘 알다시피 ‘다이렉트 세일즈(직접 판매)’ 방식이다. 쉽게 얘기해 기존 총판 혹은 대리점에 통하지 않고 직접 PC를 판매해 가격 거품을 뺀다는 설명이다. 실제 델은 국내 시장에서 기존 업체가 따라 올 수 없는 가격을 제시하며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펼쳐 왔다. 또 이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해 왔다.
문제는 델이 제시하는 가격이 실제 소비자가 치르는 가격과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거품을 뺀 가격이라고 주장하지만 정작 소비자가 내는 가격을 따져 보면 일반 브랜드 PC와 별 차이가 없다.
델의 간판 제품인 데스크톱PC ‘디멘션 1100’ 모델을 보자. 델은 이 제품을 인텔 펜티엄 4 프로세서를 탑재하고 17인치 아날로그 모니터를 포함해 ‘69만90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판다고 홍보하고 있다.
과연 가격 대비 사양도 그럴까. 컴퓨터는 제품 특성상 사양에 따라 똑같은 펜티엄 제품이라고 해도 무려 50만원 가까이 가격 차이가 날 수 있다.
델이 주장하는 69만9000원짜리 제품을 보자. 먼저 부가세는 별도다. 여기에 메모리는 256MB, CD롬이 기본 사양이다. 펜티엄 급이라면 최소 512MB를 사용하는 게 상식이다. CD롬은 이미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대부분이 DVD·CD 콤보 제품이 탑재되는 추세다. 펜티엄 PC를 제대로 즐기려면 결국 업그레이드가 필요한데 델은 친절하게 업그레이 비용을 설명해 주고 있다. 델의 업그레이드 비용대로라면 9만원을 추가로 더 내야 한다. 또 다른 브랜드와 달리 애프터 서비스는 유료다. 부가세를 합하고 최소 업그레이드 비용을 따지면 20만원 이상 올라 갈 수밖에 없다.
결국 소비자는 60만원대가 아닌 90만∼100만원대에 제품을 구입해야 한다는 얘긴데, 이는 다른 브랜드 제품과 큰 차이가 없다. 한마디로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델은 국내에 진출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점유율은 5%를 넘지 못하고 있다. 누구나 공감하는 “가격 거품을 없애자”는 델의 주장이 공허한 메아리인 것도 이 때문이다. 유명 브랜드를 갖고서도 국내 시장에서 아직도 ‘마이너’ 수준에 머물고 있는 이유를 델은 여기서 찾아야 할 것 같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