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전업체와 미 방송사 간 정보가전 부문 전략적 제휴가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미 컴캐스트·디스커버리·타임워너케이블·채터 등과, LG전자가 미 디렉TV·컴캐스트·미 양대 방송사협회 등과 셋톱박스 공급계약 및 공동개발과 관련한 전략적 제휴 등을 체결하는 등 국내 기업과 미 방송 관련 기업과 협회의 밀월이 뜨겁다. 북미지역 방송시장에 DTV와 셋톱박스, 홈네트워크 서비스 판매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지만 속내는 세계 HD방송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포석이다. 미국에서 소니가 구축한 DTV 부문 30년 아성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도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셋톱박스, 독과점 체제를 뚫어라=미국 DTV 관련 유통 시장은 베스트바이와 서킷시티 등 기존 오프라인 유통망(오픈 시장)을 중심으로 하는 유통체제와 케이블과 위성 방송사를 중심으로 하는 판매망(폐쇄시장)으로 구성된다. 베스트바이 등 전통적인 오프라인 셋톱박스 유통시장에서는 기업 브랜드와 제품 경쟁력으로 충분히 승산이 있지만, 방송사들이 특정업체 제품을 구입해 가입자에게 자사 영업망을 통해 판매하는 폐쇄시장은 국내 기업에 원천적으로 봉쇄돼 왔다. 모토로라·사이언티픽 애틀랜타 등의 기존 셋톱박스 제조업체의 텃세도 강하다. 그러나 최근 미국 방송시장의 자존심인 폐쇄시장도 국내 기업에 의해 붕괴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CES에서 가입자 2200만명 규모의 미국 최대 케이블 방송사 컴캐스트와 차세대 셋톱박스 RNG(Real Next Generation) 시리즈 상용화를 위한 공급계약을 했다. 국내 업체가 컴캐스트와 셋톱박스 공급계약을 하기는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가정용 고속 인터넷 시장에서 83%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컴캐스트와 홈네트워크 서비스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LG전자도 지난해부터 세계 최대 위성방송사업자인 미 디렉TV에 MPEG4 기반의 디지털 위성방송수신 HD 셋톱박스를 공급하고 있다. 현재 이 제품은 미국 전역 대형 매장에서 판매중이다. LG전자는 미국 양대 방송사협회인 NAB(National Association of Broadcasters)와 MSTV(Association for Maximum Service Television)에 톰슨사와 함께 공식 개발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선진입으로 일본기업 막는다=국내 업체들이 방송사 직구매 시장에 셋톱박스를 판매하게 되면 이는 디지털 튜너 내장형 HDTV와 케이블, 위성 네트워크와 연계한 다양한 디지털 홈 서비스 구현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존 셋톱박스 표준 및 플랫폼과의 연동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사업자의 진입은 기대하기 어렵다. 소니 등 일본 가전업체가 개별 제품의 이미지와 브랜드로 승부를 건다면, 국내 기업은 제품 경쟁력과 미국 방송사와 연계한 시장 블록화 전략으로 맞서고 있는 셈이다. 홈네트워크 특징상 단순 기기 판매가 아닌 표준과 플랫폼이 연계되기 때문이 이 같은 전략은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도 이러한 시장에 참여를 노리고 있지만, 국내 기업의 한발 빠른 전략이 먹혀들고 있다. 최근 케이블랩스의 다운로드 방식 CAS 내장 셋톱박스 개발에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포함된 반면, 일본은 마쓰시타 1개 기업만 참여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의 방송사 직구매 시장 진출에 대해 ‘블루오션’ 시장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국 방송시장에서 셋톱박스 시장 진입에 성공을 거둘 경우, 디지털 홈 시장은 물론이고 이와 유사한 서비스를 준비중인 전세계 시장에 큰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는 올해 북미시장에 40% 이상의 마케팅 비용 투입할 예정이다.
김쌍수 LG전자 부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디렉TV 셋톱박스 수출에 대해 “미국 시장에서 블루오션을 창출한 사례”로 지적할 만큼, 업계의 기대는 크다.
김상룡기자@전자신문, sr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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