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인터넷 시장 `윈백`전 시작됐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의 초고속인터넷 시장 잠식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가운데 KT·하나로텔레콤·파워콤 등 기간통신 사업자들의 수성 전략이 본격화하면서 ‘윈백(win back)’ 경쟁으로 변모하고 있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조직 정비를 마친 하나로텔레콤과 실질적인 사업 첫해인 파워콤 등 초고속인터넷 사업자들이 경쟁사 가입자를 유치(윈백)해 오기 위한 마케팅 강화에 나섰다. 이에 맞서 지배적 사업자인 KT와 SO들도 가입 기간 약정에 따른 파격 요금 인하를 제시하며 맞서고 있다.

　이들 사업자는 타 사업자에서 자사로 전환하는 가입자들에게 가입 초기 최소 20만∼30만원에 해당하는 경품 및 현금(유가증권)을 지급하는 등 연초부터 타사 가입자 뺏어오기에 ‘올인’하고 있다. 이 같은 공세는 2만원대로 ‘케이블방송 시청과 인터넷’ 사용이 가능한 상품을 통해 시장을 넓혀가는 SO들에서도 적지 않은 자극을 받은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 지역본부별로 특별 이벤트를 벌인 A사는 타사 가입자가 전환해 올 경우 5만∼6만원 선에서 약정기간 해지 위약금을 대납해 주는 조건을 제시했다. 위약금이 이보다 크면 잔액만큼을 커피포트와 체중계 등 상품으로 보전해준다. 약정기간이 끝난 고객에게도 비슷한 수준의 백화점 상품권을 제공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10만원 상당의 이동통신 무료 상품권도 지급했다.

　B사는 타사 전환 가입자에 한해 약정기간 해지에 따른 위약금 그리고 8만원의 현금이나 백화점·할인점 상품권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 이 사업자는 대규모 e메일 마케팅 및 지역별 판촉 행사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반면 C사는 요금 할인 및 가입자별 경품 제공 등 조건을 내걸고 해지 고객 수성 전략을 펴고 있다. 약정 기간이 끝났지만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는 고객에 대해서는 장기 할인 제도를 내세웠다. 의무 가입이 아님을 전제로 약정기간(3년)을 재설정하면 최대 15%까지 요금을 재할인해주는 것. 이럴 경우 고객은 2만5000원 선으로 이용 요금이 낮아진다.

　C사는 이 밖에 할인 제도를 인지하지 못한 고객이 뒤늦게 제도 적용을 요구할 경우, 지난 기간만큼의 할인 요금을 경품으로 ‘보상’해 주고 있다. 콜센터를 통한 개별 상담으로 다양한 ‘옵션’도 제시하고 있다.

　초고속인터넷 사업자들은 여기에 업체별로 적게는 13만원, 많게는 22만원까지 대리점별 가입자 유치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다.

　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새해 들어 시장 과열 조짐이 여기저기에서 포착되고 있다”며 “아직 불법 영업에 대한 신고가 접수되지 않았으나 상황이 심각하다는 판단이 설 경우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약정기간 해지 위약금 대납과 사전에 신고하지 않은 요금 할인은 불법”이라며 “불법 영업 및 과도한 경품 지급은 시장 혼탁은 물론이고 이용자 불평등을 초래하는만큼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 같은 시장 과열이 통상 1분기에 나타나는 관행이긴 하지만, 시장이 정체 국면에 들어간데다 SO들의 공세가 가속되고 있는 올해는 특히 신규 고객보다는 타사 고객을 뺏어오는 윈백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통신 서비스 분야에서는 그동안 이 같은 현상을 ‘가입자 천이(遷移)’라는 표현으로 대신해왔으나 더욱 공격적인 의미를 갖는 ‘윈백’이라는 용어가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