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잇단 아케이드게임단체 설립 무엇이 문제인가

 위기에 처해 있는 아케이드게임 업계가 한 목소리를 내야 할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협단체의 난립으로 오히려 내부 갈등이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3일 한국아케이드게임산업협회(KAIA)가 창립식을 가진데 이어 18일 한국어뮤즈먼트산업협회(KIPA)도 창립식을 가졌다. 1월 한달 동안 아케이드 관련 협회가 2개나 창립식을 가진 것이다. 이로써 아케이드 관련 협회는 게임제작협회를 포함해 3개로 늘어나게 됐다.

 

 아케이드 게임 관계자들은 협회의 난립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 목소리를 내도 당면 과제인 성인용 아케이드 게임 문제를 풀기 어려운 판에 이처럼 분열된 모습으로 어떻게 해결해 나갈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그러나 당사자인 협회들은 “현재로선 통폐합에 대해 생각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적전분열현상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당분간은 세 단체가 난립하는 형태가 되겠지만 결국 강한 힘을 가진 단체 한 곳으로 통폐합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 협단체 난립 배경은 뭔가

아케이드게임산업협회는 창립총회를 개최하면서 협회 설립 취지가 ‘성인용 아케이드 게임물에 대한 인식제고와 건전 게임문화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게임산업 진흥법안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하고 적극적으로 의사개진에 나설 예정이다.

특히 18세 이상 게임기를 제작하는 업체들만 회원사로 받아 운영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아케이드협회는 전체 아케이드게임업계를 대표하기 보다는 일부 성인용 게임업체만을 대변할 수 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반면 어뮤즈먼트산업협회는 전체 아케이드게임업계를 대표한다는 명분을 갖고 있다. 주요 활동도 게임진흥법안에 업계의 입장을 반영시키고 건전게임문화를 조성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협회는 지난해 설립 됐지만 최근 아케이드 업계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다고 판단, 새롭게 출발하기 위해 협회명을 바꾸고 창립총회까지 열었다.

게임제작 협회는 지난해 이렇다 할 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발전적 해체’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앞으로 KIPA나 KAIA의 힘겨루기에서 이기는 쪽으로 흡수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KIPA와 KAIA의 창립은 현재 처한 아케이드 게임업계의 위기를 힘을 모아 극복하자는데 있다. 비록 KAIA가 18세 이상가 게임을 제작하는 업체만을 대상으로 회원 등록을 한다는 내부방침을 갖고 있지만 ‘이대로는 힘들다’는 저변인식에서 창립이 된 점은 KIPA와 같다.

양 협회가 추진할 사업방향이 겹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들 단체의 힘겨루기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여진다.

 # 힘겨루기 보다는 대통합에 나서야

 일차 힘겨루기는 KAIA의 협회 인가를 받는 과정에서 있을 예정이다. KAIA가 아직 협회 인가를 받지 않은 상태로 문화부 등록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KIPA는 이미 문화부 허가를 지난해 받은 상태여서 양 협회의 충돌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진흥법에 대해서도 힘겨루기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정부에서는 성인용 게임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으며 향후 진흥법에도 이런 내용이 삽입될 전망이다. 아케이드 업계는 만약 현 규정대로 시행령이나 규칙이 만들어지면 도산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이를 협회 차원에서 업계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해 주길 원하고 있다. 이처럼 시급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양 단체가 대립할 경우 제대로된 의견을 관철시킬 수 없을 것으로 관련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도 각 단체가 서로의 목소리 내기에만 급급할 경우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 보다는 무시하고 넘어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양 단체가 대통합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의견을 통일해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렇게 될 경우 정부나 국회에서도 의견을 받아들여 법 제정에 반영할 수 있는 명분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양 단체가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아 서로를 인정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 해결방안 당분간 찾기 힘들어

그러나 양 단체 관계자들이 만나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기가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KAIA가 출범할 때만 해도 기존 단체와 전혀 교류가 없었으며 기존 어뮤즈협회 역시 새롭게 설립된 아케이드협회에 대해 아예 무시하는 경향이 크다.

 KAIA는 중소 아케이드 게임 개발사들이 처한 현실은 생각보다 심각한데도 이런 점을 어뮤즈협회가 대변하지 못했다며 비난하고 나섰다. 또 어뮤즈협회는 KAIA가 18세 이상가 게임을 개발하는 회사만 회원사 자격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실체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단체와 무슨 협의를 진행하겠느냐는 입장이다. 이처럼 양 협회의 서로를 알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은채 입장 차이만을 고수, 자사 회원만을 위한 독자적인 행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관련업계에서는 이같은 양 협회의 입장이 아케이드 게임을 살리겠다는 당초 취지를 무색케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때문에 통폐합 등의 강력한 조치를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업체 한 관계자는 “아케이드 게임을 살리기 위해서는 양 협회가 긴밀한 공조를 해도 힘든 판에 서로 대립관계에 있으면서 어떻게 해결할 수 있겠느냐”며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양 협회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한 관계자도“‘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서는 안될 것”이라며 “아케이드 게임업계의 어려운 현실을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양 협회가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그동안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던 아케이드업계가 이번에는 사활이 걸릴 만큼 중대한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정부가 성인용 아케이드 게임을 모두 사행성 게임으로 몰아 아예 시장에서 발을 붙일 수 없도록 한다는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사행성 게임이 전국적으로 퍼져 나가며 각종 사회문제를 야기하자 이를 강력히 규제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국무총리실에서는 사행성 게임 근절을 위해 규제를 강화할 것이라는 방침을 발표했다. 그리고 얼마 안있어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도 사행성 게임 근절을 위한 세부규정을 발표했다.

이 안에는 ▲ 자동진행기능 금지 ▲단순확률에 의한 당첨 최소화 ▲ 네트워크 기능 금지 ▲ 최고 배당률 조정 등의 내용이 담겨져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는 입장이다.

 발등의 불이라고 할 수 있는 게임산업진흥법 문제에도 손을 못대고 있는 상황에서 발표된 근절안이 시행되면 도산할 업체가 부지기수로 늘어날 상황이기 때문이다.

 관련업계에서는 빠른 시일내에 대책안을 내놓아야 한다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업계에서는 사행성 게임에 대한 명확한 정의도 내려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성인용 게임 모두를 사행성 게임으로 치부하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점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관련업계가 목소리만 낼뿐 실질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이를 위해 업계의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함에도 불구, 이에 대한 노력이 전혀 보이지 않아 앞으로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하기가 힘들 것 같다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아케이드 업체 한 관계자는 “아케이드 업계가 심각한 위기 상황에 놓여 있어 단결이 필요하다”며 “현재 같은 모습으로는 현안을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희찬기자 chani71@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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