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功을 나눠야 할 사람들

이경우

요즘 TV광고 중에 ‘혼자 성공하는 사람은 없다’는 광고가 인기를 끌고 있다. 골프선수를 보조하는 캐디가 그림자로 따라다닌다. 그린 위에서 선수와 함께 상의하고, 같이 기뻐하며 우승의 영예도 함께한다. 또 한 편의 광고는 최근에 급부상한 인기 영화배우의 영화제 수상소감 중에서 “나는 여러 사람이 차려 놓은 밥상에서 맛있게 밥을 먹을 뿐”이라는 말로 혼자서 성공할 수 없음을 시사했다. 정치적으로 성공하거나 사업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뒤엔 든든한 후원자가 있다. ‘성공’의 열매 뒤엔 언제나 ‘더불어 살 줄 아는 지혜’가 숨어 있다.

 요즘 일부 관가는 부산하다. 개각을 맞은 산업자원부는 정치장관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산업정책에서 당과 협의해야 할 일이 많은만큼 정치장관의 입성이 현안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다. 한편으론 산자부 정통맨으로 ‘큰형’ 역할을 해온 이희범 장관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이 장관이 해결한 굵직한 일들을 보면 그의 뚝심과 열정에 모두 혀를 내두를 정도다. 어떤 일에서는 담당실무자를 능가할 정도의 전문지식을 발휘했고, 필요한 때는 칼날 같은 결단력도 보여줬다. 일일이 너무 챙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현안 해결의 탁월함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장관의 치적에 대해 인정한다고 해도 모두 장관 혼자만의 힘일 수는 없다. 광고에서처럼 누군가 보좌하지 않았다면 그에게도 오늘과 같은 치적은 장담할 수 없다. 가장 가까이서 함께한 조력자들의 도움이 그만큼 컸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린 법이다. 그래서 부내 2인자로 보이지 않는 그림자처럼 보좌한 차관의 공도 녹록지 않다.

 떠날 장관의 치적과 오는 장관에 대한 기대에 관심이 집중돼 있다. 하지만 그동안 근무 분위기를 다독이고 장관과 손발을 맞추며 이끌어온 ‘2인자’에 대한 평가에는 인색한 면이 없지 않다. 당연히 차관의 역할이 그런 것 아니냐고 반문하면 할 말은 없다. 그러나 업무수행에 대한 평가와 대가는 분명 있어야 한다. 공이 있으면 나눠야 할 몫이 있고, 과가 있다면 물어야 할 책임이 있다. ‘논공행상’이 관 인사의 최고 덕목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차세대 지도자를 양성하는 것도 좋지만 지금 당장 일할 일꾼을 제대로 보는 것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경우기자@전자신문, k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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