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들썩인다. 베이징올림픽, 상하이엑스포, 서부대개발 등 굵직굵직한 국가 프로젝트로 거대 IT수요가 일어나고 있다. 때맞춰 IT벤처기업들이 중국시장을 겨냥해 다시 신발끈을 고쳐매고 있다. 중국 진출 10년을 맞아 현황과 성공 조건을 긴급 진단한다.
지난달 21일 중국 베이징 공항에 내린 ITS업체 비츠로시스 윤병주 상무의 얼굴이 상기된다. 지난 95년 중국땅을 처음 밟은 그날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기술 데모를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기억이 어제 일 같기만 한데 10년 지난 지금 같은 목적으로 같은 땅을 밟게 되니 기분이 묘하다”고 말한다. 당시 합작사 형태로 진출했다 2000년 철수한 비츠로시스는 올해 중국 진출에 재도전하고 있다.
벤처기업들의 중국 진출이 다시 급증하고 있다. 95∼96년 처음 시도됐다 IT·닷컴 열풍을 등에 업고 절정을 이뤘던 벤처기업의 중국 진출은 2002년을 전후로 IT경기 위축과 더불어 급랭했다. 당시 신규진출이 잠잠해진 것은 물론이고 기존에 진출한 업체들도 잇달아 사무실을 폐쇄하고 합작을 취소하는 등 사례도 크게 늘어났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다시 벤처의 관심이 중국에 쏠리고 있다. 벤처기업협회가 최근 2000여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02년 600여개, 2003년 700여개에 불과했던 중국 진출 벤처기업 수는 지난해 1100개 가량으로 급증했다. 특히 해외진출 벤처기업 가운데 중국이 57%에 달하는 등 중국에 대한 벤처기업들의 관심이 크게 늘고 있다.
이정민 벤처기업협회 해외사업팀장은 “최근 들어 중국 시장 진출에 대한 벤처기업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며 “내년에 더욱 체계적으로 지원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벤처기업들의 중국 진출이 다시 늘고 있는 것은 △중국 IT시장 성장 △관련기관의 적극적인 진출 지원 △벤처기업의 미래전략 등이 맞물린 결과로 파악된다. 중국은 향후 5년 내 베이징올림픽, 상하이엑스포, 서부대개발 등 대형 국가 프로젝트에 따른 IT수요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일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KOTRA에 따르면 베이징올림픽, 상하이엑스포에 투입될 비용만도 5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건설 등을 제외한 IT수요만 하더라도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서동화 중국 국무원 연구개발중심 기업실 주임은 “앞으로 중국에 많은 IT수요가 일어날 것”이라며 “우리 벤처기업들도 체계적인 준비를 해서 들어온다면 얼마든지 기회가 있다”고 밝혔다.
국내 기관들의 중국 시장 진출지원 움직임도 다양해지고 있다. 벤처협회가 지난달 사전 매칭을 통해 중국 기업과 국내 벤처를 묶는 ‘베세토’ 행사를 베이징에서 진행한 데 이어 서울시와 외교부도 비슷한 시기에 IT관련 상담회를 개최하는 등 벤처기업들의 진출을 직간접적으로 돕고 있다.
베이징에서 10년째 살면서 중국 시장에 대한 비즈니스 컨설팅 사업을 벌이고 있는 김병중 동북아기술경제연구소장은 “올해 들어 베이징·상하이 등 주요 대도시에서 열린 IT관련 비즈니스 상담회와 전시회가 수십건에 달하는 등 부쩍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벤처기업의 중국 진출은 무엇보다 벤처기업 내부의 미래전략과 맞물려 있다. 중국을 한때 포기할까 했던 벤처기업들이 결국 중국으로 다시 발걸음을 돌리는 것은 그래도 중국밖에는 대안이 없다는 인식 때문.
몇 년 전 실패경험이 학습효과로 남은 것도 자신감을 보태고 있다. 장철웅 다림비젼 부사장은 “내수 시장에서는 기대할 것이 없잖습니까. 결국은 수출입니다. 그렇다면 중국을 포기하고 갈 수 있나요. 벤처기업에 중국시장 진출은 생존을 위한 조건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조인혜기자@전자신문, ihcho@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벤처기업의 중국 진출 급증 요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