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2006-다국적 기업]정보통신-더 높이…더 멀리…

 ‘날자, 다시 한번 날자구나.’

2006년, 네트워크 장비업계의 각오는 남다르다.

지난 2000년 사상 최고의 호황을 이룬 후 4년 넘게 침체돼온 네트워크 및 방송 설비 시장이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 특히 올해는 단순 회생의 수준을 넘어 ‘제2의 르네상스 시대’를 맞을 것이라는 기대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네트워크 업체들은 올해를 다시 비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날개를 추스리고 있다.

◇다시 살아나는 불씨=지난해 통신·방송장비 업계는 투자 위축과 수출 시대 개막, 인수합병 등 다사다난한 한해를 보냈다. 특히 차세대 통신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연초 예상과 달리 실제 장비수요는 많이 축소됐다. WCDMA 발주는 시작됐지만 실질적인 집행실적이 부족했으며 와이브로 투자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IPTV, 종량제 이슈 등에 의해 차세대 네트워크 투자도 상당수 연기됐다. 이는 곧 올해 대규모 후속 투자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통신·방송 융합 추세와 함께 인터넷TV(IPTV)·DMB·트리플플레이서비스(TPS)·와이브로(WiBro)·텔레매틱스 등 새로운 수요가 살아나면서 네트워크 시장 분위기도 반전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통신장비 시장이 침체기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황임에도 다산네트웍스·콤텍시스템·유베이스 등 3사는 네트워크 장비 업계에서 ‘마의 벽’으로 인식돼온 연간 매출 1000억원대를 훌쩍 넘었다.

한국네트워크연구조합도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통신설비시장이 회복기에 접어들었다는 판단 아래 산·학·연 전문가를 중심으로 별도 자문단을 구성하고 통신사업자와 네트워크 장비업체를 서로 연결해 국산 장비 공급 확대를 유도하는 등 네트워크 시장 활성화에 적극 나섰다.

네트워크 설비시장의 회생 조짐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PwC와 톰슨벤처이코노믹스 등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벤처 캐피털의 네트워크 및 통신 분야 기업에 대한 투자 규모가 전년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다른 해외 보고서들도 인터넷전화(VoIP), 등 소위 컨버전스 기술에 투자가 급증하면서 실리콘밸리가 위치한 캘리포니아 지역을 중심으로 통신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제2의 르네상스 오나=국내 최대 통신장비 수요처인 KT는 초고속인터넷 사업과 와이브로, IP 미디어 서비스 등의 전략사업에 3조원이라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이미 밝혔다. KT는 가입자망 부문의 고도화를 위해 지난해 대비 33% 늘어난 투자를 준비하고 있으며, 핵심 격전지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초고속인터넷 사업의 경우 지역별 가입자를 50%대까지 끌어올린다는 공격적인 영업 목표를 세웠다.

후발 사업자들도 KT의 공격적인 투자에 맞춰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하나로텔레콤은 약 2000억원을 투자, 광랜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기존 연립·단독주택에도 광랜(또는 FTTH, 100Mbps급 VDSL)을 보급하겠다는 목표로 내년 투자의 상당수를 ‘광랜’에 쏟겠다는 전략이다.

파워콤은 마케팅비를 포함해 35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특히 새해부터 케이블모뎀 표준인 ‘닥시스2.0’ 보급을 본격화해 속도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한편, 연말께는 ‘닥시스 3.0’을 통해 속도를 HFC망 수준인 최대 100Mbps급을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광대역통합망(BcN), 와이브로 등에 대한 투자도 본격화된다. KT는 와이브로 상용화 첫해인 올해, 5000억원 가량을 투자한다. SK텔레콤도 전체 와이브로 투자액 8000억원 가운데 1000억∼2000억원을 연내 투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와이브로 기지국을 비롯한 대·소형 중계기, 안테나, 제어국 등 신규 도입 장비의 70% 이상이 올해와 내년에 도입될 예정이다.

옥타브(KT), 유비넷(SK텔레콤, 하나로텔레콤), 광개토(데이콤), 케이블BcN컨소시엄 등 4대 BcN 컨소시엄들도 올해부터 상용 서비스를 앞두고 트렁크게이트웨이(TG), 시그널링게이트웨어(SG), 신인증라우터, 소프트스위치, 다중지원서비스플랫폼(MSPP) 등 BcN 인프라 구축을 위한 대규모 투자에 나설 예정이다.

