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플랜 없이 경쟁력 없는 제품군으로 끌어오던 종합 전자업체 시대는 끝났다.”
니혼게이자이신문·파이낸셜타임스(FT)·C넷 등 외신은 그동안 백화점식으로 사업을 벌여 오던 일본 업체들이 구조조정의 도미노 상태를 맞이하고 있다고 21일 일제히 보도했다.
일본 전자업계의 구조조정은 지난 주말 ‘종합 가전 포기’라는 충격적 카드를 내놓은 산요전기의 선언을 신호탄으로 본격화된 모습이다. 이를 말해주듯 21일 일본 최초의 PDP TV 생산업체인 파이어니어가 생산·인원 감축을 발표했다.
이들 2개 업체의 움직임은 이제 “경쟁력 없는 분야를 짊어지고서는 더는 안 된다”는 일본 전자업계의 최근 기조를 반영한다. 일본 전자업계는 경쟁력을 상실한 소니·산요·파이어니어·후지쯔·NEC·일본빅터(JVC) 등에 의한 ‘구조조정 도미노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산요, 최초의 종합 가전 포기=산요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사상 최대인 2330억엔의 적자를 예상했다. 이에 따라 재건 계획을 통해 냉장고·에어컨 등의 가전 부문을 다른 회사와 합작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부진을 거듭해온 TV사업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전환하고 전지·디지털카메라 등에 주력하기로 했다.
산요는 종합 전자 회사를 포기하고 환경·에너지(태양전지·리튬이온전지)에 초점을 둔 회사로 거듭나기로 했다. 또 TV는 제휴 및 중국 생산에 집중하고 일본 시장 철수도 검토하고 있다. 산요는 또한 TV용 LSI와 PDP 드라이버 칩에 집중하고 반도체사업부 분사 및 D램·플래시메모리·LCD 드라이버 사업 철수 등을 검토중이다.
파이어니어도 21일 열린 임시 이사회에서 회장과 사장이 경영 책임을 지고 전격 사퇴했다. 임직원 1000명도 추가 감원하기로 했다. 특히 가격 인하 경쟁으로 적자 폭이 커진 DVD리코더는 설계 및 생산을 중단하고 OEM 생산으로 전환한다. 최고 경쟁력을 자랑하던 PDP TV도 국내 6개 생산 공장 중 지난 달 2개 공장을 폐쇄한 데 이어 추가 감축을 검토중이다.
◇다른 업체들은 건재한가=경영 악화는 산요·파이어니어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지목돼온 샤프조차 순이익이 감소했고 NEC일렉트로닉스는 CEO가 실적 악화로 가장 먼저 경질됐다.
일본 종합 가전업계의 문제는 반도체·디지털가전·전자부품 등 IT 경기를 지탱하는 핵심사업 분야가 저조하다는 점으로 향후 경기 전망마저 어둡게 하고 있다.
샤프는 상반기 이익이 3% 감소했다. NEC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78% 감소한 130억엔이었고 자회사인 NEC일렉트로닉스는 무려 330억엔의 적자를 기록했다. JVC는 지난해 상반기 70억엔 흑자에서 115억엔 적자로 돌아섰다. 세이코엡슨도 전년도 394억엔 흑자에서 올 상반기에는 11억엔 적자를 기록하며 사업 재편안을 마련하기에 급급하다.
◇종합 가전 빅뱅 일어날까=일 전자업계는 2000년 이후 반도체 사업이 한국에 밀리자 시스템LSI는 ‘르네사스테크놀로지’, 메모리는 ‘엘피다메모리’ 식으로 업계 재편을 단행한 바 있다.
이번에도 산요의 종합 가전 포기를 계기로 평판 TV·디지털카메라·DVD 등의 분야에서 어떤 식으로든 재편 과정이 일어날 전망이다. 이 경우 종합 가전업체로는 마쓰시타가 유일하게 살아남을 공산이 크다. 분야별로 디지털카메라는 캐논과 산요, 평판 TV는 샤프와 소니, 컴퓨터는 도시바·NEC 등으로 재편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명승욱기자@전자신문, sw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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