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시장에서 ‘IT=한국’ 이라는 등식은 ‘SW=한국’이라는 등식으로 바뀌고 있다.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을 위해 집중해 왔던 IT산업이 이제 SW를 기반으로한 3만달러 달성시대로 치닫고 있다. 그동안 IT산업 육성 철학으로 대변돼 온 ‘IT839’는 국내 산업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지난해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서 인터넷 보급과 이용수준 등을 기초로 작성한 디지털기회 지수(DOI)에서 우리나라는 40개국 중 1위를 차지했다. 인프라스트럭처와 서비스, 신성장 동력을 포괄적으로 규정한 ‘IT839’ 전략의 성과로 평가된다.
그러나 ‘IT839’는 국민소득 2만달러를 겨냥해 만든 전략으로, 이제 소득 3만달러 시대는 고부가가치인 SW로 바뀌어야 한다.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은 최근 “IT에서 SW로 정부의 육성철학이 바뀌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진 장관은 “국민소득 2만달러는 이르면 2007년 이 목표가 달성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는 3만달러를 목표로 소프트웨어(SW) 기반의 서비스를 강화한 ‘u IT839’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차세대 인터넷 주소체계인 ‘IPv6’를 3대 인프라스트럭처에서 빼고, 대신 ‘SW’를 넣는 등 SW 분야를 집중 육성할 예정이다.
소프트웨어는 특히 2000년대 국내 산업발전의 기둥인 지식산업으로의 대표주자이기도 하다. 시대별 국내 선도산업을 보면 70년대는 중화학 공업 발달의 시작으로 자본집약적 산업이 시장을 선도했다. 이어 80년대는 자동차, 기계, 조선 등 기술집약적 산업 및 첨단 산업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90년대에 이르러서는 첨단 정보산업이 대세를 이뤘다. 이제 2000년대 이후는 SW를 선두로 한 지식기반산업이 산업을 선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국내 SW산업의 시장규모는 국내 SW산업의 성장가능성을 한층 밝게 해준다.
한국SW진흥원이 조사한 ‘SW통계 자료집’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SW산업(디지털콘텐츠 포함) 시장규모는 22조6000억원으로 기록됐다. 상승세는 이어져 오는 2008년에는 4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서비스를 포함한 국내시장 규모도 지난해 60조로 세계 15위를 기록하고, 세계시장에서 0.9%를 차지하고 있다.
외형적 규모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SW가 주는 부가가치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03년 기준 산업별 부가가치는 SW가 62.7%로 서비스(50.1%), 제조업(27.4%)을 압도했다. 이같은 부가가치는 SW산업 자체의 국가경제 기여도는 물론 제조·금융·물류·서비스 등 타 산업의 효율성과 국제경쟁력을 높여준다.
특히 SW는 참여정부의 가장 큰 해결과제로 부상한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열쇠를 제공한다.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SW산업의 고용계수(매출액 1억원 당 고용인원)는 0.62로, 제조(0.06)나 통신(0.25) 분야를 훨씬 앞지르고 있다. 제조업체의 경우 매출 1000억원 당 고용창출 효과가 60명인데 반해 SW산업은 620명의 고용을 창출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SW강국을 통한 소득 3만달러 시대 진입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이에 대해 고현진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은 “소득 3만달러 시대로의 진입을 위해서는 고부가가치화, 원천기술 확보가 절실하며, 이 열쇠가 SW산업”이라면서 “문제는 SW강국으로 가는 방법인데, 이것은 전문화와 전문기업 출현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어떻게 SW강국이 됐나
미국, 이스라엘, 독일, 캐나다, 인도, 아일랜드.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SW산업의 성공모델을 가졌다는 것이다. 미국은 기술주도로 세계 SW시장을 선도했으며 이스라엘, 독일, 캐나다는 특정분야를 파고든 틈새시장 전략으로 SW강국을 만들어냈다. 또 아일랜드와 인도는 우수인력 양성을 통해 SW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
◇기술로 세계SW시장 주도하는 미국=미국은 자국의 대규모 시장에 HW, SW, 서비스를 통합솔루션으로 제공하며 상용SW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규모의 경제가 가능한 자국 내 대규모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성장의 토대를 마련했다. 대형시스템을 구축하면서 개발기간 중 습득한 엔지니어들의 풍부한 경험이 SW발전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나스닥, 스톡옵션, 벤처캐피털, 엔젤 등 풍부한 투자자금과 각종 과세특례제도를 통한 세제지원도 있었다. 시장의 발전을 돕기 위한 정부정책으로 국방, 의료 등 일반 민간기업 투자가 어려운 기초연구 프로젝트에 연방기금을 투자하고 연구 결과물을 민간기업에 이전하는 작업도 병행했다.
◇틈새시장에서 성공모델 만든 이스라엘과 캐나다=이스라엘 중소SW업체들은 SW선진국이 간과하는 보안분야의 기술을 집중 개발했다. 이스라엘은 SW산업의 개발지원 및 수출상품 생산을 장려하기 위해 ‘산업연구개발 촉진법’을 제정했고 강력한 R&D지원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국가안보를 위한 데이터처리 및 SW기술에 대한 정부 차원의 요구도 주효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1990년대 초반 벤처자본시장 활성화의 필요성을 인식, 요즈마(Yozma) 펀드를 설립했다.
캐나다는 시장 확대를 위해 미국이라는 대규모 시장이 근접해 있는 지리적 장점을 최대한 활용했다. 캐나다는 SW산업에 특화되기보다는 산업일반에 대한 지원정책을 SW산업에 공통으로 적용하고 ‘팀 캐나다 인터네셔널 미션’을 통해 중소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했다. 이 프로그램은 캐나다 중소기업들이 해외 주요업체 사장과 정부 고위관리를 만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아웃소싱 활발한 인도와 아일랜드=인도와 아일랜드는 국내 시장과 경험은 부족하지만 우수인력 양성과 투자유치 정책을 통해 SW를 OEM방식의 수출주도형 산업으로 육성한 사례다. 인도는 우수한 공과대학을 비롯한 정규교육기관을 통해 풍부한 고급 SW인력을 양성했다. 정부의 육성정책도 더해졌다. 인도는 국가발전대책반(NTFIT)을 구성해 수입관세, 소득세 등 조세에 대한 감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한편, STP와 같은 SW기술집적단지를 조성했다.
아일랜드에서는 세계 SW 10대 기업 중 7개가 SW를 개발, 제작 중이다. 또 유럽 패키지 SW의 40%, 비즈니스 응용 SW의 60%를 생산, 수출한다. 아일랜드는 ‘엔터프라이즈 아일랜드’프로그램을 통해 인재양성과 기업 간 협력을 지원하고 SW 우수기술 육성프로그램(PAT)과 유럽연합 중심의 유레카 등의 R&D협력을 지속하고 있다. 해외에 있거나 아일랜드로 돌아온 이들이 본국에서 창업할 수 있도록 펀드를 조성하거나 지원, 전문 인력의 역이민도 유도하고 있다.
윤대원기자@전자신문, yun1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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