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가 설계된 반도체를 생산만 해주던 비즈니스모델에서 탈피, 고객인 팹리스 업체들에게 반도체 설계까지 일괄 처리하는 종합 반도체 회사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TSMC가 반도체 설계에서 제조까지 아우르며 삼성전자·인텔·IBM 등과 경쟁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또 이를 계기로 여타 파운드리 업체들도 TSMC의 변화를 모델링하며 반도체 시장 구도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오게 될지 관심을 끌고 있다.
4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TSMC가 △복잡해지는 반도체 디자인 환경 대응 △비용절감 △수율향상 등을 위해 표준화된 반도체 서비스, 즉 DFM(Design for Manufacturing)을 도입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이 회사는 기존의 주문 생산(made-to-order) 방식도 병행해 나갈 예정이다.
TSMC의 변화는 지난해 모리스 창 TSMC의 창업자가 “백엔드와 디자인 서비스를 핵심 제조 사업으로 추가하겠다”고 밝혔던 대로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취임한 릭 차이 신임 TSMC CEO가 창 회장의 생각을 그대로 승계할지는 미지수여서 관련업계에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릭 차이 CEO는 “그의 경험을 고려하지 않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며 “고객들에게 표준화된 칩 디자인이나 ‘코어’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왜 칩디자인에 뛰어드나=TSMC가 칩 디자인 분야까지 뛰어들려는 이유는 점점 복잡하고 미세해지는 반도체 환경변화에 대한 적극적 대응책이다. 반도체 공정의 미세화로 인해 팹리스 업체로부터 넘겨받은 칩 디자인으로 생산할 때 오차 발생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이에 따른 생산 비용 증가가생산성 향상에 무리를 주게돼 변신을 꾀할 수 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TSMC의 전략은 표준화된 패키지를 기반으로 디자인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다루어 오던 기존 방식에 비해 비용을 절감하면서 더 많은 고객사를 확보하자는 것이다. 릭 차이 CEO는 “이제까지 몇몇 기업들하고만 일해 왔다. 앞으로 DFM 솔루션을 패키지화하면 더 많은 고객들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2위 파운드리 업체인 UMC 역시 “순수 파운드리 업체들과 고객사들은 재정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으며, 추가적인 서비스를 실험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떻게 바뀌나=TSMC의 새로운 시도는 수율제고와 업무 표준화다. 고객들에게 자신들의 표준을 바탕으로 한 주문을 권유하는 내용이어서 거래과정에서는 필연적으로 반도체 설계 지적재산(IP)을 고객과 공유하게 된다. 수율을 높이기 위해 65나노미터급 첨단 공장건설과 고급 엔지니어 확보가 전제된다. 또한 표준화프로세스를 위해 TSMC는 잠재 고객 집단을 더 확대시키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예상되는 문제는=FT는 팹 산업계가 위축되고 있어 앞으로 15%는 커녕 10%수익을 내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TSMC가 이러한 큰 틀의 그림을 그리고 변신을 시도하고는 있으나 적정 수익률 확보는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표참조>
특히 지난해 매출 80억달러를 기록한 TSMC에 최소한 50억달러가 드는 첨단 팹플랜트 건설비용은 큰 부담이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보여준 TSMC의 영향력을 감안할 때 TSMC가 이러한 변화에 잘 대처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워낙 팹업계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점은 TSMC의 미래를 섣불리 낙관하기 힘들게 한다. 전경원기자@전자신문, kw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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