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신기술 수용능력`이 국가경쟁력

지성에서는 그리스인보다 못하고, 체력에서는 켈트족(갈리아인)이나 게르만족보다 못하고, 경제력에서는 카르타고인보다 뒤떨어졌던 로마인이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인 이야기’에서 로마인의 경쟁력을 ‘개방성’에서 찾았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은 ‘빌 게이츠@생각의 속도’라는 책에서 “1980년대가 질(質)의 시대요, 1990년대가 리엔지니어링의 시대였다면 2000년대는 속도의 시대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디지털 시대에는 비즈니스가 ‘생각의 속도’로 운영되며, 조직의 빠른 의사결정과 신속한 대응이 기업의 경쟁력을 가름하는 기준이라고 역설한다.

 문득 우리나라의 미래 국가 경쟁력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경쟁력은 새로운 기술을 비롯해 변화와 트렌드를 받아들이는 일반 대중의 빠른 수용 속도와 수용 능력이 아닐까. 로마인의 개방성도 다시 해석해 보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능력이 우수하다는 것이며, 결국 개방적인 로마인이 다른 민족보다 빨리 새로운 문명을 자기의 것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것이다.

 빌 게이츠의 생각을 사회·국가의 개념으로 확장해보자. 그가 기업의 경쟁력으로 지적한 생각의 속도도 비즈니스 차원에서 한단계 더 나아가 사회·국가적 흐름에 맞춰보면 새로운 추세와 변화, 신기술을 더 빨리 받아들이는 사회일수록 시대를 앞서갈 수 있고 국가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 얼리어답터의 새로운 기술과 트렌드를 수용하는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 능력이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인터넷과 이동통신 인프라를 갖추고, 우리나라를 IT강국으로 만든 원동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 하반기에만 모토로라·오라클·SAP 등 굵직한 외국 메이저 IT기업들이 우리나라에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하려는 것도 우리 민족의 새로운 기술에 대한 빠른 수용도를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전산원이 발간한 유비쿼터스 사회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학계·업계·언론계·연구기관 등 전문가들은 유비쿼터스 사회에서도 우리나라는 여전히 IT강국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 전문가는 우리 국민이 새로운 기술에 대한 수용성이 매우 높다는 점을 그 이유로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학생들은 평균 8개월 주기로 휴대폰을 교체하고, 삼성전자는 연간 108개의 신제품을 출시한다고 한다. 다시 말해 학생들은 2년 동안 3번이나 휴대폰을 교체하고, 삼성전자는 일주일에 무려 2개의 신제품을 출시한다는 얘기다.

 삼성의 외국인 임원 1호인 데이비드 스틸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 총괄상무도 “영국 속담에 개 1년은 사람 7년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한국의 1년은 영국의 7년을 능가한다”는 말로 ‘빨리빨리’로 대변되는 우리 민족의 성장 속도를 칭찬했다. 한편으로는 이런 모습들이 구질서의 시각에서는 무질서해 보이고 혼란스럽기도 할 것이다. 또 우리의 ‘빨리빨리’ 문화가 냄비근성으로 격하되며 비난의 측면도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단점으로 보여질 수 있는 우리의 민족성이 지식정보 사회가 고도화되는 미래 유비쿼터스 사회에서는 국가의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역사를 되돌아봐도 어느 시대에서든 급격한 사회변화에서 새로운 기술과 변화를 빨리 받아들이는 민족과 국가가 결국 미래사회와 새로운 문명의 승리자가 됐다.

 앞으로 지식정보 사회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변화할 것이다. 급변하는 시대에서 미래국가의 경쟁력은 새로운 변화를 얼마나 빨리 수용하고, 신기술에 적응능력을 가지느냐에 달려있다. 우리의 이런 능력과 문화적 특성을 잘 활용한다면 미래 유비쿼터스 사회에서도 경쟁력 있는 나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사회적으로 얼리어답터들이 능력을 만개할 수 있는 정책과 제도를 만들고, 이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미래 사회의 리더를 양성하는 길이며, 나아가 국가 경쟁력을 키우는 핵심전략이기 때문이다.

◆김창곤 한국전산원장 ckkim@nc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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