통신장비 업체 관계자는 “디지털방송 전환과 함께 IPTV·DMB·TPS·와이브로·VoIP 등 새로운 통·방 컨버전스 시장의 빠른 성장에 힘입어 지난 2000년때보다 질적인 측면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제2의 통신·방송 르네상스 시대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주상돈기자@전자신문, sdjoo@

◆네트워크 장비 시장을 주목하라

2006년 올해는 와이브로, 광대역통합망(BcN), HSDPA 등 차세대 네트워크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본격화되면서 중계기, 인터넷전화(VoIP)단말기, 광접속장비 등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또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서비스가 상용화됨에 따라 관련 단말기 및 방송 설비도 빠르게 시장 영역을 넓혀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동통신 중계기=지난해 3세대 이동통신서비스(WCDMA)용 중계기 발주를 시작한 SK텔레콤과 KTF가 본 서비스에 대비, 장비 도입을 더욱 늘릴 전망이다. 올해 중반께 상용화 예정인 와이브로 시장에도 큰 기대가 모이고 있다. 특히 지상파 DMB 시장은 서비스 확산 정도에 따라 대규모 중계기 수요가 예상되는 분야다. 통신장비 전문가들도 3세대 이통서비스가 확산되고 휴대폰 성능이 고급화되면서 무선환경이 열악한 건물 밀집지역이나 도심지역에까지 안정적 서비스를 보장하는 외부 중계기 수요가 급증, 오는 2007년까지 총 328만대에 60억달러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CDMA 투자 이후 침체기에 빠졌던 중계기 시장이 올해 최소 5000억원 이상, 많게는 1조원까지도 늘어나며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할 것으로 보인다.

◇댁내광가입자망(FTTH) 장비=주요 통신사업자들이 광 인터넷서비스 경쟁에 잇따라 뛰어들면서 일반 가정까지 광으로 연결하는 FTTH용 장비에 대한 대규모 수요가 예상된다. KT가 올해 20만 가구 구축을 위해 투자하는 비용만도 2000억원에 달한다. 파워콤과 하나로텔레콤의 FTTH 투자비용도 2000억원대를 훨씬 넘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이를 통해 통신사업자들은 광랜 가입자망(커버리지)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기존 연립·단독주택에도 광랜(또는 FTTH, 100Mbps급 VDSL)을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초고속인터넷 사업자 외에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과 일반 중소기업들이 자가 광통신망을 구축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어 오는 2010년까지 6조원대 이상의 시장을 형성할 전망이다.

◇VoIP 단말=070서비스 개시를 계기로 VoIP가 기업에서 일반가정으로까지 확산되면서 VoIP 단말기 수요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오는 2010년께면 VoIP서비스 시장이 매출규모 5조3000억원을 형성하는 등 기존 일반전화(PSTN)를 대체하며 유선시장의 주류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수십만원대에 달하던 단말기 가격이 최근 10만원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보급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VoIP서비스에 대한 일반 사용자들의 인식 개선과 통신사업자들의 적극적인 마케팅 등에 힘입어 최근 VoIP를 도입한 일부 기업은 단말기 부족으로 제때 제품을 공급받지 못하는 등 품귀현상까지 빚고 있다.

◇지상파DMB폰=위성DMB폰과 달리 수신료 부담이 없고, 공중파TV의 프로그램 재전송이 가능하기 때문에 위성DMB와 달리 높은 수요창출이 예상된다. 새해 벽두부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지상파DMB폰을 일제히 출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휴대폰 액정이 180도까지 돌아가는 독특한 디자인을 채택한 지상파DMB폰(모델명 SPH-B2300)을 KTF를 통해 60만원대 가격에 내놓았다. LG전자가 LGT를 통해 선보이는 지상파DMB폰(모델명 LG-LD1200)은 한 손으로 방송 시청이 가능한 `T` 스타일의 디자인을 채택한 것이 특징이다. 이에 따라 위성·지상파DMB폰이 올해 휴대폰 시장의 주류로 부상할 것이라는 게 통신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한편 세계적 투자은행인 CSFB에 따르면, 세계 모바일 TV 휴대폰 시장 규모는 2006년 1,000만대를 시작으로 2007년 4,000만대, 2008년 9,000만대, 2009년 1억5,000만대 등으로 고속 성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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