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기업]`휘센` 에어컨 디자인 주역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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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형 ‘휘센’ 신제품을 디자인한 LG전자 DA디자인연구소 에어컨그룹 멤버들이 야심작 ‘오리엔탈 골드’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시험대에 올라와 있는 기분입니다. 이제 남은 것은 소비자 반응이니까요. 하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자신있습니다.”

 DA디자인연구소 에어컨그룹 김선규 책임연구원(그룹장)에게 ‘휘센’ 에어컨 신제품을 내놓은 소감을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LG전자가 06년형 ‘휘센’ 에어컨 발표회를 가진 지 1주일 만에 제품 디자인을 담당한 주역(LG전자 DA디자인연구소 에어컨그룹)들을 한자리에서 만났다. 상기된 표정들이다. 곱게 키운 딸을 시집보내는 부모의 심경을 기대했는데, 생기가 넘친다. 에어컨그룹은 김선규 책임연구원을 그룹장으로 디자이너 20여명이 포진해 있다. 김선규 책임연구원은 냉장고 TV, 빌트인가전 등 전 부문을 두루 거친 베테랑. 가장 막내인 최인혁 연구원까지 경력과 개성 모두 제각각이다. 하지만 세계 시장을 주름잡는 에어컨을 디자인한다는 자신감과 열정, 당돌함만큼은 누구 하나 지지 않을 정도로 똑같다.

 ◇디자이너의 애환=“특히 에어컨은 가전제품 안에서도 디자인하기 힘들기로 유명합니다. 라인이 간결하고 심플하기 때문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부분이 적은 탓이죠.”

 김선규 책임연구원의 설명이다. 여기에는 ‘6년 연속 에어컨 시장 1위’로서 갖는 부담감도 내포돼 있을 터다. 특히 지난해는 예년과 달리 디자인팀 전원이 제품 조사부터 개발단계까지 직접 발품을 팔며 뛰어다니느라 어려움은 한결 더했다.

 김영돈 주임연구원은 “작년에는 판넬 패턴과 표면처리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패턴과 컬러 연구에 디자인팀 전원이 매달려야 했다”고 애로를 털어놓았다. 제품 디자인이 주업무인 디자인팀으로서는 패턴 개발이 생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선규 책임연구원도 여기에 동조하며 “자료가 전무한 초기에는 국내외 관련 서적과 패션, 인테리어 잡지를 통해 트렌드를 파악하고 참고가 될 만한 자료는 무조건 스크랩했다”며 “지금 유행하는 인테리어 패턴을 찾기 위해 동대문 시장부터 논현동 가구거리, 인테리어숍, 고급 패브릭숍까지 안 간 곳이 없을 정도였다”고 전했다.

 이렇게 자료와 샘플을 수집하다 보니 어느새 프로젝트룸 한 쪽이 패브릭 샘플과 각종 소재집, 잡지 스크랩으로 가득 메워졌다. 평소 스케치와 렌더링이 공간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제품 디자이너 사무실이 아니라, 마치 인테리어나 패션업체 사무실처럼 느껴져 한순간 모두 머쓱해진 적도 있다. 낮에는 외부에서 시장조사와 샘플을 수집하고 밤에는 모여서 이를 분석하고 토의하기를 수십일. 자연스럽게 패턴 방향이 정해졌다.

 ◇자신감의 발로=제품개발 막바지에 들어선 10월에 결혼식을 올린 최인혁 연구원. “함이 들어간 다음날이 주말이었지만 포항에서 일찍 서울로 올라와 목업을 제작했다”며 “결혼 후에도 일찍 퇴근하는 날이 적어 오히려 주위에서 걱정을 해 줬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나온 것이 06년형 ‘휘센’ 에어컨이다. 힘겹게 노력한 만큼이나 결실도 성공적이다.

 “올해는 좀 파격적으로 나갔습니다. 패턴이나 기법 모두 그렇습니다. 6년간 세계 에어컨 시장에서 1위를 했는데, 자신감이 붙은 거죠.” 성태현 책임연구원의 당당한 말투다.

 사실, 그랬다. 올해 LG전자가 내놓은 ‘휘센’ 에어컨은 여러 면에서 과감하고 파격적이다.

 ‘오리엔탈 골드(Oriental Gold)’가 대표적인 예다. ‘자연의 생명력’이라는 디자인 컨셉트로 제작된 ‘오리엔탈 골드’는 고구려 벽화에 등장하는 삼족오(三足烏, 세 발 까마귀) 문양과 봉황 무늬를 새겨넣어 화려하면서도 중후한 이미지를 강조한 것이 단연 압권이다.

 유정주 주임연구원은 “고구려 코드로 설명되는 역사적인 심볼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면서 ‘가장 동양적인 디자인이 가장 세계적인 디자인’임을 표현하고자 했다”며 “한국적인 이미지가 부분적으로 채택된 적은 있지만 에어컨 전면에 사용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디자인팀 내부적으로도 이 제품에 애정을 많이 쏟았습니다. 그런데 회사 경영진에서 ‘너무 파격적이지 않느냐’며 제동을 걸더군요. 하지만 끝까지 밀어붙였습니다. 덕분에 지금은 올해 ‘최고 야심작’으로 떠올랐습니다.”

 김선규 책임연구원이 말하는 후일담이다.

 ◇또다른 시작=신제품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DA디자인연구소 에어컨그룹은 또 다시 항해에 나설 준비로 활기가 가득하다. 07년형 신제품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저희 디자인 철학이요? 간단합니다. 튼튼하고, 사용하기 편하고, 감성적인 디자인입니다.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 분은 나가 주십시오.”

 김선규 책임연구원이 으름장(?)을 놓자, 한결같이 “당연히 동의하죠”라는 답이 돌아왔다. 인테리어 트렌드에 따라 유형은 달라지겠지만 ‘휘센’에 흐르는 디자인 철학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다.

 김영돈 주임연구원은 “지난해에는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새로운 분야에 대한 시각을 갖고 제품 디자인의 또 다른 가능성을 알게 된 소중한 해였다”며 “올해는 작년의 소중한 경험을 바탕으로 더 뛰어난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의지를 내비쳤다. 이는 김영돈 주임연구원뿐 아니라 에어컨그룹 전체에 해당되는 얘기일 것이다.

  정은아기자@전자신문, ea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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