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민영화 1기 경영진은 스톡옵션을 받았다. 당시만 해도 KT 임원들은 ‘적은 연봉’에 불만이 많았다. 외형이 10조원을 넘고 매해 조단위 이상의 이익을 가뿐히 내는 기업인데도 ‘상대적인 박탈감’이 컸다. ‘상대적’이란 의미는 여타 초일류 기업들, 예컨대 삼성전자 같은 곳과의 비교다. 공기업 시절에야 정부의 가이드라인도 있고 여론 눈치도 봐야 했다. 하지만 민영화된 마당에 성과를 위한 당근이 너무 부족하다는 토로였다. 스톡옵션은 일종의 대안적 보상이었다. 행사가격은 6만원대 후반 이었다. 예상과 현실은 달랐다. 현 주가는 4만원대에서 움직인다. 최근 2∼3년간 큰 변화도 없었다. 이 추세라면 민영화 1기 경영진의 스톡옵션 행사는 ‘그림의 떡’이다.
짭짤히 챙긴 쪽은 따로 있다. 투자자들이다. 주당 3000원대를 현금 배당했다. 지난해에는 순익 1조2555억원 중 50%인 6323억원을 주주들에게 내드렸다. 대규모 설비투자가 불가피한 통신산업 특성상 이 정도면 세계 최고다. 더구나 KT는 외국인지분이 한도인 49%를 꽉 채웠다. 해마다 수천억원이 해외로 나간다. 순익은 어차피 배당과 투자비로 쓰이기 마련이다. 그래도 통신업체가 이익의 절반을 꼬박꼬박 배당하고 나머지로 투자한다면 기업의 성장성은 물 건너간다. KT가 최소한의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해마다 1조5000억∼3조원을 투자해야 한다. SK텔레콤도 배당은 30∼40%다.
얼마 전 민영화 2기 총수인 남중수 사장이 내년 3조원 투자를 밝혔을 때 우려를 표명한 것은 투자기관들이었다. 현 상황에서 KT가 불확실한 성장을 추구하는 것보다 비용 절감이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투자비가 증가될 경우 3000원 수준의 배당금이 유지될지 의문이다. 또 이는 주가에 악영향을 준다는 게 요지다.
수용 여부야 현 경영진의 몫이지만 이들도 문제점은 인식하고 있다. 무언가 성장동력을 찾아내야만 한다는 절박함이다. 지난 7∼8년간 KT가 전사적 역량을 총동원한 승부사업이 있었나. 초고속인터넷 분야 정도가 유일하다. 투자도 많았고 임직원들이 성심껏 뛰었다. 성공했다. 이를 제외하면 뚜렷한 승부수는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전방위 수세에 몰려 기존 지배력 유지에도 벅찬 실정이다. 각종 망 개방에, 모든 분야에서 경쟁체제가 도입됐다.
심지어 초고속인터넷도 ‘안녕’하지 못하다. 점유율 50%를 넘긴 지배적 사업자지만 이건 표면적 현상이다. 전국 점유율은 압도적이지만 수도권에선 50%를 훨씬 밑돈다. 정부가 후발 사업자를 부추기려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했지만 정작 과실은 케이블사업자들이 따먹는다. 하나로텔레콤·데이콤·파워콤도 갑갑한 판에 케이블사업자들은 연평균 20% 이상 성장한다. 일선 직원들은 케이블사업자들과의 싸움에 골머리를 앓는다.
자금과 조직을 갖춘 KT로서는 투자하고, 승부를 내고 싶어한다. 머뭇거리는 것은 불투명성 탓이다. 하지만 컨버전스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통신산업에선 모든 것이 불투명하다. 여기에 수익과 배당이란 변수가 겹쳐지면 KT로선 정말 ‘할 것’이 없을 것이다. 리스크를 감수하고 결단해야 하는 경영진은 그래서 괴롭다.
말도 안 되지만 정부가 다시 KT 주식을 매입하려는 유혹을 느끼고 있다. 공익성과 투자부문에서 정부의 욕심(?)에 못 미친다는 민영화 평가가 반영된 것이다. 배당금이 주당 800원에서 3000원으로 늘어날 때 설비 투자는 2000억∼5000억원이 거꾸로 줄어들었다. 이제는 KT가 대답할 차례다. 결코 상충되지 않지만 단기적으론 엇갈리는 난제, 즉 주주이익 극대화와 투자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다. KT는 배당기계가 아니다. 소비자 이익과 산업발전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배당규모 줄이고 요금 내리라는 요구가 나올 판이다. 100년 ‘국민기업’의 조건은 연속성과 성장성이다.
이택 편집국 부국장 ety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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