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白衣從軍

 예로부터 우리 서민들은 무명으로 된 흰옷을 즐겨입었다.

 양반님네들이 비단옷을 두른 것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만큼 값싸고 대중적이었기 때문이다. 권력과 부와 명예를 움켜쥔 기득권층의 눈으로 보면 초라하기까지 하다.

 그런 의미에서 흰옷 입은 사람은 서민이나 벼슬이 없는 이를 상징한다. 오죽하면 흰옷 입고 아무런 관직 없이 군대를 따라 싸움터에 나가는 것을 백의종군(白衣從軍)이라 했을까. 하지만 이 단어에는 섬뜩한 뜻이 내포돼 있다. 중죄를 졌으되, 목숨만은 살려 이를 씻도록 한다는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황우석 교수가 마침내 ‘자진해서’ 백의종군을 택했다. 일부 방송과 정당, 과학자, 시민단체의 파상공세에 직면한 지 1주일도 채 안 돼서의 일이다.

 그런 그들이 조용하다. 이제 됐다는 사인일까. 세계 생명공학연구를 20년 이상 앞당긴 황 교수팀의 연구성과나 질에는 일말의 관심도 없이 난자 기증의 윤리적 의혹에 대해서만 목소리를 높였던 그들의 목소리는 어디에도 간데 없다.

 최근 계속해서 물의를 빚어온 일부 방송은 윤리적 의혹과 직접 논리적인 관계가 없는 난자 기증의 부작용을 장황하게 설명하면서 황 교수의 뒷거래 의혹까지 제기했다. 그것도 반대 의견을 가진 인사를 취재차량에 태우고서 말이다. 한때 대안정당으로 부각됐던 한 정당은 당 고위 관계자의 뇌물수수 사건 때와는 달리 독립기구 설치 운운하며 ‘황우석 스캔들’을 규명하자고 압박했다.

 일부 시민단체도 목소리를 높였다. 무슨 과학단체인지 뭔지 하는 단체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동물 실험 의혹 규명을 요구하며 피켓시위에 나선 단체도 있다. 이쯤 되면 의혹을 넘어 이 땅을 떠나라는 요구나 다름없다. 중죄를 지었으되, 관용을 베풀어 이제 백의종군해 죄를 씻으라는 것이다. 물론 의혹은 밝히는 게 좋다.

 하지만 압박 강도가 죄인 다루는 것과 같다면 문제다. 아무리 1%가 99%를 움직이는 세상이라지만 나가도 너무 나갔다. 더구나 그들의 잣대는 철저히 이중적이다.

 이 시대는 적어도 그런 이중적인 가면들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게 1%의 시민단체가 됐든 1%의 기득권자가 됐든 말이다. ‘백마 탄 초인’까지 바라지는 않더라도 ‘껍데기들은 가라’는 게 이 시대 대중의 바람이자 요구다.

 IT산업부·박승정차장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