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제는 제어기술이다

서동규

 공장자동화나 플랜트 등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컨트롤러 시장에서 다국적 기업들의 위세에 눌려 국산 기술이 맥을 못 추고 있다. 제조업의 인프라 중에도 핵심이 되는 이 분야에 일본·유럽·미국계 업체가 대거 국내에 진출, 빈자리를 차지하면서 자기 영역을 구축하는 것은 물론이고 수년째 해마다 10% 이상의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반면 국내 대기업들은 IMF 환란 이후 관련 사업을 구조조정 차원에서 대부분 철수한 데다 기술 개발에 대한 별다른 지원도 없는 상태여서 자립도 면에서 낙제점 수준이다.

 일본계 H사는 공장자동화(FA) 필수 제품인 수치제어장치(CNC) 시장 점유율이 10여년째 85∼90%에 달한다. 관련 국내 중견업체도 3∼4곳 되지만 대형 FA업체에 대한 납품은 ‘꿈도 못 꾼다’고 토로할 정도로 고전하고 있다.

 중급 용량의 컨트롤러인 ‘프로그래머블로직컴퓨터(PLC)’ 시장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 대기업 중에서는 LS산전만이 자체 기술을 바탕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상태다. 대형 플랜트에 도입되는 대용량 컨트롤러인 ‘분산제어시스템(DCS)’은 사정이 더욱 열악하다. 원전 등 일부 틈새 업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외국계가 좌지우지하고 있다. 계장 제어 분야에서 50% 이상 점유하고 있는 일본계 업체 관계자는 “국내 업체는 기술 개발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이미 시장에서 판가름이 났다”고 서슴지 않고 얘기할 정도다. 수익성이 높은 고도제어 기술은 전량 외국 업체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가 IT와 바이오 등 신성장 동력에만 집중하고 있을 때 산업의 근간이 되는 기초산업은 외국에 안방을 내준 셈이다. 물론 국산화만이 능사는 아니다. 그러나 첨단산업 육성을 통해 벌어들이는 돈과 비교할 때 드러나지 않는 기반산업을 통해 빠져나가는 비용은 엄청나다는 것을 정책 입안자들이나 기업 최고경영자들이 이제는 깨달아야 한다.

 아직도 희망이 남아 있는 것은 국산화가 그리 어렵지만은 않다는 데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IT와 바이오 산업 등에 쏟아붓는 비용의 10분의 1만 투자해도 제어기술과 관련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안타까워한다. 화려한 첨단산업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제조업 육성을 위한 기반기술 개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서동규기자@전자신문, dk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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