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치과용 컴퓨터단층촬영장치(CT)를 국산화한 바텍의 노창준 사장(47)은 특별한 경영철학을 가지고 있다. 고용창출이 기업의 목적이라는 점을 실천하겠다는 것.
IMF 직후 바텍을 인수해 직접 경영에 나선 노 사장은 당시 신용불량자와 명퇴자를 대거 입사시켰다. 장애인 노동자도 많다. 신불자나 명퇴자들이 생활의 어려움을 핑계로 ‘딴 생각’을 품지 못하게 하려고 직급별이 아닌 생활비별 급여 제도를 도입했다. 식솔이 많으면 급여를 늘려주는 식이다.
“대부분 가공공장에서 일을 하도록 했습니다. 저도 프레스 기기를 수년 간 다뤄 봤지만 공작기계가 돌아갈 때는 여러 잡념을 잊을 수 있습니다. 정신노동자를 손(육체)노동자로 바꾸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 난관을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죠.”
회사의 첫 걸음도 특이했다. LCD테스터, 사오정전화기, 산업용엑스레이 등을 만들어온 바텍을 인수해 모든 사업을 정리했다. 대신 회사의 핵심기술인 엑스레이 기술을 십분 활용해 치과용 디지털엑스레이 회사로 업종을 전환했다.
제품 개발후 정작 시작한 일은 치과용 네트워크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무료로 보급한 일이었다. 전국 1만 2000여개 치과중 4000개에 이른바 치과용 SI를 제공했다. 소프트웨어를 장악하니 디지털엑스레이 영업이 쉬워졌다. 전략이 적중해 2000년 58억원에서 2004년 240억, 올해 380억원으로 매출액을 늘렸다.
“국민소득 증가에 따라 치과치료비가 늘어나는 시점과 엑스레이의 디지털전환이 맞아떨어져 빨리 자리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직원들의 열정도 큰 힘이 됐습니다. 치과원장이 퇴근한 뒤 밤새 장비를 설치한 뒤 병원 쇼파에서 밤을 샌 직원들의 얘기가 많이 회자됐죠.”
노 사장의 이력 역시 남다르다.
그는 긴급조치와 광주민주화운동을 경험하며 학교를 다닌 서울대 77학번. 심재철, 유시민 의원과 함께 농촌법학회 활동을 했고, DJ와 함께 법정에 서기도 했다.
한동안 회자됐던 이른바 운동권 출신 기업인인 셈이다. 하지만 벤처 주변을 기웃거린 몇몇과 달리 플라스틱 사출이나 공장자동화와 같은 전통산업에서 뼈가 굵은 그는 ‘과거에 머문 투사’라기 보다는 ‘현재를 만드는 기업인’으로 성장했다.
공장현장과 운수노조를 전전하던 그는 플라스틱 사출 업체와 화천기계가 세운 독일합작 자회사의 사장을 거쳤다.
IMF 이후 DJ정권이 들어서면서 정치인이 된 지인들의 정치 참여 요청도 많았지만 그는 기업을 택했다. 노 사장은 내년 말 쯤 기업공개(IPO)를 한 뒤 그 자금으로 세계 최고의 이미지 센서 연구소를 만들 생각이다. 글로벌 대기업이 손대기 어려운 ‘글로벌 니치 마켓’에서 기술력으로 1위를 하는 모범을 만들어내고 싶다는 것이 그의 욕심이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