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일흔 노파의 경영철학

 얼마 전 한 라디오방송에 나이 일흔의 옹기장수 할머니가 소개됐다. 서울 이태원 근방 미군부대 담장을 따라 50m 가량 펼쳐진 옹기행렬의 주인이다. 행상 10년을 합쳐 48년간 옹기를 팔았다. 여기저기를 떠돌다 군부대 담장에 좌판을 벌인 지는 올해로 만 23년째다. 80년대 초반 남편과 사별한 후 할머니는 이 옹기 장사로 6남매를 시집장가 보냈다.

 나이 일흔에 무거운 옹기를 다루는 게 쉬운 일이 아니지만 할머니는 일을 놓을 수 없다. 큰돈을 쥐게 하는 대박사업은 절대 아니지만 수십년간 단골로 그를 찾아오는 손님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궂은 날에도 100여개에 달하는 옹기를 거리에 진열하고 해질녘 다시 거둬들이는 일은 할머니의 일상이자 삶 그 자체다. 덕분에 이곳은 이태원을 찾는 외국인들의 관광명소가 됐다.

 김치냉장고의 보급으로 옹기가 설 자리는 날로 줄어 장사가 예전같지 않다. 또 나이 탓에 장사가 힘에 부친다. 그러나 자신을 기억하는 손님이 있는 한 삶의 방식을 바꿀 수 없다는 일흔 노파에게서 경영철학을 배운다.

 춘천에 9만원어치의 옹기를 택배로 보냈다 파손으로 반품됐을 때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고자 10만원 하는 용달차를 불러 직접 배달한 경험이 있다는 할머니에게서 고객감동의 정신을 배운다. 남편과 사별한 후 돈이 없을 테니 물건을 주지 말라는 주변의 비방 때문에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6남매를 생각해 비방한 사람들과 다툼 한번 없이 더 열심히 일했다는 그에게서 정도경영을 통한 위기극복 정신도 읽을 수 있다.

 도로변에서 먼지를 뒤집어 쓴 옹기를 짬날 때마다 제 자식 챙기듯 물로 닦아내며 “이렇게 닦아놓으니 뽀얗고 반질거리는 게 얼마나 예쁘냐”는 할머니의 말에 제품에 대한 자부심과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도 느껴진다.

 이익을 남기기 위해 눈속임하고, 자신이 손해보지 않으려 약자에 책임을 전가하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상대를 비방하고, 팔기 위해선 손님을 왕대접 하지만 팔고 나면 안면을 바꾸고, 외형을 키우기 위해 탈법행위도 마다 하지 않는 오늘날의 기업 경영자들이라면 이 일흔 노파에게서 경영철학을 배워야 한다.

 넉넉지 못한 옹기 장사로 어떻게 6남매를 반듯이 키워 출가시켰냐는 질문에 할머니는 말한다

 “착하게 사니깐 되더라고요.”

최정훈기자@전자신문, jh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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